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듦- 지독한 이상주의자

고통이 나쁜거야?

by 메리힐데
이건 꿈이야. 꿈에서 깨어나야해!

고통스러운 상태. 힘든 상태. 인생이 마음처럼 풀리지 않는 상태. 그럴 때마다 나는 그것을 '현실'이라 칭했다. 그리고 이러한 고통이 없는 상태는 나에게 '이상' 그 자체였다.


고통이 없는 상태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아니다. 고통이란 개인이 느끼는 '느낌'의 일종이니, 누군가에게 고통이 없는 상태는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인생이 내 마음대로 술술 풀리기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적어도 나의 세상에서는 그렇다. 뒷통수를 치는 사건들은 일어나기 마련이니까.


나는 성장하는 인간이고 싶다.

하지만 어둠, 고통, 실패, 좌절을 넘어 성장하고 싶지는 않았다.

될 수 있다면 빛, 즐거움, 성공, 행복만이 있는 세상에 살고 싶었다.

행복을 넘어 '지복(至福)'에 이른 상태, 좋은 상태에서 더 좋은 상태로의 성장만 있는 유토피아를 원했다.


즉, '부족'이 없는 상태. '무결함'.


신 = GOD = 하느님 = 절대자

신이 되고자 했다.

될 수만 있다면.




고통이 없는 상태를 바라다가, 그것이 결국 불가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내가 시도한 것은 '흔들리지 않기'였다. 멘탈이 강해질 것. 그 어떠한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 단단해질 것. 강해질 것.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것. 걱정을 없앨 것.


'고통이 없는 상태'를 더이상 바라지 않았다. 다만 '그 어떠한 고통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상태'를 바랐을 뿐이다.


BULL SHIT.

개소리다.

나는 계속해서 같은 말을 다르게 하며 '이건 되겠지', 헛된 망상을 하고 있었을 뿐이다. 달콤한 자기기만이었다.


'고통'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았다.

1. 통증

2. 힘듦

3. 괴로움

4. 나를 멈추게 하는 것

5. 부정적 감정


그럼, '흔들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1. 통증

2. 힘듦

3. 괴로움

4. 나를 멈추게 하는 것

5. 부정적 감정


고통이 없는 것은 불가능하니까 흔들리지 않아야지!!

힘들지 않은 상태는 불가능하니까 힘들지 않아야지!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니까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지 말아야지!

'이제 꿈에서 깨어날거야'라고 당당하게 외치면서 나는 제2의 꿈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상에서 벗어나 또 다른 이상을 찾아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진짜 현실로 돌아오려고 마음을 먹는다.

그래서 이번에 다시 생각을 바꾸어 보았다.


휘둘리지 말아야지.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과 휘둘리지 않는다는 것이 결국 같은 말이라고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 두가지가 매우 다르다고 생각한다.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겠다는 말이다. "바람이 불어. 그렇지만 나에게는 바람이 불지 않아."와 같은..? 그런데 휘둘리지 않겠다는 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망가지 않는 것으로 이해한다. "바람이 불어. 서 있기가 힘드네. 그래도 뽑혀 나가지는 말아야지. 내 자리를 잘 지키고 있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겠다."



긍정적인 사람일수록 0과 100사이에 무수히 많은 수의 존재를 알고 있다고 한다. 매우 나쁨과 매우 좋음이 있을 때, 그 사이에 존재하는 나쁨, 보통, 좋음 등의 미묘한 정도의 차이를 인지하는 것이다.


'고통이 있거나 없는 상태'라는 극단적 상황에 대한

'흔들리거나 흔들리지 않는 것'이라는 극단적인 해법은 결국 스스로를 이상에 빠져있게 만드는 것 같다.

흔들리거나 흔들리지 않는 것, 그 사이의 '휘둘리지 않음'이라는 선택지를 찾아 내 나름 타협을 해본다.


물론 며칠 뒤, 이러한 나의 생각들도 또다른 'BULL SHIT'이 될 수 있겠지만(?)

나의 부족함은 곧 성장의 발판이 되기에, 오늘도 나는 나의 생각을 세상에 내놓아본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능력을 상실하고 타인의 고통으로부터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이 되려는 건, 평가에 과몰입하여 인생을 망치는 것 못지않게 무모하고 위험한 일입니다. 잘못을 저질러놓고도 후회하거나 반성하지 않는 건 담대한 게 아닙니다. 오히려 타인의 평가에 지나치게 사로잡혀 망가진 사람입니다.

-허지웅, <최소한의 이웃>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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