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늘 길게 느껴지는 5월인데, 유난히 올해 5월은 훨씬 더 길게 느껴졌다. 5월은 가정의 달이자, 석가탄신일과 무엇보다 나의 소중한 사람들의 생일이 있는 달이라, 5월이 오기 전부터 마음이 바빴는데,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로 훨씬 더 바쁜 시간을 보냈다.
#코로나19로 강제 이산가족
지난 4월 가족 중에 코로나 확진자가 생겼다. 가족들은 걱정과 긴장의 나날들을 보냈다. 다행히 코로나로부터 해방이 되었지만, 여전히 조심스러운 마음이라 이번 어버이날은 식사 없이 지나가기로 했다. 미리 한 달 전쯤 예약해둔 어버이날 기념 케이크와 꽃바구니를 들고 본가를 찾았다. 마스크를 착용한 채로 현관에 서서 10분 정도 인사와 짧은 대화를 나눈 후 밖으로 나왔다. 늘 어버이날은 바빠도 한 끼 식사 정도는 함께 했는데, 신발도 벗지 않고 서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고 속상했다. 그래도 조심해야 하니까. 올해만 이렇게 지나가길 바라며, 아쉬운 마음을 접어두었다. 얼른 모두 백신 맞고, 앞으로도 건강하게 지냈으면!
#1박 2일 경주여행
오랜만에 대학 친구들과 경주로 여행을 떠났다. 자주 여행지 후보에 오르던 강릉, 부산 같은 곳들은 뒤로 하고, 새로운 여행지로 경주를 택했다. 모두가 뚜벅이인 우리는 모두 아직도(?) 잘 어울리는 백팩을 메고 여행을 갔다. 내내 비가 예정되어 있던 주말, 다행히 우리가 여행하는 동안에는 우산을 써야 할 만큼 비가 쏟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들고 갔던 우산은 서울로 돌아와서야 백팩에서 꺼냈다. 스스로 비몰이 여자들이라는 별명을 붙일 만큼 우리가 특별한 일정을 잡으면 꼭 일기예보가 '비'였다. 함께 있을수록 맑을 날을 보는 것이 드문 우리들. ㅎㅎㅎ 그래도 함께 있으면 즐겁다. 여하튼 오랜만에 방문한 경주는 참 좋았는데, 내가 기억하는 경주의 모습과 달라서 놀라웠다. 황리단길을 정말 많이 번화하였고, 요즘 유행하는 모든 것들이 모여 있었다. 경주여행의 하이라이트는 한우였다. 정말 놀랍도록 맛있었던 한우. 다음에 다시 경주를 가야 할 이유를 누가 묻는다면, 한우라고 답할 수 있을 정도로 훌륭했던 감동적인 저녁식사였다. 아주 만족스러운 저녁식사 후, 동궁과 월지, 그리고 첨성대의 야경을 보고 숙소로 이동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또 한 번 아주 기억에 남을 만한 에피소드가 생겼다. 숙소의 퀄리티가 무려 2000년대 우리가 수학여행을 떠났을 무렵과 흡사했다. 평소라면 철두철미하게 후기를 살펴봤을 우리인데, 어쩐지 이번에는 이상하게 무언가에 홀린 듯 숙소를 예약했더랬다. 나름 국내에서 브랜드가 있는 리조트였는데, 우리에게 기대하지 않았던 과거 여행을 시켜주었다ㅎㅎㅎ 이 또한 친구들과 함께라 즐거웠다. 숙소 때문에 잠도 잘 못 자고 무려 아침 8시에 체크아웃을 했지만, 잘 먹고 잘 놀고 돌아왔다...! 다음엔 숙소 후기 잘 살펴보기로.
#영등포 로컬 레스토랑 그랜드 오픈
회사에서 내가 맡고 있는 F&B 브랜드인 로컬 레스토랑이 긴 가오픈을 마치고, 5월 8일 그랜드 오픈을 했다. 작년 11월부터 4월까지 6개월 간의 긴 가오픈 기간을 가졌다. 가오픈이 길었던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어찌 됐든 모두 다 좀 더 나은 음식과 서비스 그리고 가치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가오픈을 종료하고 2주 동안은 그동안 부족했던 부분들을 보완하고, 로컬 식재료를 배우기 위해 지역으로 인사이트 트립을 떠나기도 했다. 정식으로 문을 연 지 이제 막 한 달이 되어가는데, 정말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끼고 있다. 이전까지는 전혀 모르던 F&B라는 새로운 세계를 만나 즐겁기도 하고, 걱정도 많다. 이 F&B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좀 더 자세하게 풀어볼 예정이다. 처음 접해보는 F&B 분야에, 처음 맡아본 브랜딩에 대해서 책도 많이 읽고, 가보지 않았던 공간이나 마켓도 경험해보며 시야를 키워가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새로운 도전은 너무 어렵지만, 그래서 너무 신나고 재밌다! 우리 팀의 노력이 쌓이고 쌓여서 언젠가는 정말 대박 나면 좋겠다. 이제 막 시작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브랜드가 되어 있을 모습을 상상해본다. 6월도 화이팅.
#분홍머리가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드디어...! 그토록 해보고 싶었던 분홍색으로 염색을 했다. 그것도 셀프 염색으로! 분홍머리 염색의 계기는 카메라 앱 스노우에서 필터를 씌워보니 생각보다 잘 어울려서! 하지만, 염색하는데 돈도 시간도 많이 든다. 근데 어차피 염색해도 길어야 일주일밖에 유지되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으로 버블 염색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하고 싶은 색깔을 찾았는데, 하필이면 여기저기 다 품절이라 반 포기 상태였다. 그런데 이태원에 놀러 갔던 날, 혹시나 해서 올리브영을 지나가다 들렸는데, 내가 원하는 그 색깔이 딱 하나 남아 있었다! 그래서 바로 들고 옴! 그리고 바로 다음 날이 일요일이라, 바로 염색을 했다. 버블 염색은 정말 쉬웠다. 확실히 탈색한 부분은 마치 머리카락이 염색약을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이는 것처럼 아주 빠르게 물들었다. 설명서에 나온 대로 30분 정도가 지나고 머리를 감았는데, 정말 딱 내가 원하는 그 색깔이 나와주었다. 뿌듯 :) 셀프 염색이 이렇게 맘에 들 수 있다니!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머리라 셀카를 열심히 찍어두었다ㅎㅎㅎ 그리고 역시나 예상대로 분홍머리는 빠르게 사라졌다. 이번엔 더 빠르게 삼일천하로 끝나버린 염색. 분홍머리가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너무 만족스러웠던 염색! 다음에는 또 무슨 색을 시도해볼까?
#감동제작소 CEO
요즘은 감동받는 일이 많이 줄었다. 감동받는 일이 많이 줄은 건지, 내가 감동을 잘 못 느껴진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워낙 소확행을 지향하는 편이다 보니, 작고 소중한 감동 모먼트 사라진 것 같은 느낌에 우울해졌다.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내가 감정을 잘 못 느끼게 된 건 아닌가? 하고 말이다. 물론 그럴 일은 없을 것 같긴 하다. ENFP가 감정을 잃을 리가 없어! 물론 내 안에 에너지가 많이 소진됐음을 느낀다. 그래서 평소와 같지 않다는 것도 느껴진다. 번아웃 증후군은 아닌가도 생각하고 있다. 물론, 근데 나는 마냥 쉰다고 해서 상태가 좋아질 것 같진 않다. 무언가 또 푹 빠져들 것이 생긴다면, 불안하고 두려운 감정은 사라지지 않을까. 쉽게 기뻐하고 잘 울고 화를 참지 않는 나인데, 이상하게 요즘은 어떤 일에도 마음이 가라앉는다. 차분해지는 게 어른인 걸까? 그렇다면 평생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 평생 꺄르르 푸하하 웃으면서 살고 싶다. 아무튼 그래서 스스로에게 극단의 조치를 내렸다. 바로 감동을 제작하는 것. ㅎㅎㅎ 즐거운 일이 없다면, 만들어서라도 즐겁자며, 하루에 하나씩 감동 모먼트를 사진을 남기고 있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회사에서 팀원들이 감동제작소 CEO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근데 또 이상하게 이게 너무 맘에 든다. 이게 바로 감동 모먼트였다ㅎㅎㅎ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있어서 참 다행이다.
벌써 6월이라니, 시간이 참 빠르다. 6월도 5월만큼 무지 바쁘고 정신없을 것 같다. 6월에는 감동 모먼트가 많아지고, 바쁜 만큼 열매를 맺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6월에는 6월 마지막 날 회고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