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은 없었다
신혼이라기엔 어딘가 이상했다.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까지 다녀왔지만,
우리는 ‘함께 시작하는 삶’이 아니라
‘각자의 공간으로 돌아가는 삶’에 가까웠다.
그는 강원도에서 근무했고, 나는 대구에 남았다.
주말부부.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월부부’였다.
누군가는 말한다.
“그게 더 나아. 전생에 나라를 구한 거지!”
농담처럼 들렸지만, 나에겐 참 무책임하게만 느껴졌다.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결혼.
같이 살고 있는 듯하면서도
여전히 각자의 일상에만 머무는 상태.
그건 ‘우리’의 삶이 아니었다.
주말에야 겨우 얼굴을 볼 수 있었지만,
그 주말조차 온전히 ‘우리’의 시간은 아니었다.
그의 시간에는 항상 가족, 지인, 약속이 있었다.
나는 늘 우선순위 바깥에 있었고,
우리 사이의 거리만큼 마음도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주말마다 반복되는 시댁 일정.
결혼은 둘의 연합이라면서
왜 나는 늘 혼자서 그의 가족 안에서 검열당하고,
불편한 시선을 견뎌야 했을까?
시어머니는 작은 것 하나까지 간섭했고,
시누이는 내 행동을 관찰하듯 바라봤다.
나는 ‘그 집 사람’이 아닌 ‘외부인’처럼 행동해야 했다.
그는 그 상황을 애써 외면했다.
“좀만 맞춰.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그는 늘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 시간이 도대체 언제 오는지,
정말 오기나 하는 건지 묻고 싶었다.
결혼 전 그는 분명 말했다.
결혼하면 내가 있는 곳으로 발령받아
함께 살게 될 거라고.
나는 그 말이 진심인 줄 알고,
그의 달콤한 말에 마음을 열었다.
그런데 결혼 후,
그는 단 한 번도 나와 함께 살지 않았다.
무려 6년 동안.
한 달에 한두 번 잠깐 왔다 가는 사람이었고,
아이 생기기 전엔 하루쯤 자고 가더니
아이 생기고 나서는
한 달에 한 번, 많으면 두 달에 한 번
“바쁘다”는 말을 남기고 휙 돌아가는 사람.
그렇게 그는
늘 혼자였고, 나는 늘 혼자 남았다.
나는 결혼했지만, 결혼하지 않은 것 같았다.
가족이 되었지만, 가족이 아닌 것 같았다.
이게 내가 그토록 원했던 ‘가정’일까?
내가 꿈꿨던 신혼은
왜 이렇게 외롭고, 피곤하고, 낯설기만 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