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9년 차, 같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그동안 부서를 옮기기도 했지만, 같은 곳에서 일하는 것은 따분하다. 그 따분함을 견디기 위해 나는 어떤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고, 작년부터 시작된 준비는 어느새 700시간의 노력이 되었다.
친구들을 만나러 KTX를 타고 가는 길, 넷플릭스에서 어떤 영화를 볼까 고르던 중 '포레스트 검프'를 보게 되었다. 뉴욕에서 혼자서도 가끔 갔었던 식당 '부바검프'의 배경이 된 영화였다. 주문을 할 때면 'Stop Forrest Stop'라는 표지를, 하지 않을 때는 'Run Forrest Run'이라고 표지를 바꿔주며 새우요리로 가득했던 재미있는 식당이었다.
'포레스트 검프'라는 이름의 자폐를 가진 남자가 주인공이었고, 항상 놀림을 받다가 유일한 친구 제니를 만나게 된다. 다리를 절뚝거리며 보조장치 없이 걷기 힘들었던 포레스트는 어느 날 친구들에게 또 괴롭힘을 당하며 쫓기고 있었고, 제니는 포레스트에게 소리쳤다. "Run forrest, 달려 포레스트!" 제니의 외침을 뒤로 괴롭히는 아이들을 피해 달리던 포레스트의 안전장치가 갑자기 부서지기 시작했고, 포레스트의 다리는 더 이상 절뚝거리지 않았다. 어느 순간 포레스트는 누구보다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계속해서 달리는 포레스트를 보며, 눈물이 자꾸만 터져 나오려고 했다.
최근에 글을 쓰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 작년부터 준비해 오던 시험을 위해 금주, 저녁 약속 금지, 오직 한 가지에만 집중하기를 실천하며, 시험 전 마지막 한 달간은 새벽 6시에 일어나서 공부하기, 퇴근 후 삶은 계란 두 개를 먹으며 도서관으로 가곤 했다. 업무를 하며 무언가를 목표로 한다는 것은 마음보다는 몸이 더 힘든 일이었다. 아주 오랜만에 그토록 열심히 사는 내 모습을 보았다. 시험에서 결국 합격하지는 못했지만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이 위안이 되었다. 무언가를 위해 죽을힘을 다해 노력하는 내 모습에 뿌듯했다.
'이타카로 가는 길'이라는 시를 좋아하는데, 이 시가 마치 그동안의 노력을 위로해 주는 것 같았다. 그 700시간의 과정 속에서 나는 이미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다. 무엇이든 노력하면 할 수 있는 사람, 더 이상 시간이 없다거나 몸이 힘들어서라는 핑계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언제나 이타카를 마음에 두는 한 나만의 달리기는 계속될 것이다.
언제나 이타카를 마음에 두라.
네 목표는 그곳에 이르는 것이니
그러니 서두르지는 마라.
비록 네 갈길이 오래되더라도
늙어져서 그 섬에 이르는 것이 더 나으니
길 위에서 이미 너는 풍요로워졌으니
이타카가 너를 풍요롭게 해 주길 기대하지 마라.
이타카는 너에게 아름다운 여행을 선사했고
이타카가 없었다면
네 여정은 시작되지도 않았으니
이제 이타카는 너에게 줄 것이 하나도 없구나
설령 그 땅이 불모지라 해도
이타카는 너를 속인 적이 없고
길 위에서 너는 현자가 되었으니
마침내 이타카의 가르침을 이해하리라.
포레스트는 무엇을 향해 달렸을까.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달렸고, 마침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고, 행복했다. 힘차게 달리는 포레스트를 보며 마음이 울컥했던 것은 그처럼 열심히 달렸던 내 모습이 생각나서였다.
나도 매일 달려왔고, 달리고 있다. 어떤 목표를 가지고 달리느냐가 중요했다.
2023년 올해의 나의 목표들. 여행, 수영, 영어, 운동, 책 출판...
도전하는 것을 잊지 않기. 떠나는 것을 멈추지 않기. 언제나 행복하기.
모두 나를 위한 것이다. 나와 가장 오래 함께하는 사람은 바로 '나'라는 말을 어디에선가 읽었다. 나를 가장 많이 아껴주고, 제일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 또한 '나'이기에, 나는 나랑 제일 즐겁게 보내기로 결심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것을 할 때 가장 즐거운지, 어떤 사람을 만날 때 행복한지가 우선이 되고, 언제나 행복을 향해 살아가는 것을 잊지 않으며, 계속해서 달리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