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회사원이다. 이 부서, 저 부서에 옮겨 다니며 사람을 주로 상대해야 하는 일을 맡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정말 이 일에 맞지 않아'라며 혼자서 열을 내고 식히는 과정을 반복한다. 내 안의 조용한 평화를 끌어내는 'Inner Peace'를 포스트잇에 적어 붙이며 초심을 잃지 말자고 다짐한다.
가장 사랑하는 LA
'내 일상의 안전지대를 넘지 못하도록'
어느 순간부터 사회생활을 하는 것은 내 일상의 안전지대를 넘어서는 것으로 느껴졌다. 안전하지 못한 것, 내 마음을 힘들게 하는 어떤 것으로부터 나를 지킬 필요가 느껴지는 일. 그 후로 '일상적인 나'와 '사회생활을 하는 나'를 분리했다. 내가 지키는 내 영역 안에서는 내가 좋아하고 원하는 내모습이지만, 그 영역 밖에서는 내가 다치지 않기 위한 거리를 유지하는 또 다른 내가 있다. 내 일상의 안전지대를 넘지 못하도록 그렇게 내 영역을 지킬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낸다.
시드니, 달링하버
'내 안의 조용한 평화를 찾는 것'
신 맛이 가득 나는 레몬사탕을 쌓아두는 것. 군것질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 사무실 책상에는 사탕과 초콜릿이 가득하다. 마음속에 화가 차오를 때는 아주 신 레몬액체가 흘러나오는 레몬사탕을 먹으며 다른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한다. 따뜻한 보리차를 마시는 것, 마음에 쌓인 열은 따뜻한 차로 내려준다. 아주 작은 나만의 공간인 책상 앞에 앉아 좋아하는 스타벅스 텀블러로 차 한잔 하는 것. 그것이 내가 나에게 줄 수 있는 작은 여유다. 마음이 불안할 때는 불안함을 받아들이자. 그리고 주변 사람들한테 이야기하고 한참 수다를 떨다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별일 아닌 것처럼 변한다. 내 안의 조용한 평화가 찾아온다.
싱가포르
'비가 오면 늘어지기'
날씨 탓을 많이 받는다고 생각한다. 우중충한 날, 비가 내리는 날이면 몸이 먼저 처지고 마음이 늘어진다. 늘어진 마음은 다시 붙잡는다고 붙잡아지지 않고 회색의 공간 속으로 밀려들어간다. 이제는 그냥 늘어지기로 작정했다. 글쓰기가 심리치료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나서부터는 하얀 빈칸은 어떤 모습이든 담아둘 수 있는 안식처처럼 느껴졌다. 여행이 떠나고 싶은 날, 쓰고 싶은 글이 가득한 날에만 글을 쓰지 않을 것이다. 비가 오는 날 늘어진 마음을 빨래처럼 글 속에 널어둘 것이다. 이렇게 비가 오고 마음이 늘어지는 날이면 한없이 늘어질 것이다. 세상의 어떤 것들이 내 일상의 안전지대를 넘지 못하도록 나를 지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