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와 ‘고맙습니다’ 사이에서

말의 무게, 말의 온도

by merry

나는 "감사합니다"와 "고맙습니다"를 번갈아 쓰며 살아간다.

두 단어는 같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이 향하는 방향은 다르다.


"감사합니다"는 정돈된 단정함을 입고 있다.

마치 정장을 차려입은 듯, 어디에 내놔도 부족함 없는 공손한 말투다.

하지만 가끔은 그 말 안에 내 마음이 다 실리지 못한 것 같은

공허함이 스친다.

감사의 표현이지만, 어딘가 딱딱하고 차분하다.

진심보다는 형식이 먼저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반면 "고맙습니다"는 조금은 어눌하지만 진심이 묻어난다.

입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고, 그 말을 건네는 순간 눈을 마주치게 된다.

나도 모르게 손을 가슴에 얹게 되는 그런 말이다.

어릴 적부터 들어온 말이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메리야, 엄마한테 고맙다고 해야지.”

“엄마, 고마워요.”

그때부터 ‘고맙습니다’는 말은 배움보다 마음으로 익혔다.


하루에도 수없이 "감사합니다"를 말한다.

고객에게, 거래처에, 어른들에게, 문자를 마무리할 때.

그럴 땐 그 말이 ‘예의’라는 옷을 입고,

필요에 의해 입 밖으로 나온다.

진심이 없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마음의 결이 그대로 전해지는 건 또 별개의 문제다.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말을 되짚으며 나는 가끔 스스로에게 묻는다.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한 말이었을까?”


어느 날, 오랫동안 찾아오던 단골 고객에게서 문자가 왔다.

머리를 하러 왔을 때 건강 문제로 검사를 받았다고 걱정하셨던 분이다.

검사 결과가 나올 시기가 되어 먼저 문자를 드렸다.

"결과 괜찮으셨어요?"

잠시 후 도착한 답장은,

“생각해 줘서 너무 고마워요.”

그 한 문장이 마음속에 오래 머물렀다.

‘고맙다’는 말이 이렇게 따뜻하고 묵직할 수 있다는 걸

그때 다시금 깨달았다.

만약 그분이 “감사합니다”라고 했다면,

이토록 가슴이 울컥하진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고맙습니다'는 감정의 언어이고,

'감사합니다'는 관계의 언어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미용사이자 CS 강사로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감사합니다”다.

시술이 끝났을 때, 강의가 마무리될 때, 피드백이 끝났을 때.

하지만 내 마음에 오래 남는 순간은,

누군가 내 눈을 바라보며

“진심으로 고마워요.”라고 말해준 그 장면들이다.

‘감사’보다 ‘고마움’이 오래 남는다.

고마움은 마음의 체온을 닮았으니까.


나는 1층 로드매장에서 일한다.

지나가는 청소하시는 분들, 물건 배송하시는 분들이 눈에 들어올 때면

내 시간이 허락하는 한, 시원한 음료 한 잔을 건넨다.

이 더운 날, 얼마나 힘드실까.

꼭 나에게 무언가를 하러 온 분들이 아니더라도,

그들이 묵묵히 그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응원하고 싶어진다.


"이 더운 날, 시원한 거 한잔 드시고 일하세요."

그러면 돌아오는 말.

"고맙습니다. 갈증 났었는데 덕분에 잘 마셨어요."

단순한 말 한마디지만,

그 안엔 서로를 향한 따뜻한 시선이 있다.

“감사합니다”보다 짧았지만,

“고맙습니다”는 훨씬 길게 남았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감사합니다”를 말하며 살아갈 것이다.

이 사회가 요구하는 예의를 따라야 할 때도 있고,

정중한 거리를 유지해야 할 관계도 있으니까.

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에 온기를 전하고 싶을 땐,

주저하지 않고 “고맙습니다”를 선택할 것이다.


사람의 말투에는 그 사람의 성격이 담겨 있다.

나는 어떤 말투로, 어떤 말로 나를 보여주고 있을까.

지금 내 입에서 나오는 “감사합니다”는 진심일까?

혹시,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말에는 온도가 있다.

그리고 그 온도는, 전해진 사람의 기억 속에 오래 남는다.


누군가에게 습관처럼 던진 “감사합니다”가

의외의 위로가 되기도 하고,

무심히 흘러나온 “고맙습니다”가

진심보다 더 진심처럼 들릴 때도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말의 무게를 생각하며 살아간다.

내가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사람이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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