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나는 게스트하우스를 사랑합니다.
게스트하우스와 나는 처음부터 '일로 만난 사이'였다. 게스트하우스를 고객보다는 스태프로서 먼저 경험했고, 여행 가서 게스트하우스에서 숙박한 경험보다 일을 하다가 게스트하우스에서 숙박한 경험이 더 많다. 무엇이든 좋아하는 것도 일이 되면 좋아하는 마음이 달라진다고 했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게스트하우스는 처음부터 일이었고, 그중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일이어서 그런지 꽤 오랜 시간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을 수 있었다.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순수한 마음 덕분에 업계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는데, 이 글을 쓰는 것도 그중에 하나다.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꾸준히 글을 써서 책을 내는 것인데, 이 경험을 통해 꾸준히 글 쓰는 연습을 했고, 나의 버킷리스트에 한 발자국 더 다가설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이 게스트하우스에서 시작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게스트하우스를 포기할 수 없다.
누구도 나에게 게스트하우스에 관심을 가지라고 등을 떠민 적은 없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스스로의 선택이었고, 그 선택에 대해 나는 최선을 다해 책임지고 싶었다. 그 마음이 통했는지, 이제는 가끔 다른 사람들에게 '게스트하우스를 포기하지 말아 달라.'라는 부탁을 듣기도 한다. 나라는 사람의 수식어 중에 하나가 '게스트하우스'가 된 만큼 나는 게스트하우스를 포기할 수가 없다.
안타깝게도 시간이 흐르면서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되면 싫어지는 법칙은 나에게도 유효했고,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마음은 어느새 애증으로 변해 있었다. 게스트하우스의 성장기와 침체기를 모두 겪으며, 때로는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애정이 샘솟기도, 때로는 게스트하우스 '게'자만 들어도 치가 떨릴 만큼 싫을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내 마음은 점점 커져만 갔다. 내가 가장 오랜 시간 동안 마음을 쏟았던 일이어서도 그랬지만, 게스트하우스가 가진 어떤 매력에서 헤어 나올 수 없었던 것 같다.
나는 도대체 게스트하우스의 어떤 부분에 매료되어 이렇게 게스트하우스를 포기할 수 없다고 외치고 있는 걸까. 혼자서 답을 내려보기로 했다.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 글의 마지막이 바로 지금이다.
작년 12월부터 총 13편의 글을 쓰는 동안 사실 나에게는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다. 이 글 덕분에 새로운 숙소를 운영하게 되기도 했고, 이 글 덕분에 새로운 분야(숙소 운영에 대해 이야기하는 유튜브 채널 런칭)에 도전하기도 했고, 숙소의 운영의 중심에서 잠시 벗어나 객관적인 시각으로 숙소 운영에 대해 생각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여러 가지 변화 중에 가장 만족스러운 것은 내가 왜 그토록 게스트하우스에 애정을 쏟았고, 심지어는 집착하기까지 했었는지 알게 된 것이다. 운영에 치여 점점 잊혀 가던 초심을 되찾을 수 있었다.
"마음에 여유 되찾기"
운영했던 모든 숙소를 통틀어 11번째의 숙소를 맡았을 때, 그리고 위탁 운영했던 숙소로는 7번째 숙소를 맡았을 때 즈음 나는 심각한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다. 게스트하우스 운영에 혁신적인 무언가를 찾아내고 만들어내고 싶었지만, 늘 제자리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늘 숙소 운영에 매여 휴식이 부족했고, 매출과 예약률을 상승시키고, 유지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나 자신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래서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생각을 잠시라도 멈추고자 강제로 휴일을 정해 지키려고 노력했다. 숙소의 컨디션은 숙소 운영자의 컨디션과 같아서 내 마음에 여유가 사라지자 숙소의 곳곳에서도 자꾸만 빈틈이 늘어나 되려 괴로워지기만 했기 때문이다. 강제로라도 쉬지 않으면, 계속 구멍이 많아지고, 회복이 더 어려워질 것만 같았다. 숙소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마음을 내려놓고, 숙소를 멀리서,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숙소를 운영하면서 규칙적인 휴식을 갖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휴식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운영자의 컨디션은 곧 숙소의 컨디션과도 같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다른 일들을 통해 환기의 시간을 가지며 숙소에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기 위해 노력했었다.
다시 숙소에 애정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새로운 공간들을 방문하면서이다. 가장 좋은 것은 잘 운영되고 있는, 후기나 평가가 좋은 다른 숙소들을 방문해보는 것이지만, 시간이 부족하다면, 카페, 음식점, 전시 등 문화/여가 활동을 하는 공간들을 방문해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특히 공간이 주는 힘이 중요한 장소들이라면, 장르를 불문하고 직접 방문해서 경험해보는 것만으로도 숙소 운영에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경험들의 좋은 점은 첫 번째, 공간 구성, 인테리어 등 좋은 사례를 보고 배워 나의 숙소에 적용할 수 있다. 두 번째,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 받는 입장이 되어,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뒤돌아보고 개선/보완하는 평가가 가능해진다.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이왕이면 유사한 숙박 공간을 방문해보면 가장 좋겠지만, 다른 업종이어도 가능한 자주 좋은 공간들을 방문하여 즐거움과 배움을 경험하는 것을 추천한다.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애정으로 시도한 여러 가지 활동들"
숙소 운영의 매너리즘에 벗어나고자 시도했던 여러 가지 활동들은 다시 숙소에 대한 애정을 되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첫 번째로 시도한 것은 "숙소 운영에 대한 콘텐츠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 개설'이었다. 숙소 운영에 대한 정보들은 온라인에서 몇 번의 검색과 클릭만으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영상 콘텐츠는 많지 않았다. 특히 숙소를 이용한 고객들의 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지만, 운영자의 입장에서 운영 정보를 공유하는 콘텐츠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기 이전에 오프라인에서 매 달 1회씩 무료 교육을 열었었는데, 당시 신청자 숫자를 통해 해당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오프라인 교육은 지정된 장소와 시간 때문에 참석이 어려운 사람들이 많았었고, 이를 대체할만한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요청이 끊이지 않았다. 또, 유튜브 채널 자체의 성장과 급격한 사용자 증가로도 영상 콘텐츠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었다.
그래서 숙소 운영을 하며 쌓아온 노하우나 객관적인 정보들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여 전달하는 등 숙소와 관련된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공유했다.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과정을 통해 숙소 운영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다시 한번 습득하고, 그동안의 경험에서 얻은 사례들을 되돌아보며 숙소 운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다.
두 번째로 시도한 것은 '공용공간 활용의 새로운 시도'였다. 그동안은 숙소의 모든 공간은 객실을 예약한 고객들만을 위한 공간으로 운영해왔다. 성공적인 숙소 운영의 첫 번째 조건은 투숙객의 만족이었기 때문에 무엇보다 실제 숙박하는 고객들의 경험에 모든 초점을 맞추었었다. 하지만, 실제로 많은 숙소에서 공용공간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진 경우가 허다했고, 공용공간을 투숙객에만 한정 짓는 것은 숙소 운영에 여러 가지 위협이 되었다. 공간은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활기를 띠고 더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동력이 된다. 하지만, 숙소의 공용공간은 사람들이 잠시 스쳐 지나가는 정도의 공간이었고, 공용공간이 죽자 숙소의 분위기도 따라서 침울해지기도 했다. 공간을 살리는 가장 쉬운 방법은 공간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방법이기도 하다. 공간에 대한 목적이나 타깃이 명확하지 않으면 공간을 찾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숙소의 공용 공간은 투숙객의 휴식 공간, 조식 공간, 정보를 얻는 공간, 교류하는 공간 등의 목적이 있었지만, 이런 목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면 공간은 제 기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1년 중 제대로 이용되는 날이 많지 않은 공용 공간을 조금이나마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공간 운영 목적에 조금의 변화가 필요했다. 공용공간을 투숙객 이외의 사람들도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하는 것이었다. 보통 호텔에는 레스토랑, 카페, 연회장, 회의장 등 투숙객이 아닌 사람들도 이용이 가능한 공간과 시설들이 많다. 이처럼 게스트하우스에도 작지만, 버려진 공간들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보는 것이었다.
우리가 운영하는 숙소에는 꽤 훌륭한 옥상이 있었다. 옥상을 1년 내내 빨래터로만 이용하기에는 너무 아쉬웠고, 옥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해보기로 했다. 게스트하우스 옥상에서 누구나 참여하기 쉬운 여행 프로그램을 개최하여 투숙객, 비투숙객 할 것 없이 누구나 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실제로 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지나가던 동네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들어와서 함께 프로그램을 즐기기도 했다. 이로써 숙소의 공용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고, 그동안 빠져있던 매너리즘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게스트하우스의 공용공간을 활용하기 위해서 그동안 한국 음식 만들기, 시즌 파티, 투어, 영화/스포츠 관람 등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숙소만의 특색이라고 할 정도로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어려웠다. 하지만 조금만 시각을 바꿔도 공간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오픈하고 경험하게 하여, 공간 자체에 활력을 불어넣고 운영 동력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게스트하우스의 매력 발견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그래서 벌써 게스트하우스를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무엇보다 숙소 운영이라는 커리어에서 가장 큰 목표였던 '나의 숙소 운영하기'를 '아직'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진짜 게스트하우스의 사장이 되는 그날까지 게스트하우스와 함께해보려고 한다.
큰 범위에서 보면 게스트하우스는 잠자리 혹은 숙박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이다. 공간이라는 넓은 테두리 안에서 생각하면 게스트하우스에서 아직은 시도해볼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하다. 공간은 누가 그리고 무엇으로 채우냐에 따라 계속 머물고 싶은 공간이 되기도 하고, 외면받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게스트하우스도 마찬가지다. 아직은 게스트하우스를 더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고, 게스트하우스에 재미난 상상들을 더해보는 시도를 해보고 싶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다양한 숙박문화가 생겨나고 사라지고 변화해온 것과 같이 숙박문화는 계속해서 변화할 것이다. 10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국내에 게스트하우스, 쉐어하우스, 비앤비, 코리빙 등등 숙박에 관련된 다양한 숙박 형태와 문화가 자리 잡게 것처럼 앞으로는 또 어떤 새로운 숙박 형태가 생겨날지 기대가 된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그때는 '새로운 형태의 숙박문화, 새로운 형태의 숙박 형태'에 대해서도 글을 써보려고 한다.
숙박문화가 다양하게 변화해 나가는 흐름 속에서 계속 살아남아 있기를 바라며,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나의 경험과 생각들에 대한 이야기를 마친다.
*이 글은 숙박전문 매거진, 매거진 온(Magazine On)에 기고한 글입니다.
*이 글은 직접 국내외에서 10여 개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전국에 게스트하우스, 비앤비, 펜션 등 다양한 숙소들을 컨설팅, 교육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