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은 인간의 조건이라는 말

loneliness is the human condition

by 메리힐데
외롭다는 이유로 너에게 약간이라도 관심을 보이는 아무에게나 기대거나,
네 자신을 맡기면 안돼.
외로움은 인간의 조건이야.
그 누구도 너의 빈자리를 채워줄 수는 없어.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네가 진짜로 원하는 걸 알고,
쓸데없는 것들에 마음을 휘둘리지 않는거야.


화이트 올랜더(white orleander) 2002, 영화에서 내가 뽑는 명대사다.


외로움은 인간의 조건이라는 말이 있다.


내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프랑스에서 봉사를 마치고 다시 귀국하기까지 50일 동안 아는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있으면서 처음에는 사무치게 외로웠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슬픔으로 느끼지 않게 된 때가 있었다.


혼자 있다는 것이 꼭 사무치게 외로워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혼자 걷는 내내 나는 나와 함께 있었기 때문이고, 길을 가다 보면 몇몇의 사람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혼자 살 수는 없는 세상이라는 것이 더더욱 가끔 우리가 혼자될 때면 외로움을 느끼게 하는 조건이 되기도 한다. 외로움이 인간의 조건인 이유는 365일 매일 매분 매초, 인간은 혼자일 수도 함께일 수도 없기 때문인 것은 아닐까.


함께이다가 혼자가 되는 어떤 순간에 나는 쉽게 외로움이라는 감정에 휩싸였다. 그러나 혼자일 때에도 나는 나와 함께였다. 이것이 내가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슬픔으로 치환하지 않는 이유다.


혼자일 때 스스로에게 집중하다보면 나를 둘러싼 세상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새들의 짹짹거림과 나뭇가지의 움직임과 바람이 불어오는 소리와 꽃이 피고 지는 풍경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소들의 울음소리와 말의 발자국 소리와 양이 풀을 뜯어먹는 소리가 들린다. 멀리서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와 점점 가까워지는 기차 소리, 이따금씩 하늘 위를 날아가는 비행기소리까지. 우리는 가끔 혼자였다가 이따금씩 동행이 생기기도 하는, 그런 인생을 산다.


함께한다는 것은 내가 나로, 너가 너로, 우리 모두가 우리 자신의 모습으로, 각자가 모두 고유한 다름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한채로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이 외롭다는 이유로 내가 나를 포기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고 힘들다는 이유로 쉽게 나를 저버려서는 안 되는 이유다. 함께하기 위해서 내가 나로 마음껏 자유로워야 한다.


외로움은 슬픔이 아니다. 외로움은 내가 나로 설 수 있도록 지금 이 순간 용감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증거이므로, 외로움은 인간의 조건이 된다. 외로움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조건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