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말을 못 한다고 표현도 못하는 것은 아니다. 율이는 표정과 몸짓, 자기만의 언어로 비교적 정확히 의사표현을 한다.
먹기 싫은 계란을 주면 고개를 가로로 흔들고 두 손을 힘껏 밀어 숟가락을 제지한다. 좋아하는 요구르트를 줄 땐 "깔깔깔" 웃는 소리를 내면서 입을 크게 벌리고 몸을 흔든다. 외출하고 싶을 땐 겉옷과 신발을 가져와 엄마나 아빠 손에 올려놓는다.
그런 율이가 요즘 며칠 사이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오늘로 2주차를 맞은 어린이집 등원. 정신없는 출근시간을 쪼개 아이를 등원시키기로 했다. 며칠 전부터 율이가 아빠와 떨어지려고 할 때마다 운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직접 확인해야만 마음이 놓일 것 같아서였다.
아니나 다를까, 어린이집 앞에 도착해서 율이는 바닥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얼른 안아 들고 2층 현관 앞에 다다르니 선생님이 마중 나와 대기하고 있었다.
율이는 더 큰소리로 울었다. 몸을 힘껏 뒤로 젖히며 들어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결국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교실에 10분만 앉아있다가 가기로 했다. 교실로 들어선 뒤에도 아이는 불안했는지 내 옷자락을 붙잡고 칭얼댔다.
율이가 진정한 틈을 타 허둥지둥 어린이집을 빠져나오며 눈물이 쏟아지고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율이가 비교적 빨리 어린이집에 적응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나 보다.
너무 이른 나이의 아이를 보육기관에 맡기는 엄마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와 내 아이는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
아직 2주라는 짧은 시간이 지났을 뿐이고 남편이나 주변 사람들도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고 위로했지만 마음처럼 쉽진 않았다.
새벽 1시가 가까워오는 시간 아이의 잠든 얼굴을 바라보며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어린이집에서의 시간은 어땠을까.
엄마 아빠를 찾으며 울진 않았을까. 보채는 아이가 힘겨워 선생님이 무섭게 혼내거나 다그치진 않았을까.
이때 아이의 적응을 포기하고 입학을 취소하는 엄마들이 더러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에겐 선택권이 없다. 다만 어떻게 하면 좀 더 아이와 소통할 수 있을지, 아이가 어린이집을 좋은 곳으로 인식하게 해줄지 고민할 뿐이다.
오늘 한 취재원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다가 들은 말 중 그나마 위안이 되는 두 가지가 있다.
아이들은 부모의 걱정보다 빨리 적응한다는 것. 그리고 직장을 포기할 생각이 없는 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아이를 보다 세심하게 살피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