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을 안 하고 사는 부부는 없겠지만 요즘은 유난히 힘들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회사 동료나 친구들은 하나같이 우리집 아이아빠만 한 남편이 없다고 했다. 나는 대체로는 그 말에 동의했다. 속사정은 다르지만 우리 부부는 성격이 잘 맞는 편에 속한다.
여기에는 내 노력도 있지만 남편의 타고난 성품이나 인내심이 큰 역할을 했다. 나는 화가 나면 말이나 행동의 선을 넘는 경우가 있는 반면 남편은 마인드 컨트롤이 잘되는 편이다.
그래서 남편을 칭찬하려던 것은 아니고 그럼에도 육아를 하면서는 그런 남편의 마음에 안 드는 점이 너무나 많다.
먼저 가장 중요한 아이 먹는 문제에 있어서 우리 부부는 실패자라고 생각한다. 영양을 골고루 갖춘 이유식을 단 한 번도 제대로 먹여보지 못했다.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남편은 사탕이나 초콜릿을 줬는데 나도 아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느새 포기하게 됐다.
또 우리 부부는 주양육자가 아이아빠임에도 어린이집 선생님은 중요한 의사결정을 엄마인 내게만 맡겼다.
어린이집 현장학습 참여나 보육료 결제 등에 관한 일이다. 어차피 많은 시간을 빼앗기는 일이 아니지만 가끔은 심적으로 버겁다는 느낌이 들었다.
더구나 요즘 회사 업무가 심하게 많은 데다 개인적인 일로 마음고생을 했던 상황에서 육아에 관한 책임을 나 혼자만 진 것 같은 부담에 마음 놓고 숨 한번 쉬기가 힘들었다.
지난주에는 어린이집에서 아이 면담신청서를 작성해 오늘 보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그런데 주말 내내 외출하고 집에 손님이 오고 당직을 서고 나니 시간이 없었다. 어젯밤 잠들기 전 작성한다는 게 초저녁잠이 들었다가 오늘 아침에 깨고 말았다. 조금 지각하더라도 서둘러 작성하고 출근해야지 하다가 마음을 고쳐먹었다.
'아이아빠가 있는데 뭘. 아빠도 부모인데 한번 믿고 맡겨보자.'
하지만 퇴근 후 남편에게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은 "안했어."였다.
부부싸움은 대부분 사소한 일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뒤돌아서 생각해보면 별것 아닌 게 많지만 그때만큼은 절망적이다. 유일하게 의지하던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홀로 덩그러니 남겨진 기분이랄까.
남의 깊은 상처보다 내 손의 작은 상처가 더 아픈 법이라던데 나는 세상의 모든 적들과 외롭게 싸우며 전전긍긍 사는 듯한 기분이 정말 엿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