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도 100% P의 생존 전략
매일 저녁 식탁에 앉는다. 식탁 가득 펼쳐진 책과 문제집을 찾아 필요한 부분을 추려내 큐레이션 한다. 방학 목표를 눈에 새기고 주간 계획을 확인하고 데일리 플래너에 다음날 해야 할 To do list를 적는다.
쪼꼬미가 부스스 일어나 식탁에 앉는다. 하루 스케줄과 To do list를 확인하고 스스로 시간 계획을 세운다. 만 3년째다.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시작한 플래너 쓰기는 습관이 되어 하루 루틴을 지탱한다.
MBTI로 사람을 구분할 수는 없지만 성향은 가늠할 수 있다. ESTP - 특히 순도 100% P - 인 나는 대학에 가려고, 일을 잘해보려고, 애를 잘 키워보려고, 즉 생존을 위해 J에 빙의되어 살고 있다. 날것 그대로의 삶을 살았더니 늘(주로 막판에) 최선을 다하지만 주어진 상황에서의 최적의 결과를 만드는 편이라 아쉬움이 쌓였다. 간혹 대박 결과가 나오는데 이것은 말 그대로 운명이 도와준 대박인 건지, 순간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결과가 좋은 건지, 아니면 실력인지 다음 결과를 확신할 수 없는 순간들이 힘들었다.
새롭고 흥미롭고 신나는 샛길로 새는 본성을 부여잡고 목표와 목적을 되새김질했다. 수험생으로 기획자로 플래너가 쌓여가는 만큼 J형 잔근육이 붙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인생과업, ESFP로 추정되는 쪼꼬미에게 나는 일찍이 알지 못했던 루틴과 계획하는 삶의 안정성 = J 같은 계획 습관을 선물하고 싶었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언제 준비를 시작해야 하는지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어떤 스텝을 쌓아야 하는지
쌓아서 이룬 성취가 얼마나 대단한지
그럼에도 실패하면 어떻게 보완해야 할지
매일 경험하며 쌓아가는 중이다.
그 와중에도 우리는 샛길과 딴짓을 원한다. 샛길은 열어두고 딴짓은 빠르게. 주중 하루는 일정 없는 날을 비우고 주말에는 학원을 넣지 않는다. 그렇게 플래너를 하루씩 만 3년, 습관의 성을 쌓고 있다.
내가 확신하지 못했던 결과들, 이 아이는 정확하게 파악하고 다음 스텝을 빠르게 찾았으면 좋겠다.
내가 흘려보낸 시간, 놓쳤던 기회를 이 아이는 잡았으면 좋겠다.
여러분들은 MBTI가 어떻게 되시나요?
저는 100% P였다가 점점 변해가는 것 같아요.
요즘은 숙제 계획 세울 때, 책-문제집-부교재-체험을 일치시킬 때 그렇게 희열을 느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