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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털팔이

내 책을 사준 천사는 누구란 말이오

POD 출판 원고 수정

by 김메리

세는 나이로 25살 때 문득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 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글쓰기를 취미로 삼지도 않았고 독서를 많이 하지도 않았는데,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글을 써왔다고 할 만한 건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매일 한 줄씩만 써 온 일기뿐.


책을 내야겠다 생각만 하고 있다가 2년 전 두 달에 걸쳐 원고를 완성했지만 책을 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원고도 원고지만 투고 방식이 잘못되었다. 출판사의 입장, 시장의 입장을 더 생각했어야 했는데 너무 내 입장만 생각했다!

그래도 내 첫 책이라 그런지 애정이 간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곱다더니.


책을 주문하여 어색한 문장은 없나, 재수 없어 보이는 문장은 없나 살펴보았다. 무심결에 보다 보니 목차에 있는 에피소드 하나가 통째로 빠져 있었다. 고칠 곳이 없을 줄 알았는데!

POD출판이라 미리 찍어놓은 다량의 책이 없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마침 원고 수정 기간이라 부랴부랴 에피소드를 집어넣고 사진 크기를 줄여서 페이지 수를 맞추었다.


그런데 원고를 수정하는 사이 2권이 팔려 버렸다. 친구가 별로 없어 사줄 사람도 없었는데! 카톡 프로필에 책을 산 사람은 바꿔줄 테니 연락해 달라고 올려 보았다. 1등으로 사준 사람은 고맙게도 하나뿐인 초등학교 친구였다. 그런데 나머지 한 명은 대체 누구인지 연락이 없다! 너무 미안하고 찝찝하다.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호옥시 브런치 스토리에 책 냈다는 글을 올렸을 때 라이킷을 눌러준, 몇 안 되는 20여 명의 작가님들 중 한 분일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내 책을 사 준 천사는 대체 누구란 말이오.

고맙습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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