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결혼이라는 시작 ㅡ 무너지기 전의 꿈

사랑이 전부인 줄 알았다

by merry

사랑,
사랑은 받으려 하지 않고,
이유도 없이 베푸는 거래요.
사랑은 꾸미려 하지 않고,
진실한 거래요.
그래서 묵묵히 지켜보는 거래요.

사랑은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하는 거래요.
그 사람의 행복을 함께 나누는 거래요.
그 사람처럼 말이에요.

사랑하기, 참사랑 하기는 어렵대요.
학교에서 내주지는 않았지만
나의 평생 숙제랍니다.


열네 살의 나는 그렇게 사랑을 정의했다.
받기보다는 주는 것,
꾸미기보다는 진심.
기다리고 인내하고,
무조건적인 헌신과 배려.
나는 그게 사랑인 줄 알았다.

그리고 서른 살의 나는,
사랑 하나면 다 될 줄 알았다.
같은 곳을 바라보면 언젠가 같은 마음이 될 거라 믿었고,
작은 이벤트 하나에도 밤잠을 설치며 설렜다.
서툰 말투조차 “사랑이니까”라며 웃어넘겼다.
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진짜 사랑이라 여겼다.

우린 분명히 달랐고,
그걸 알면서도
‘사랑이면 괜찮아’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 사람의 말 한마디가 하루의 온도를 바꾸고,
한 통의 전화가 내 자존감을 결정짓던 시절.

나는 그 사람을 사랑했고,
사랑받기 위해 나를 조금씩 줄여갔다.
화장을 고치듯, 성격도 조금씩 고쳐야 한다고 믿었다.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나 하나쯤 희생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화초라고 생각했다.
화초는 물을 주지 않으면 시들잖아.
그런 화초처럼,
나는 항상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살아야 한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런 사랑을 꿈꿨다.

그저 무더운 여름날,
느티나무처럼 묵묵히 그늘을 만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지켜주는 것, 희생하는 것.
그게 진짜 사랑이라고 배웠으니까.


이십 대 초반,
바바라 골든의 『사랑하라, 그대 인생의 마지막 날처럼』을 읽으며
“오늘이 당신의 마지막 날이라면,
사랑하는 이를 위해 무엇을 하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 망설임 없이 모든 걸 주겠다고 생각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내 옆에 누운 사람이 이마에 키스를 해줄 거라는
달콤한 상상 속에 살았다.
참, 어쩌면 나는
드라마 속 여주인공처럼 살아갈 거라 깊은 착각의 늪에 빠진 채
서른을 맞이했는지도 모른다.

지금 돌아보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 사랑에 대한 환상이었다.

사랑이 전부라 믿었던 나는,
정작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없는 사랑을 만들고 있었던 거다.

그리고 마흔을 넘긴 지금에서야 조금씩 알게 된다.
사랑은 전부가 아니다.
사랑은 내 삶을 이루는 수많은 감정 중 하나일 뿐.
그 사랑 안에 내가 사라져서는 안 된다는 걸.
내가 없는 사랑은
결국 나도, 상대방도 지치게 만든다는 걸.

사랑이 전부였던 시절이 있었기에
이제는 나를 더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주기만 하던 사랑에서 이제는 나도 함께 웃고 함께 누릴 수 있는 사랑으로,
조금씩, 천천히 , 그리고 나답게 나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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