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현실적인 이유만으로도 충분하다
퇴사 생각이 들 때마다 한숨이 나왔다. 그 동안 쉬지 않고 달렸으니 ‘오래 여행을 갈까’, ‘바빠서 미루던 취미생활을 해볼까’. 이런 고민은 현실에서는 떠오르지 않았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뭐 먹고 살지’, ‘이 다음에 뭐 하지’ 였다. 직장인 8년차 워킹맘은 커리어가 끊기면 사회 생활 자체가 끝일 수도 있기에 필사적으로 일하는 엄마로 살아남는 방법을 고민해야 했다.
육아. 평범한 이유였다. 당시 6세 아이는 엄마 아빠 얼굴을 주말에만 겨우 볼 수 있었다. 그마저도 등은 종일 침대에 붙어있었다. 둘 다 출퇴근 왕복 3시간 이상, 365일 24시간 업무 성수기였다. 딸은 태어나서 지금껏 쭉 그랬으니 아무렇지 않을 수 있으나 부모 마음은 그게 아니었다. 카톡으로 받는 성장 앨범과 영상통화 육아는 그만하고 싶었다. 일 하는 나는 행복하지만 우리는 행복한가라는 질문이 맴돌았다.
우리는 만으로 5년을 꽉 채워 시댁 방 한 칸에 얹혀살았다. 업계 1위, 존경스러운 대표님, 회사가 자랑스러워서, 일하는 내 모습이 좋아서. 이유가 뭐든 강한 업무 강도와 시댁살이는 문제 되지 않았다. 매일 아침 6시, 현관문을 나설 때 또각 거리는 하이힐 소리가 좋았고 늦은 밤에는 노트북 불빛에 의존하며 화면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느낌이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일 빼고 아무것도 안 하는 며느리를 이해해주시는 과분한 시댁이었음에도 몸 편히 마음 편히 쉬고 싶었다. 손바닥만해도 꽃하은의 공간이, 내 공간이 필요했다. 화장실 말고.
오롯이 우리 가족을 꾸리려면 방법은 하나였다. 육아 문제로 합가했으니 내가 온전히 육아를 책임져야 분가가 가능했다. 남편은 딸의 돌찬치 날에도 바빠서 오지 못했다. 평일엔 회사에서 먹고 자고 주말 중 하루라도 퇴근하면 다행이다. 합가 전 시터 이모도 구해보고 CCTV도 달아봤지만 하은이는 할머니를 원했다. 육아를 하려면 결국 내가 퇴사해야 했다.
꽃하은 9시 등원, 2시 하원. 내가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은 5시간. 집안일도 해야 하니 평일 오전을 선택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은 프리랜서였다. 그러나 내 직무는 외부에서는 하기 어려워 경력을 이어간다는 것은 욕심이었다. 분명 우리를 위한 결정이었음에도 막상 ‘분가’를 얻고 ‘경력’을 내려 놓으려니 망연자실했다.
'분가의 대가2'에서 연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