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결혼이라는 시작 - 무너지기 전의 꿈

제사상 앞에서 나는 사라졌다

by merry

결혼 후 처음 맞이한 그의 집안 제사.

그는 먼 거리에서 근무 중이라는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그가 없는 그 자리에 당연한 듯 불려 갔다.


퇴근은 저녁 8시.

하루 종일 서서 일하던 다리엔 힘이 풀려 있었고,

마음은 집으로 향했지만 몸은 그의 큰집으로 향해야 했다.

아무도 내게 “괜찮냐”라고 묻지 않았다.

그저 ‘며느리니까’, ‘첫제사니까’ 당연히 가야 한다는 시어머니의 말뿐이었다.


우리 집은 기독교 집안이었다.

제사라는 문화는 내게 낯설고 어색하고 불필요한 의식이었다.

하지만 결혼을 했으니, 이제는 그 집의 일원이 되었으니

좋은 마음으로,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나는 그 자리에 나를 앉혔다.


늦은 시간, 제사 준비로 분주한 어른들 틈에서

나는 조용히 인사를 드리고,

지친 몸을 이끌고 음식 준비를 도왔다.

말없이, 묻지 않고, 그저 잘하고 싶었다.


제사가 시작되기 전,

그의 큰아버지는 내게 말했다.

“여자들은 절 안 해도 돼. 그냥 앉아 있어도 돼.”

그 말에 어렴풋이 안도의 숨을 쉬려던 찰나,

시어머니가 강하게 끼어들었다.

“얘는 며느리잖아요. 첫제사인데 절 해야죠.”


나는 기독교 신자라고, 절은 어렵다고 말했지만

그녀는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 말이 무색할 만큼, 그녀는 내 신념을 무시했다.

내가 머물던 공간, 내 존재는 그녀의 기준 속에선

단지 ‘며느리’ 일뿐이었다.


두 분은 내 앞에서 언쟁을 벌였다.

절을 해야 하느냐, 하지 않아도 되느냐.

하지만 그 논쟁 속에,

정작 나의 의견은 어디에도 없었다.

나는 아무도 배려하지 않았던 그 자리에

조용히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


왜 그랬을까.

왜 나는 그렇게까지 눈치를 보며

누구의 말도 아닌,

나 아닌 타인의 신념에 맞춰야 했을까.


그때는 그냥… 좋은 며느리가 되고 싶었다.

어른들 사이에서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저 원만하게, 조용히 지나가길 바랐을 뿐이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날은 내 신념이 꺾인 날이었고,

내가 나를 지키지 못한 날이었다.


시어머니는 나를 위해서가 아닌

체면을 위해 나를 절하게 만들었다.

큰아버지의 말조차 무시하고,

그녀는 '며느리는 절해야 한다'는

자기 기준만을 나에게 들이밀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첫제사를 생각할 때마다

눈앞이 흐려진다.

그건 단순히 문화의 충돌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존중이 없었던,

내 존재를 처음으로 부정당한 순간이었으니까.


그리고 나는 그날,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이 결혼 안에서 나는 점점 사라지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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