#080. 육아가 군대보다 힘든 남편

by 노향

16개월 율이는 갈수록 자기 의사표현이 뚜렷해지고 제법 고집도 부린다.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아이를 억지로 유모차에 태우면 온몸을 뒤틀며 소리를 지르고 거부 의사를 확실히 밝힌다. 산책할 때는 꼭 골목이나 쓰레기통 등 엉뚱한 방향으로 튀는데 제지하려는 제스처라도 취하면 바로 땅바닥에 드러눕기를 시전한다.


옷을 입히려고 하면 벗으려고 하고 벗기려고 하면 입으려고 한다. 음식점이나 카페에서는 들어가면 안 되는 곳, 이를테면 주방 등에 관심을 보이는데 못하게 했다가 울고불고 떼를 쓸까 봐 눈치를 보며 살살 달랜다.


뭐든지 아이가 하려는 행동은 하면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안돼." "하지 마."라는 말을 달고 살 수밖에 없다.


진짜 육아는 지금부터였다. 밤샘수유도, 하루 5~6번 기저귀를 가는 것도 힘든 게 아니었다. 말귀는 알아듣는데 말은 듣지 않는, 미운 세 살이 시작됐다.


남편이 장을 보러 간 사이 한두 시간 아이와 씨름하는데도 온몸의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 같다. 거실 바닥에 널브러진 내 몸 위로 아이가 방방 뛰거나 머리카락을 눈물이 쏙 빠지게 잡아당겨도 손가락 하나 까딱 할 힘이 안 생겼다.

이래서 젊었을 때 낳아야 덜 고생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아빠는 평소 운동을 즐겨하고 체력이 좋은 편인데도 요즘은 물에 젖은 솜처럼 힘이 없다. 수시로 피곤하다는 말을 하고 조금만 움직여도 한참을 누워있다.

그러다가 한 번은 남편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 "군대 다시 온 것 같다."였다. 아니 "군대보다 더 힘들다."라고 했다. 웃기면서도 안쓰러웠다.


오늘부터라도 게으름 피우지 말고 열심히 놀아줘야지 마음먹어보지만 30분 만에 결심이 무너진다. 언제쯤 웃으며 지금의 추억을 이야기할지, 육아의 끝이 안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