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낮잠을 자는 사이 아이가 응가를 했다.
평소 같으면 엄마나 아빠 둘 중 한 사람이 금세 알아채 씻기고 기저귀를 갈아줬을텐데 아무도 몰라주니 아이로선 답답했나보다.
남편이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놀라 깼는데 아이가 엉덩이와 기저귀 사이로 손을 넣어 똥을 꺼내 죔죔도 하고 이불에 묻히며 신나게 똥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 충격적인 상황에 당황스럽고 방안을 진동하는 냄새에 정신이 없었다.
아이가 똥은 더러운 것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알까. 가끔 아이의 행동은 순수하다 못해 멍청하게 느껴질 정도지만 아이로서는 당연한 것이다.
같은 이유로 아이는 위험한 것 역시 인지하지 못한다.
엊그제인가는 마찬가지로 남편의 비명소리에 놀라 거실로 나가봤더니 아이가 우리집에서 제일 큰 식칼을 들고 해맑게 웃으며 아장아장 걷고 있었다.
분명 싱크대 문마다 잠금장치를 붙여놓았는데 어떻게 된 일이지.
아이를 혼내고 식칼을 제자리에 넣은 뒤 문을 잠그자 아이는 태연하게 잠금장치를 열었다.
단순히 밀거나 당기는 방식이 아니라 위에서 힘을 줘 누르면 잠금장치가 열리고 그 연결고리를 다시 180도 반대방향으로 돌려야 문을 열 수 있는데 이 방법을 아이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며칠 전 내가 싱크대 문을 열 때 율이가 유심히 관찰하던 게 떠올랐다.
더럽고 위험한 것은 까맣게 모르는 아이가 영악하기는 놀라운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