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생일
요즘에는 빠른 년생이 없어졌다는데, 나는 빠른 년생이라 학교에 일찍 들어갔다. 같은 해에 태어난 사람들 사이에서는 생일이 빠르므로 '빠른 년생'이라 하지만, 동급생들 사이에서는 생일이 느리다. 그래서인지 나의 덤벙대는 성격 탓인지 둘 다인지(?), 학창 시절 생일이 가장 느린 나를 친구들이 많이 챙겨 주는 편이었다. 친구들을 챙겨 주기보다 친구들에게 챙김을 받는 편이었다.
20대 때는 학창 시절 친구들을 자주 만나 연애 고민, 직업 고민을 공유하고 위로를 많이 받았었는데, 살다 보니 몇 년 간 보지 못했다. 그래도 매년 서로의 생일을 챙겨주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음력생일을 지내왔는데, 학창 시절 친구들만 나의 음력 생일을 알고 있다. 음력으로 12월이니 양력으로는 1월이나 2월이 되는데, 음력은 달력을 매년 확인해야 하기에 번거롭다. 그런데도 음력 생일을 고집하고 있다. 왜냐하면 친구들이 달력을 매번 확인하고, 내 생일을 챙겨 주는 게 좋기 때문이다. 계속 챙김 받고 싶기 때문이다. 아직 철이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