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스>
‘왜 어떤 사람은 일찍 절정기를 맞고,
어떤 사람은 대기만성일까?‘
이 책에선 독창성에 관한 다양한 물음과 그에 대한 근거 있는 해답을 제시한다. 그중 '참신한 천재와 노련한 거장'에 관한 이야기가 특히 흥미롭다.
어떤 독창적인 결과를 이루어낸 인물들을 보면 20대 중반에 획기적인 이론을 내놓거나 50대 후반에 걸작을 내놓는 식이다. 책에는 다양한 예시가 있는데, 그중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에 관한 논문 두 편으로 30세 이전에 물리학 세계를 바꿔놓았다.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밝혀낸 제임스 왓슨은 25세에 혁명적인 이론을 내놓았다. 반면 노련한 거장들도 많이 있는데, 59세 이후에 만든 영화로 인기를 얻은 알프레드 히치콕은 감독에 입문하고 30년이 지나서야 영향력을 얻었다. 의학계에선 로저 스페리는 두뇌의 우반구와 좌반구가 서로 다른 기능에 관련 있음을 49세에 밝혀냈다.
이처럼 왜 어떤 사람은 창의성을 더 일찍 발휘하는 참신한 천재로, 왜 어떤 사람은 노련한 거장으로 빛을 발하는 것일까?
독창성의 절정을 맞는 시기와 그 지속 시간은 사고 유형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 책에 나오는 연구 결과에 의하면 창의적인 인물에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다.
1. 개념적 혁신가
2. 실험적 혁신가
개념적 혁신가들은 놀라운 아이디어와 개념을 생각해 내고 실행한다. 사고 실험으로 이론을 뚝딱 만드는,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천재들. 반면 실험적 혁신가들은 시행착오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며 지식을 축적하고 나아가 진화한다. 실험적 혁신가들은 그러므로 독창성이라는 결실을 이루는 데 오래 걸리며 미리 계획하기보다는 일을 진행해 가며 해결책을 찾는다. 단거리 주자냐, 마라톤 주자냐의 문제인 것이다. 30세 이하의 천재들 중 절반이 이론적인 연구를 한 개념적 혁신가이며 45세 이상 노련한 거장들 중 92퍼센트가 실험적인 연구를 한 실험적 혁신가인 것으로 나타난 연구결과 역시 흥미롭다.
개념적 혁신가는 보통 인생의 초기에 그 통찰력이 꽃을 피우는데, 대개 신선한 시각으로 문제에 접근하여 독창성을 발휘한다. 개념적 혁신가인 아인슈타인이 사고의 실험으로 상대성이론을 개발한 것처럼. 그러나 그러한 독창성이 인생 후기에 발목을 잡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천재성의 경험 이후 양자역학을 반대했듯 개념적 혁신 경험은 이후 경직된 사고방식을 가져오기도 한다. 젊은 시절 자신의 업적이 더 나은 창의적 결과를 가로막는 것이다.
반면 실험적 혁신은 수년에서 수십 년에 걸쳐 지식과 기술을 축적해야 달성할 수 있지만 이렇게 축적된 것은 지속적으로 혁신의 원천이 된다. 마크 트웨인이 오랫동안 시행착오를 거쳐 창작한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그의 마흔아홉 살 되던 해에 출간되었다. 그는 결말이나 줄거리를 정해놓지 않고 소설을 진행해 가면서 줄거리를 유연하게 수정해 나갔다. 오랫동안 사람을 관찰하고, 창작을 위한 재료를 모으고 여러 경험을 하여 창작하여 독창성을 꽃피운 것이다.
30세 이전에 대단한 결과를 이루지 않은 대부분의 우리는 그러므로 실험적 접근 방식을 취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창작하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미리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여러 가지 잠정적인 아이디어나 해결책을 실험해 보는 일부터 시작하자."
실험적 접근 방식의 덕을 본 또 다른 역사적 인물은 레오나르도 다빈치다. 그의 걸작 중 <최후의 만찬>은 마흔여섯 살에 완성되었고, <모나리자>는 50대 초반에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고서야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뭔지 깨달았고 목표가 분명해졌다."
우리가 무언가를 창작하는 일도, 혹은 어떤 일에 착수하여 좋은 결과를 보는 일도 이와 마찬가지다. 그리기를 시작해야 정말 원하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실험적 접근 방식으로 본래 의도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감수하며 계속 실험해 보아야 한다. "계속 진흙을 만지는 조각가처럼" 작업을 해나가야 참신한 어린 천재의 시기는 지났더라도 노련한 거장을 노려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한 실험가들만이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독창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실험가들은 청중들의 반응에서, 캔버스에서, 축적된 자료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거기서 배운다. 자신의 상상력에 갇히지 않고 세상을 내다봄으로써 시야를 넓힌다."
그러므로 일반적으로 우리가 창의력을 발휘하는 길은 단거리 경주 전략보다는 "참을성 있게 실험에 매진하는 마라톤 주자의 끈기" 전략이다. 어느 날 유레카 하며 무릎을 탁 치는 기발한 생각이 떠오르는 사람이 아니라면, "천천히 꾸준하게 실험을 계속하는 것이 독창성을 오래도록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이다. 호기심을 놓지 말고 끊임없이 다양한 시도를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