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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HILOPHYSIS Feb 07. 2023

빅 브랜드가 되려고 애쓰지 마

브랜드로 남는다는 것(홍성태 교수의 특별한 경영수업)


개인적으로 나는 많이 팔리는 책 보다 기억에 오래 남는 책을 쓰고 싶더라. 빅 브랜드가 되려고 애쓰지 마. 조그맣더라도 너의 발자국이 쉽게 잊히지 않는 브랜드로 남기 바란다. ... 자네가 남길 유산을 충실히 관리하게. 바로 자네 브랜드에 관한 모든 것 말일세.




요 며칠 해야 하지만 당장은 하지 못하는 것들로 인해 갈피를 잡지 못했던 것 같다. 나는 빅 브랜드가 되고 싶었던 것일까. 그렇다면 그게 내가 사람 구실하며 잘 살고 있음을 보여 주려 애썼던 과거와 뭐가 다를 바 있겠는가.



내가 사업을 하려는 이유는 살면서 더더욱 자기다움을 갖추기 위함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말이다. 나는 나답게 살면서도 인간이라면 마땅히 해야 할 사회 활동을 하려 하는 것인데. 아무도 나에게 빅 브랜드가 되라고 하지 않았음에도 무언의 압박을 느낀 것일까. 물론 그것 역시 사회 영향력 아래 내가 만들어 낸 허상일지도 모르지.





어제는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어느 간호학과 학생이 자신의 공부 일기 형태로 피드를 채운 것을 보았다. 팔로워도 꽤 많았고, 그 기록 역시 성실한 데다 다소 감각적이다. 간호학의 '간'자도 지긋지긋한 나조차 그 계정에 흥미를 느꼈다. 갑자기 책을 쌓아 놓고 공부하고 싶게 만들더라. 통일성 있고 깔끔하게 정리된 그 공부스타그램 피드 안의 작은 행복이 '와' 할만했다.



'라테는', 인스타그램이 큰 흐름이 아니었기도 했지만 그렇게 많은 공부를 하면서도 나는 그것을 즐겁게 남기려는 시도조차 없었던 것 같다(보통은 그런 것 같다). 그것은 그저 당장 해나가야 할 숙제들이었고 때로 짐이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공부 그 자체에는 꽤 몰입했더랬다. 지나고 보니 그 시간이 몹시 그립다. 나도 그 시간을 나대로 기록해 두었다면 어땠을까.





하여간 그 피드를 보면서 같은 공부라도 저렇게 재미있고 아기자기하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계를 꾸며나가다 보면 그것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생기는구나 싶었다. 참 지긋지긋했던 간호학과 공부가 처음으로 재미있어 보였으니, 아마도 현재 학생인 이들에게는 더 많은 공감과 동질감 혹은 동경마저 생기지 않았을까. 이래서 사람은 프레임을 달리할 줄 알아야 한다.



아마 지금 나의 상황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물론 사업은 공부보다는 더 현장이며 전쟁터이기도 하다. 총을 여기 쏘냐 저기 쏘냐에 따라 방향이 완전히 달라지기도 하니까. 그럼에도 조금은 새로이 프레임 해보아야 한다. 간호학과 공부의 지긋지긋함과 때때로 조여 오는 그 숨막힘이 프레임에 따라 아기자기하고 뭔지 모를 행복이 되기도 하는 것처럼. 내가 속한 시공간을 어떻게 프레임 하느냐는 나에게 달린 것이다. 그 시작은 아마도 과정 자체를 조금은 느긋하게 즐겨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비장한 마음이 찾아온다면 떨쳐 버리고, 이성보단 감성으로 접근을 해보는 것?

 




빅 브랜드라는 건 오랜 시간 쌓이며 축적되는 부산물이다. 큰 보상 중 한 가지이긴 하지만 그 자체로 목적이 되어선 곤란하다. 비전을 가지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어느 단계에서는 거기에만 시선이 매몰되어 있으면 안 된다. 업의 본질에 더 염두에 두어야 하니까. 결국 나는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행복을 건네는 일을 하는 거니까.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빅 브랜드이면서도 사람의 마음에 깊이 남을 브랜드가 될 수 있을지도. 그렇게 되도록 많이 노력해야지.



빅 브랜드 그 자체가 목적이 되면, 시야가 좁아진다. 마음도 좁아진다. 이리 재고 저리 재느라, 더 중요한 것들을 놓친다. 이를테면, 더 아름다운 디자인, 사물에 깃든 철학, 사람의 마음, 현재를 인식하는 눈, 더 이로워질 방법, 살아감의 인식, 삶의 균형 같은 것.





홍성태 교수 저, <브랜드로 남는다는 것>을 읽다 위에 언급한 인용문을 마주하고 응어리 같은 것이 풀렸다. 빅 브랜드가 되면 당연히 좋지. 하지만 '개인적으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언지를 한 번쯤은 멈추어서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것은 아마 단계적으로 필요한 일이리라.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은 말이야, 빅 브랜드가 아냐. 감동을 주는 브랜드지. 작더라도 깊이 마음에 남을 브랜드. 그렇게 느리더라도 조금씩 사람들의 마음을 밝혀주는 브랜드가 되고자 노력하다 보면 더 많은 이들에게 닿을 수 있을 거라 믿거든.



내가 남길 유산을 충실히 관리하라... 그 말도 참 마음을 울리네. 어떤 일이든 허투루 할 수 없겠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단계적으로 하나씩 해 나가리라. 어떤 유혹이 찾아와도 그것이 정말 '개인적으로 내가' 원하는 것이 맞는지를 꼭 깊이 들여다보자.



“빅 브랜드가 되려고 애쓰지 마.

조그맣더라도

너의 발자국이 쉽게 잊히지 않는

브랜드로 남기 바란다.”



이것은 사업의 영역을 넘어서는 인생 조언이다.

하나의 삶이 결국 하나의 브랜드인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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