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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 이혜림 Jun 05. 2022

집, 차, 빚이 있어도 미니멀라이프


어느덧 남편의 19번째 월급날이 돌아왔다.


세계여행 한다며 첫 번째 직장 그만두고 

세계여행하고 돌아와서 6개월 정도 

매일 부부가 함께 여름방학처럼 놀다가 

그해 가을에 재취업해서 지금까지 다니고 있다.


벌써 19번째 월급이라니.

남편의 월급 회차가 늘어날수록 

우리의 세계여행은 점점 옛 추억이 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대화에서 

세계여행 추억이 자주, 많이 회자되는 걸 보면 

여행은 정말이지, 잘 다녀온 것 같다.^^





요즘도 자주 이야기하는, 우리가 가장 좋아했던 도시, 런던에서의 한 달 살기 



통장에 월급이 입금되었다는 메시지가 뜨면 

책상 앞에 앉아 이번 달의 수입결산을 낸다. 


커다란 빵을 잘라 아이들에게 나누어주듯 

월급의 절반 이상을 툭 떼어내어 저금하고 난 뒤 

남은 것을 작고 소소하게 나누어

용돈, 생활비 등 지출통장으로 보낸다.


오늘도 알맞게 딱 떨어졌다. 뿌듯하다.


가끔 딱 떨어지지 않고 금액이 부족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땐 아내의 수입을 몽땅 모아두는 

예비비 통장에서 끌어다가 쓴다.

그럴려고 모아두는 통장이니까.




결혼하고 5년만에 처음으로 살게 된 원룸이 아닌 투룸의 집 



원룸에서 살다가 투룸으로 이사 왔다.

자동차 없이 살다가 자동차를 샀고, 

빚 없이 살다가 주거 대출이 생겼다.


사는 집이 커지고, 자동차가 생긴 만큼 

지출의 종류와 규모도 티 안 나게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삶에서 중요한 선택을 할 때 

내가 가장 많이 중점을 두고 고민하는 부분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가>의 여부다.


투룸의 집도, 자차 운용도, 주거 대출도 

모두 현재 우리 생활에서 감당 가능한 것들이었다.

그래서 진행했다. 


그러나 감당 가능한 것들 중에서도 

굳이 감당하지 않아도 되는 것도 있다는 걸 

요즘은 또 알아가고 있다. 


나이를 먹고 경험과 경력이 높아질수록 

삶의 규모가 확장되기 쉬워지는 것 같다. 

점점 더 큰 규모를 감당할 여력이 되기 때문이다. 

누리고 싶어지는 것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지출의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다. 

요즘 우리 집이 그렇다.^^ 


투룸, 자차, 대출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우리의 삶의 반경과 규모가 많이 커지고 넓어졌다고 느꼈다. 






앞으로 남편과 함께 이뤄가고 싶은 꿈이 많은데 

그 꿈들은 죄다 돈이 드는 것들이다.


가령 민박집 운영이라던가 

두 번째 세계여행을 떠난다던가 

밴 라이프를 시작한다던가 


이렇게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이루기 위해서

그다지 감당하지 않아도 되는 것과 

누리지 않아도 괜찮은 것들을,


다시 내 삶의 리스트에서 조금씩 삭제해나가야 할 시점이라는 것을 

상기할 수 있었던 남편의 19번째 월급날이었다.



.

.

.


잠시 정신 혼미해져서 옛날 습관대로 살다가도

돌고 돌아 언제나 그렇듯, 작고 소박한 습관만이 남는다.  

그리고 단순한 삶. 미니멀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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