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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 이혜림 Aug 17. 2020

집, 차, 빚 없는 신혼부부의 미니멀 라이프

작게, 적게, 조금 덜, 가져도 충분히 행복한 이유

신혼부부 만 1년 차.

결혼식은 스몰웨딩. (스몰웨딩이 작고 간소하고 알뜰한 웨딩이 아니었지만) 

신혼여행은 유럽.


혼수, 예물, 예단 다 생략하고 결혼반지조차 하지 않고 결혼했다. 

우리에게 필요 없다 여겨지는 것들을 모두 생략하니, 할 게 없었다. 

대신 온전히 누리고 싶은 것들에 돈을 썼다.

신혼여행과 양가 부모님 토탈 건강검진해드리는 데에 천만 원 이상을 지출했다.


후회하지 않는다. 결혼반지는 마지막까지 고민했지만, 안 하길 정말 잘했다!

프러포즈할 때 신랑이 선물한 작은 웨딩링과 다이아몬드 목걸이도 지금 잘 안한다.


지금 우리의 신혼집은 전세 원룸이고(신랑이 혼자 자취했었던) 

결혼하고 이 집에 들어오면서 해온 혼수는 아무것도 없었으며, 

함께 살면서 필요하다 여겨지는 것들만 하나씩 구입했다. 옷장, 좋은 이불 같은 것들.


처음엔 주말부부였고, 자취방의 계약기간이 조금 남아있던지라 

천천히 시간을 두고 신혼집을 계약하자는 생각이었는데 

막상 살아보니 생각보다 만족스러워서 그대로 눌러앉은 케이스다.


덕분에 집도 없고, 차도 없어 당연히 빚도 없는 우리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내년에 세계여행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떠날 수 있게 되었다.


작은 규모의 생활을 꾸려가면서, 버는 돈의 대부분을 저축할 수 있게 되었고, 

부족한 돈 때문에 불행한 미래를 살게 될 것 같은 불안감 또한 탈탈 털어버릴 수 있었다.

미래와 노후를 대비하는 데에 있어 돈을 많이 벌기보다는, 

적은 돈을 쓰면서도 만족할 수 있는 마음이 중요한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현재 집에 있는 큰 가구는 침대, 옷장 2개, 책상 겸 테이블, 의자 2개, 서랍장 하나가 전부.


여행 가면서 모두 저렴하게 팔거나 드림할 예정이고 

남편이 자취하면서부터 쓰던 자잘한 살림들도 모두 다 처분하고 

아마 중요한 서류들과 필요한 것 몇 가지만 간소하게 담은 캐리어 2개만 친정집에 맡기고 

배낭 하나씩 매고 자유롭게 세계여행을 떠나게 될 것 같다.


세계여행을 떠나겠다는 '용기'를 준 것도,

'돈'보다 지금 누리지 않으면 사라질 '현재'라는 순간을 더 소중히 여길 줄 아는 마음도,

일상을 즐겁게 해주는 작은 습관들이 모이면 삶의 '행복'이 된다는 깨달음도,

모두 미니멀 라이프 덕분이다.


처음엔 미니멀 라이프 자체가 목적이자 목표가 되어 물건을 줄이고 다 비우는 데에 집중했지만 

스스로 내면을 많이 들여다보면서, 

내 인생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가치인지 깨닫게 되었다.


건강하고, 자유롭고, 즐겁게 살고 싶어서 

그렇게 살기 위한 수단으로 <미니멀 라이프>를 한다. 


미니멀 라이프는 내게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들을 판단하는 기준을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빈 공간과 단순한 생활은 내게 여유로움과 자유로운 시간을 준다.

그럼 나는 그 여유로운 시간을 건강하고 즐거운 생활을 하는데에 쓰고 있다.


미니멀 라이프를 하며 가장 크게 바뀐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내가 원하는 것을 위해 결정하고 움직일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다.

  

몇 년간 수없이 많은 가지치기를 반복함으로써,

군더더기 없이 내 마음에 쏙 드는 인생을 살게 되었다.


남아도는 시간, 

남아도는 돈,

남아도는 에너지,

매일매일 원하는 만큼 다 써도, 예전처럼 부족하다는 느낌이 결코 들지 않는다. 

매일 충분히 너무도 행복한 생활.


한 가지 소망이 있다면

시간이 조금 빨리 흘러서, 어서 세계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다 :) 





우리의 원룸 신혼집, 작지만 아늑하고 좋다.





남편의 가을/ 겨울 시즌의 옷장.





나의 여름 시즌 옷장.

작년에 찍은 사진이라 지금은 이보다 10벌 정도 더 적다.





내 용돈 아껴 모아 2박 3일간 

혼자 자유부인 행세하며 떠났던 일본 여행.

그 여행의 짐 전부. 미니멀 라이프 덕분에 여행 또한 간소하게 다닌다.





이 쇼퍼백 하나에 모든 짐을 넣고 가뿐하게 다녀왔다.





집에 있는 유일한 서재이자, 나의 개인 공간.

대부분의 책을 다 처분하고 남은 책들 

몇백 권의 책을 소장하고 있을 때보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 지금,

훨씬 더 많은 책을 읽는다.





20대의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했던 많은 하이힐을 비우고,

편안한 신발들만 신는 요즘.

여행에서 돌아오면 그래도 3cm 정도는 되는 좋은 구두 하나쯤은 갖고 싶다.





매일 샤워하며 청소하는 작은 욕실과,





그 코딱지만 한 싱크대에서 뭘 해 먹냐고 친정엄마가 혀를 차던 

저의 작고 소중한 주방.

매 끼니 집에서 건강한 집밥 해 먹는다.^^






식기류의 전부.

결혼하고 새로 산 것이라고는 냉면그릇 2개와 유리잔 1개가 전부.


남편이 혼자 자취할 때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제가 주방을 꿰차면서 필요한 것 외에는 모두 비웠다.

남편 혼자 자취한다고 걱정되신 어머님, 시고모님이 이것저것 다 물려주셔서^^;





매주 월요일, 베개커버를 세탁하고 

매달 이불 커버와 매트를 교체한다.


미니멀 라이프를 알기 전엔?

그럴 여력이 없었다. 이불빨래는 엄마가 해줄 때만 하는 거~! 





곧 돌아올 가을 옷장 사진과 함께 이 글의 마무리를 한다.


언제나 단순한 삶을 살기를 희망하지만 삶의 형태나 방향이 변하면,

나의 미니멀 라이프도 변할수도 있겠다.

언젠간 미니멀 라이프보다 맥시멀 라이프를 찬양하며 사는 날이 올 수도 있다.

그저 지금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방법들을 찾고 유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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