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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 이혜림 Aug 11. 2020

미니멀라이프, 나의 미니멀 결혼 이야기

"다들 그렇게 살아"라는 말을 믿지 않기로 했다

언젠가 꼭 한번 적어보고 싶었던 나의 작은 결혼식 이야기.






스드메 투어 이야기로 가득한 글 말고, 오직 내가 원하는 결혼식을 만들어나가는 과정과 그 비용에 대해 한번쯤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 아무도 내게 그런 이야기를 해주지 않아서, 결혼식을 준비하는 내내 고군분투 했던 기억이 떠올라서다.


내가 결혼 준비 시작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결혼비용이었다. 결혼비용은 준비하기 나름이고, 돈 이야기라서 그런지 다들 오픈하는 것을 꺼렸다. 그래서 내가 먼저 오픈해보기로.


내가 처음 생각했던 결혼 예산비용은 천만 원이었다. 양가에 손 안 벌리고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수준이었고, 그 이상 쓰는 건 아깝다 느껴졌다.


그렇게 처음에는 작게 하려고 했으나, 교묘하게 포장된 광고목적의 블로그와 후기들을 찾다 보니 '평생 한 번뿐인 결혼인데'라는 변명 아래 나의 예산도 점점 높아져갔다. 내가 원했던 결혼식은 이게 아닌데..!라는 마음과 함께 초심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내 결혼식에서 불필요하다 싶은 목록들은 완전히 지워버리고 남편과 내가 꼭 원하는 부분에만 집중하며 결혼식을 준비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든 결혼 준비과정에서 결혼식까지 약 845만 원, 열흘간의 포르투갈 신혼여행 620만 원.

나의 스몰웨딩 비용은 대략 1,465만 원이 들었다. 누군가에게는 턱 없이 부족한 금액이거나 너무 많은 비용일지도 모르겠으나, 나는 무척이나 만족했던 예식이었고, 다시 한다 해도 똑같이 할 것 같다.


나의 결혼식은 최대한 돈을 아낀, 검소하고 소박한 의미의 스몰웨딩은 아니다. 제한된 금액 내에서 우리가 더 중요하다 여기는 요소들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 덜 중요하거나 필요 없다 싶은 것들을 가차 없이 생략해서 진행한 <미니멀 웨딩>이다. 그래서 내 예식은 작은 결혼식, 미니멀 웨딩이다.





우리의 예식에 없었던 것들 


1. 양가 부모님의 도움 

딱히 도와주시려고도 안 했지만, 하셨어도 안 받았을 거다. 내 맘대로 결혼식 하고 싶어서^^;


2. 예단, 예물 그리고 결혼반지 

어차피 남편이 직업 특성상 반지를 못 껴서 그냥 안 했다. 친정엄마는 돈 없어서 못할 줄 알고 많이 속상해하셨다. 그렇다. 사실 그때 돈도 별로 없었다 ㅠㅠ 그래서 여유 생기면 사야지, 했는데 시간 지나니 더욱 필요 없어졌다. 다이아몬드 왕만 하게 박힌 거 사고 싶었는데 샀으면 후회할 뻔했다. 악세사리함에 지금껏 보관만 했을 거다.


3. 스튜디오, 야외 촬영 (웨딩사진) 

결혼을 위한 인위적인 사진을 찍고 싶지 않았다. 모바일 청첩장에 올릴 웨딩 사진 하나 없어 제일 잘한 일 같다. 지금 마음 같아선 본식 스냅마저도 괜히 비싼 돈 주고 찍은 것 같다.


4. 폐백, 한복 

폐백을 없애고 하객들과 모든 시간을 함께 보냈다. 한복, 2부 드레스 없이 3시간 예식 내내 본식 드레스 한 벌로 입었다. (어차피 내 드레스 나만 기억하더라)


5. 신부 대기실 

내 결혼식, 내 손님. 나도 함께 맞이하고 싶었다. 그래서 양가 부모님과 우리 부부 모두 한 자리에서 함께 하객맞이를 했다. 무엇보다 내 결혼식에 누가 왔는지,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모두 기억에 남아서 좋다. 친구들이 신부대기실에서 사진만 찍느라 자기 결혼식에 누가 왔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할 때 너무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있어서 무조건 신부 대기실을 없애는 걸 고집.  


6. 주례 

주례 없이, 시아버님이 편지를 읽어주시고 우리 부부가 서로에게 약속을, 친정아버지가 성혼 성언을 해주셨다.


7. 신혼집과 혼수 

남편이 자취 중이던 원룸 계약 기간이 남아 그곳에서 신혼살림을 시작. 따로 혼수 없이 남편이 쓰던 물건들로 신혼살림. 나중에 옷장, 이불 등 내가 사고 싶은 것들로 하나씩 구입 하기는 했다.


8. 웨딩카 

우리는 자차가 없다. 신랑 친구 차를 빌리기도 한다던데 번거롭고 미안해서 집 - 미용실 - 식장 - 집 모두 카카오 콜택시를 이용해서 움직였다. 예식 끝나고 집 가서 씻고 공항 갔다.




 

웨딩카 없이 카카오 블랙 택시 타고 결혼식 장소로 이동 -



주례 없이, 우리가 만든 결혼식



신부 대기실 없이, 입구에서 온 가족 함께 하객맞이



덕분에 모든 하객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시간



2부는 폐백 없이 자유롭게 하객분들과 시간을.



2부 드레스 없이, 베일 벗고 생화 장식으로 작은 변화만 주었다



무엇보다 내 지인들과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감사했던, 여유로운 나의 결혼식




우리가 중요시 여겼던 것


1. 부모님께 드리는 결혼 선물 

결혼을 하기로 결정한 뒤, 식장보다 먼저 예약한 것은 양가 부모님의 건강검진. '평생 딱 한 번뿐인 결혼인데' 마인드를 여기에 썼다. 부모님께 드리는 결혼선물!~ 할 수 있는 대부분의 모든 검사를 싹- 진행해서 한분당 200만 원 조금 넘는 금액. 신랑 직장이라 직원 할인을 받았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너무 뿌듯하고 최고로 행복했다.


2. 하객들과 보내는 시간 

많지 않은 결혼식을 다녀보면서 가장 아쉬웠던 건, 본식이 끝나면 폐백 + 양가 어른들 인사하느라 정신없어서 정작 신랑 신부 지인들은 챙길 여력도, 인사 나눌 시간조차 없다는 거였다. 그래서 늘 뷔페를 먹으며 신랑 신부는 언제 오나 하고 목 빠지게 기다리곤 했다. 운 좋으면 말 몇 마디 나누지만, 어쩔 땐 얼굴 한번 못 보고 식장을 빠져나오기도 했다. 그때부터 내 결혼식만큼은 축하를 위해 와 주신 모든 하객이 대접받고 환영받는 시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분위기 자체가 자연스럽고 여유로워서, 양가 어른들 인사를 마치고서는 나는 친구들과 같이 테이블에 앉아 수다를 떨기도 하고, 부둥켜 앉고 사진도 찍고 즐겁게 보냈다. 나중에 우리 고모 말씀 "너 결혼식은 너보다 손님들이 주인공 같더라" 어느 정도 내 목적이 성공한 듯싶었다.


3. 유럽 신혼여행 

결혼비용에 아낀 돈으로 신혼여행에서 더 좋은 숙소, 더 맛있는 음식, 더 즐거운 경험에 쓰기로 했다. 만족도는 100%





결혼 준비를 하면서


내가 원했던 나의 결혼식은 '자연, 햇살, 봄' 이런 단어가 연상되는 야외 스몰웨딩이었다. 가족, 가까운 지인들만 모시고 치르는 작은 결혼식. 연애의 연장선처럼, 우리의 연애의 과정 속에 <결혼>이 자연스럽게 흘러가기를 바랐다.


게다가 오로지 결혼식이 주체가 되어 더 화려하게! 더 고급스럽게! 를 외치고 싶지도 않았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부가 되기 위해서 몇 달 전부터 고군분투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내가 진짜 축하받고 싶은 소중한 분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결혼식을 하고 싶었다.


다행히 남편과 의견이 일치해서, 10분 단위로 예약을 받는 일반 결혼식장은 처음부터 배제시켰고(하객분들께 인사할 시간도 부족하고, 누가 내 하객인지, 누가 왔는지도 모르는 그 분주함이 싫었다.)


야외에서 진행되는 스몰 웨딩을 알아봤는데 소규모로 진행되는 것에 비해 가격이 무척 비쌌다. 이미 유명한 곳들은 대관료만 몇 백만 원이 훌쩍 넘어가고, 내가 원하는 콘셉트로 진행하기 위해 업체를 낀다면 돈 천만 원 우습게 깨졌다.


그럼 장소만 섭외하여, 내가 손수 다 만든다면? 셀프 결혼식! 마이크 시설, 장비, 단상, 테이블, 의자 등등 하나부터 열까지 개인이 다 준비해야 하는데 만만치 않게 비쌌다. (나는 친정집 근처 점찍어둔 시골 농장에서 하려고 했으나, 컨설팅업체를 끼든 안 끼든 식. 장. 준. 비. 만  700만 원 이상 깨져서 포기했다. 물론 내가 원하는 스타일이 확고하게 있었기에 그렇다.)


그래서 관점을 조금 바꿨다. 채광이 좋고, 대관 시간도 넉넉하고, 자연 소재의 꽃 장식을 한다면 실내 장소에서도 충분히 내가 원하는 야외 느낌의 자연스러운 결혼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그렇게 나는, 결국 하우스 웨딩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결혼식 비용은?


1. 예식 장소: 하우스웨딩 대관료 200만 원 

식장은 날짜, 시간, 인원수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

우리는 윤달 낀 날, 오후 3시에 결혼식을 진행하면 많은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생화 꽃장식 400만 원 D/C, 식비 약간의 D/C)

3시간의 대관, 온전히 3시간 동안 우리의 하객만 있어서 여유롭게 진행할 수 있었다.


2. 상견례: 30만 원

서울역 진진바라 6인, 30만 원

친정 경기도, 시댁 경상도.

보통 양가 중간 지역에서 상견례를 하거나 친정 쪽에서 한다는데

그냥 교통편 제일 편한 서울에서, 시댁에서 기차 타고 오시니 편하게 아예 서울역에서 했다.

어차피 상견례 자리는 모두 다 함께 긴장해서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잘 모르니 너무 비싸지 않은 코스로.


3. 예식 당일, 버스 대절: 100만 원 

서울 - 마산 왕복 100만 원 (부산 경유)

결혼식을 서울에서 진행하여, 시댁 쪽 친지분들을 모시기 위해 버스를 한대 대절.

보통 버스 안에 넣는 음식도 신경 써야 한다는데

감사하게도 아주버님이 전적으로 맡아해 주셔서 간식비는 0원.

버스는 일반보다 우등, 고급 좌석으로 해야 욕을 안 먹는다 ^^


4. 본식 드레스: 32만 원 

마샬 브라이드 드레스 대여 32만 원.

신부 대기실 없이 하객맞이 함께 하고, 예식 3시간 동안 계속 서있고

사람들 사이를 계속 왔다 갔다 걸어 다녀야 하니

활동성이 편하고 심플한 드레스로 골랐다.


여러 군데 가서 피팅하고 고민하는 것도 일이라서

인터넷으로 스몰웨딩 검색해서 가장 마음에 드는 콘셉트와 드레스가 있는 한 곳만 갔다.

당일 입어보고 당일 계약 완료.

헤어 메이크업 / 본식 촬영도 따로 알아보기 번거로워

드레스샵 원장님이 추천해주시는 업체로 당일 계약했다.

드레스 콘셉트에 맞는 헤어 메이크업과 촬영 업체를 나보다 원장님이 더 잘 아실 거라 판단했다.


5. 본식 헤어/메이크업 : 30만 원 

드엘 30만 원.

보통 원장님/실장님 뭐 이런 식으로 가격이 나뉘는 것 같은데,

딱히 큰 욕심도 없고 가격 차이도 꽤 커서 나는 그냥 실장님으로 계약.

채광 밝은 스몰 웨딩이라 자연스러운 메이크업과 헤어를 원한다고 하니

정말 자연스럽게 해 주셔서 만족스러웠다.

심지어 남편은 '평소 화장하고 비슷한데, 평소보다 좀 더 정돈된 느낌인 것 같아'라고 평했다.

읔. 내 30만 원이여..


헤어도 자연스러운 예식에 맞춰 올림머리 하지 않고,

컬을 많이 넣는 포니테일로 마무리했다.

하객 맞이와 본식 때는 짧은 베일과 밴드를 사용했고,

2부 하객 인사할 때는 이모님이 생화를 이용해 장식을 해주셨다.


6. 신랑 예복: 31만 원 

기성복 정장 31만 원.

처음엔 대여하려고 했으나,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다양하지 않았다.

조금 캐주얼한 느낌의 베이지톤 정장을 입고 싶어 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다.

그래서 동네 쇼핑센터로 데이트 갔다가 우연히 체크무늬 정장을 보고는 바로 구매 결정.

고모가 신랑을 옆에 두고도 신랑 어디 갔냐고 할 정도로 결혼식 앞둔 신랑 느낌의 예복은 아니지만

우리 결혼식 분위기와는 잘 맞았던 것 같다.


7. 손, 발 네일케어: 11만 원 

이때 아님 언제 해보랴 라는 심정으로 결혼식 전날 네일숍 가서

화이트 색상으로 펄과 큐빅이 잔뜩 붙인 네일을 받았다.

다시 결혼식 한다 하면, 이 부분에는 돈을 안 쓸 것 같다.

지금 생각해도 아깝다.


8. 청첩장: 15만 원

400장, 15만 원

하객 계약 인원은 200명이었는데 양가 부모님이 원하셔서

조금 넉넉하게 청첩장 맞췄다.


9. 양가 어머님 한복 대여: 50만 원 

감사하게도 양가 어머님 모두 한복 대여에 동의해주셨다.


10. 친정아버지 정장: 75만 원

시아버님은 한 해 전에 아주버님 결혼식 때 구입하셨던 정장을 그대로 입으셨고

친정아버지는 정말 마땅한 정장도 없거니와, 체구도 크셔서 기성복 불가.

남편의 적극적인 권유 아래 맞춤 정장을 해드렸다. 남편에게 참 고마웠던 부분이다.


11. 혼주 메이크업: 13만 원

친정 부모님은 친정엄마 한복 대여해 준 토털 샵에서 서비스로 해주셨고,

시댁 부모님은 예식 장소 근처 혼주 메이크업으로 유명한 헤어숍에 미리 예약해드렸다.


12. 본식 스냅사진: 140만 원 

누벨 이마쥬 실장 1인 촬영.

본식 사진에는 조금 투자하고 싶어서 내가 생각했던 가격대보다 조금 높았지만 계약 진행.

워낙 야외 예식에 강한 업체인 것 같고 사진도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다시 예식을 한다면?

사진 또한 미니멀한 가격과 규모로 진행할 것 같고,

친구들에게 부탁해 간간히 동영상을 많이 찍어두는 편이 좋았을 것 같다.


13. 헬퍼 비용: 15만 원 


14. 답례 비용, 답례품: 105만 원






결혼을 하고 보니


지금 다시 돌이켜보아도, 우리의 결혼식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우리가 원하는 대로 치렀다. 양가 부모님의 지지와 배려가 없었더라면 결코 이렇게 하지 못했을 거다.


웨딩 사진 한 장 없는 초라한 모바일 청첩장을 지인분들께 보내드리면서,

작년 큰 아들 예식 때 입은 양복을 작은 아들 예식 때 또 입으시면서,

신부가 조신하게 있지 않고 예식 3시간 내내 신랑이랑 신나게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게다가 신랑이 해오는 집은 없고요, 신부가 보내주는 예단도 없고요.

결혼반지도 안 하고. 돈이 없어 그러는가 싶은데 신혼여행은 유럽으로 열흘이나 다녀온다던 신랑 신부.


분명 주위에서 여러 쓴소리와 우려 섞인 말들을 들으셨을 텐데도 우리에게 단 한 번도 서운해하시거나, 혹은 그 마음을 표현하지 않으셨다. 그 점이 아직도 정말 감사하다.


아마 허례허식보다 알뜰하고 의미 있게 자신만의 결혼식을 만들고 싶은 젊은이들이야 많지만, 마음껏 하지 못하는 것은 본인 문제보다 양가 부모님의 뜻이 크지 않을까 싶다. 만약 재정적 지원까지 받는다면, 부모님의 의견을 거스르기가 더욱 쉽지 않겠지. 그래서 더욱 결혼은 오직 신랑 신부의 돈으로 했으면 좋겠는 게 내 바람이다.


돈이 없어서 결혼을 못한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뉴스를 종종 본다. 내 주변에서는 돈이 없어 결혼을 포기하기보다는 돈이 없어 부모님께 원조를 받고 시작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부모님의 뜻대로 준비되는 결혼식에 불만이 있어도, 온전히 자신이 원하는 결혼식을 치르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우리는 1,500만 원이 채 안 되는 돈으로 결혼식을 치르고 유럽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집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었고, 혼수도 할 필요가 없었기에 가능한 금액인 건 맞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언제부터 우리가 20평대, 30평대 집 장만이 가능해야지만 결혼을 할 수 있었던가? 돈이 없어도, 집이 없어도 충분히 결혼식은 할 수 있다. 결혼은 더 쉽다. 혼인 신고만 하면 된다.


돈이 없어서 결혼을 못하는 게 아니라, 남들 눈에 그럴싸한 시작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크지 않을까. 오히려 우리 커플은 결혼을 하고 나서야 제대로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데이트 비용으로 길바닥에 흘리고 다녔던 돈만 모아도 큰 금액이었고, 평생 함께 할 미래가 있으니, 돈을 대하는 마음가짐부터가 달라져서 돈을 많이 모을 수 있었다.


심지어 신혼여행 다녀와서 투룸 정도의 빌라로 이사 가려고 했지만, 막상 움직이려니 복비, 이사비용, 늘어날 주거비용 등이 아깝게 여겨져 원룸에 눌러앉았다. 원룸 신혼생활, 지금이 아니면 누릴 수 없는 행복한 결핍이고 부족함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매 순간을 소중하게 누린다.


다이아 몇 부 이상은 받아야지~

신혼집은 그래도 20평 이상은 돼야지~

밍크코트 드리고, 샤넬백 정도는 받아야지~

아기 낳기 전에 더 큰 집으로 이사 가야지~

애 둘 생기면 30평대 가야지~

남편 연봉, 아이들 학군, 집 시세, 평수

그리고 결국 빚에 저당 잡히는 나의 시간과 자유


이런 삶이 싫다고 했다. 그랬더니 '다들 그렇게 살아'라는 답을 들었다. 내가 가진 돈이 많으면 괜찮겠지만, 큰 빚을 지어가면서까지 그렇게 살아야 할까 의문이 들었다. 결혼식을 하면서 대출, 마이너스 통장을 쓰는 게 맞는 걸까 싶었다.


그렇게 살기 싫어서, 그런 삶에서 남편과 손 붙잡고 빠져나왔다. 긴 대열에서 벗어나면 뒤처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우리의 인생이 더 풍요로워졌다.


내 결혼식과 내 삶이 옳다는 말이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많은 사람들이 좀 더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이건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면 움직였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 비교, 경쟁을 비우면 삶은 훨씬 행복해진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아무튼 나의 결혼식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고, 지금 신혼 생활은 그에 비할 수 없이 더 더 더 행복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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