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8. '눈치 볼까 말까' 워킹맘 콤플렉스

by 노향

벌써 15분째 전화기를 들었다 놓았다 했다. 오늘은 율이가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자기로 한 날이다. 그동안 하루 30분, 1시간, 2시간, 2시간 30분, 단계별로 보육시간을 늘려가다가 입학 한 달 만인 오늘 처음으로 5시간을 맡기는 것이다.


다른 아이들은 어떤지 모르지만 우리집 아이의 잠투정은 정말 부모도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어떤 날은 얌전히 잠들지만 정말 드문 일이다. 보통은 떼를 쓰고 소리를 지르다가 울고불고 난리를 친 후에야 겨우 잠이 든다. 그 시간이 30분일 때도 있고 한 시간이나 두 시간을 넘길 때도 있다.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집어던지기도 하고 느닷없이 화를 내기도 한다.


이런 아이의 잠투정을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맡긴다고 생각하니 며칠 전부터 불안하고 마음이 쓰였다. 더구나 어린이집은 아이들이 한번에 다 같이 자는데 우리 아이의 심한 잠투정이 단체생활에 피해를 줄지 모른다는 걱정이 컸다.


이렇게까지 눈치를 보는 게 나의 못난 성격 탓인지, 워킹맘이라서 일주일에 한 번도 보기 힘든 선생님이 조심스러운 건지 모르지만 눈치를 보는 것이 어린이집만은 아니다. 회사에서도 괜한 자격지심에 시달린다.


도대체 왜 임신한 사람에게 평소보다 더 많은 일을 시키나 싶지만 사실은 임신 전 이미 맡은 일이 대부분이다. 또 상사나 동료들 누구도 내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늘 기억하지는 않는다. 나조차 내가 임신한 것을 자주 망각하는데.


그리고 임신했다는 이유로 배려받는 것이 싫었다. 아니, 배려받고 싶지만 당당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그래서 누구보다 일을 많이 했고 열심히 했다. 점심도 거르고 화장실도 참으면서 일한 날은 차마 힘들다는 내색을 하기 싫어 말 한마디도 조심했다.


어느 워킹맘의 글을 읽으니 워킹맘은 더 뻔뻔해져야 한다. 누구에게도 미안해하지 말고 고마움도 당연하게 생각해야 한다. 만약 미안한 상황이라도 '나는 배려받을 권리가 있다.'라고. 그러려면 지금보다 얼마나 더 내공을 쌓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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