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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 이혜림 Oct 13. 2020

세계여행에서 돌아온 후, 나의 미니멀 라이프

세계여행 그 후의 일상

2017년, 

어쩌다 원룸에서 신혼을 시작하면서 

미니멀 라이프에 한참 몰입되었어요.


불필요한 것들, 더는 쓸모 없어진 것들을 비우고 버리면서 

여백과 여유가 가득한 공간과 시간을 원 없이 누렸고-


미니멀 라이프로 모든 걸 비워 보고 나니 

내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인생을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과정의 하나로,

남편과 저는 집과 살림살이를 정리하고 

직장도 그만두고, 배낭 하나씩 매고서 

2019년 1년간 세계여행을 다녀왔어요.


세계일주라고 하기엔 민망한 것이,

여행에서도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것들만 했어요.

가고 싶은 곳만 가고, 

한 곳에서 머물고 싶은 만큼 오래 머물다 보니 

생각보다 적은 나라, 적은 도시를 다녔더라고요 :) 


그래도 무척 만족스러운 여행이었습니다.

여행을 통해 인생의 큰 깨달음을 얻었어?

너의 인생이 변했어?라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저는 그렇다는 대답을 하지 못할 거예요.


겉으로 보기에 저는 여행 전과 달라진 게 딱히 없어서요. 

그렇지만 남편과 함께 매일 놀라운 하루들을 보냅니다.


매일매일, 

우리가 그 전의 우리와 얼마나 많이 달라졌는지 

한국에 돌아와 일상을 살아가며 절실히 깨닫습니다.


이제는 애써 미니멀 라이프! 미니멀 라이프! 를 외치며 

생활하지 않아도 됩니다.


남편도, 저도, 각자 스스로 알거든요. 


배낭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1년을 살았던 경험 덕분에 

우리에게 얼마나 적은 물건이 필요한지,

얼마나 불필요한 것들이 세상에 많은지.


그 와중에도 내가 여러 개 갖고 싶고, 비싼 것들로 지니고 싶은 

물건들은 뭐가 있는지. 

그게 내게 어떤 기쁨을 가져다주는지.


우리 부부에게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을 소중하게 지켜나가야 할지 

1년간 함께 고군분투한 경험 덕분에 몸소 깨달았어요.


더 이상 더 적은 물건으로 살고 싶다고,

무엇을 더 버려야 할지 내가 가진 물건을 째려보지 않습니다.


더 적은 물건으로, 더 미니멀 리스트답게 살고 싶다고 생각했던 

그 마음조차도 결국은 욕망이었어요.

어느 순간 ((( 간소한 삶, 소박한 삶, 미니멀 라이프 )))

이런 문구와 이미지에 갇혀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나를 보았습니다.


그 또한 욕망이고, 집착이고, 얽매임이었어요.


-


여행에서 다녀와서 

소위 명품이라 일컫는 브랜드의 가방, 지갑을 구입한 적이 있어요.

누군가 그러더군요.


'미니멀리스트라고 해서 검소하신 분인 줄 알았는데. 실망이네요.' 


미용실 무료 체험단 응 하기도 했어요.

또 그러더라고요.


'미니멀 라이프 한다면서 체험단 하시네요, 실망이네요.' 



-


도대체 미니멀 라이프가 뭐길래.

왜 사람들은 미니멀 라이프 한다면 다들 검열이 이렇게 심한 거야?


미니멀 라이프가 정답이 있는 거야?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



그런데..... 사실 저 역시 그랬거든요.

여행 전에는 미니멀리스트라고, 

스스로 자기 검열이 참 심한 사람이었어요.


때론 하고 싶은 것도 못하고 

말하고 싶은 말도 못 하고 

사고 싶은 것도 못 샀어요.


내가 얽매여있는 그런 모든 가치관과 집착에서 

벗어나 홀가분하고 자유롭게 살아보고 싶었어요.

여행에서 만큼은 요. 


세계여행을 다녀보니까..

우리 부부처럼 세계여행 중인 사람들이 참 많았어요.

내 주위엔 하나도 없어서 우리가 독특한 줄 알았는데 

세상 밖으로 나가니, 정말 발에 차이고 채이는 게 세계 여행자였어요! 


그리고 정- 말 떠나온 이유도, 여행 방식도, 삶을 바라보는 자세도 

정말 정말 , 정- 말 다양했어요.


다들 세계 여행하는 건 똑같은데, 

바라보는 시선도, 방향, 추구하는 것, 방식 너무너무 달랐어요.

신기했어요. 


여행자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의 삶도 제각각이고요.

한 발자국 떨어져서 마주하니 더 잘 보입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인생이요.


나는 여행 자니까 비교할 내 삶이 없으니 더 객관적으로 잘 보여요.

너~~~ 무 넓은 이 세상에서,

아~~~~~~주 다양한 사람들 사이에서 

제각각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다른 인생을 사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거였어요.


그 뒤로 저는 저에 대해서도 좀 더 너그러워지고 관대해졌어요.

변덕이 들끓고, 

언제나 모순덩어리에 

늘 불완전한 내 모습, 내 인생 그대로를 사랑해주기로 했어요. 


매일매일, 내 안의 목소리에 집중하며 삽니다.

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해답지가 아니라 

제가 제 인생 시험지를 스스로 풀면서 살아요.


이 전의 제 미니멀 라이프는 여백과 빈 벽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어요.

지금의 제 미니멀 라이프는 그냥 제 삶의 자세 그 자체예요.

인생에서 불필요한 것, 원치 않는 것, 낭비되는 것들을 줄이고 

내게 필요한 것, 원하는 것, 좋아하는 것들에 집중하며 사는 삶이요. 


거기에서 절약, 환경보호, 채식, 간소한 삶, 텅 빈 집이 

따라올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어요.  


이 것이 나의 미니멀 라이프입니다.라고 하면 

그건 제 미니멀 라이프인 거예요. :)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않아요.


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경험하는 것에 따라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 계속 바뀌는 것 같아요.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요즘 제 미니멀 라이프는 

저를 귀하게 대해주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옷 한 벌을 사더라도, 

마음에 들면 20만 원짜리 원피스도 후딱후딱 구입해요

이전에는 사실 못 그랬어요. 그 돈이 너무 아까웠거든요 ㅎㅎ 


그리고 미니멀 라이프는 검소한 삶이라는 생각에,,, 

20만 원짜리 원피스라니요! 그런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괜찮아요.

이게 나의 미니멀 라이프예요.

그런 마음으로 삽니다. :) 



나는 왜 그럴까.

나는 왜 아직도 옷들을 버리지 못할까.

나는 왜 이렇게 사고 싶은 물건들이 많을까.

나는 왜 큰 집이 좋을까.


다른 사람의 미니멀 라이프와 비교하면서 

스스로를 힘들게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미니멀 라이프를 하는 궁극적인 이유가 

그저 더 잘 살아보려고, 나 행복하려고 하는 게 아닐까요?

너무 나를 괴롭히면서까지 

오로지 빈 공간을 만들려고 

텅 빈 주방과 싱크대를 만들려고 힘들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나다운 미니멀 라이프를 만들어가요.


우리는 우리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어요.

가끔은 그저 지금 이 순간에 만족하며 샴페인도 터트리며 살아요!



 






세계여행 떠나기 전, 

우리의 신혼 원룸 :)

지금도 많이 그리운 시절이에요.








원룸 집을 모두 처분하고.

리빙박스에 귀중한 물건들만 담아 친정집에 보관 후,

배낭 두 개만 들고 떠난 1년간의 세계여행이었어요.









세계여행 중 어디가 가장 좋았냐, 묻는다면....


저는 두 발로 처음부터 끝까지 걸었던 산티아고 순례길과 

한 달간의 뉴질랜드 캠핑카 여행을 꼽고 싶어요 :) 


몸은 가장 많이 고생했던 여행지인데.

기억에는 제일 많이 남아요. 









올봄에는 한국에 돌아와 전국 여행을 하고,

제주 올레길을 걸으면서 세계여행을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올레길이 계속 미뤄지고 있어요.

이미 집도 처분하고 나간 여행이기에,

저는 친정집에 신세 지고 있고.


남편은 마음의 소리를 따라 

코로나 의료 지원을 나가 일을 하고 있어요 :-) 


여행을 끝낸 것도 아니고,

직장 잡고 일상을 온전히 살고 있는 것도 아니고. 


뭔가 어정쩡한 위치에서 애매하게 지내고 있는 지금.

오히려 한숨 돌리며, 

주위와 내 삶을 둘러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것 같아요.



아무쪼록 

오늘도 미니멀 라이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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