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 사이, 오늘의 나에게

애쓰면서 살아가는 나에게

by merry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내일이면 암수술 후 추적관찰 2년 검진 결과가 나온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어떤 결과든 받아들이자고 생각했다.

아니 어찌 보면 아무 일 없이 괜찮을 거야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그래, 그게 내 삶이니까.


그런데...

오늘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내일 결과 듣기 전에 초음파를 한 번 더 해보자고 하시네요.”


그 한 문장이 내 하루를 삼켜버렸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왜 다시? 무슨 문제가 있어서?

괜찮을 거라고 나를 다독이면서도

자꾸만 불안해진다.


수화기 너머 간호사에게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용기 내어 물었다. 마음의 준비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저희는 몰라요. 의사 선생님께서 MRI 판독 결과랑

비교해서 다시 한번 보자고 하시네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말끝을 흐렸다.

그녀도, 나도, 말없이 침묵을 삼켰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심장은 두근거리고,

속은 텅 빈 것처럼 가라앉는다.

괜찮은 걸까? 혹시 뭐가 나온 걸까?

‘설마’라는 말과 ‘혹시나’라는 불안이

내 안에서 조용히 싸운다.


누군가에게 이 감정을 털어놓고 싶지만

괜찮은 척하는 게 더 익숙해서

오늘도 그냥 혼자 삼킨다.

잠이 오지 않는다.


내일은 어떤 날이 될까.

한쪽 마음은 아무 일 아닐 거라고 말하지만,

다른 한쪽은 모든 게 달라질까 봐 겁이 난다.


결과보다 더 무서운 건

이 기다림 속에서 흔들리는 나 자신이다.


항상 난 삶과 죽음 사이,

그 어딘가에 위태롭게 서 있는 기분이다.

아주 가느다란 줄 위에 서서

삶이라는 이름의 바람에 몸을 맡긴 채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애쓰며 걷는다.


왜 남들보다 빨리 암에 걸린 걸까.

그것도 두 번이나.

20대의 암, 30대의 암.

마치 ‘살아낸다’는 것이 내게는 늘 시험 같았다.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있다.

단순히 ‘죽고 싶다’는 감정이 아니라,

진짜로 죽음이 내 앞에 와서

조용히 내 삶을 바라보던 순간들.


그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정말 잘 살고 있는 걸까?

지금 이대로 끝나도 후회는 없을까?


그 질문은 나를 아프게 했고,

그 아픔은 나를 살아가게 했다.

후회하지 않게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자 다짐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나를

‘암을 극복한 사람’, ‘밝고 유쾌한 사람’이라 부르지만,

사실 나는 그저 조용히 버티고 있는 사람이다.

아무도 모르게 마음의 무게를 짊어진 채

천천히, 묵묵히 하루를 걷고 있는 사람.

애써 태연한 척하면서 말이다.


모든 걸 혼자 다 끌어안는 내 버릇이

내 몸에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줬는지

지금에서야 조금씩 알겠다.

그래서 더 다독인다.

잘 버텨온 나를,

지금도 견디고 있는 나를.


일찍 자야 좋은 거 알면서도

오늘 밤은 도무지 잠이 오지 않는다.

그저 해가 얼른 떴으면 좋겠다.


그래도, 이 마음을 글로 쓰고 나니 조금 괜찮아졌다.

나, 지금 많이 불안하지만

내일의 나도 오늘의 나를 이해해 줄 거라고 믿는다.


혹시 모를 두려움 앞에서

나는 오늘도 조용히 나를 안아준다.


남들에게는 그저 지나가는 하루일지 모르지만

내게는 하루하루가, 정말 소중하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몇 번이나 건너온 내가 아는

진짜 하루의 무게니까.


살아 있다는 건,

그저 오늘의 공기를 들이마시고

아이의 볼에 조용히 입 맞추고

하루 종일 일에 매달리는 내 모습을

열심히 잘하고 있다고 다독이며 나 스스로를

그저, 안아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모든 것이

내 안의 불안한 마음을 감추려는

작은 몸짓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괜찮아.

정말 괜찮아질 거야.

너 무애 쓰지 말자, 나.

오늘도 잘 살아내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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