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했던 에쵸티
에쵸티를 좋아했던 나를 사랑하는 부모님
중학교 때였다. 당시 문희준이 방송에서 김대중 대통령 성대모사를 엄청 했었는데, 대통령 말투를 문희준 성대모사로 알던 시절이었다. 학원 수업을 마치고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 밤새 라디오를 듣다가 새벽녘에 집을 나섰다. 지하철 첫차 운행 전이라 택시를 타고 동대구역으로 향했다. 무궁화호 서울행을 끊었다. 당시 대구-서울 무궁화호가 학생 할인받아서 8천 원 정도였다.(대구-부산은 3천4백 원)
아침에 일어나서 내가 없어진 걸 아신 엄마는 사촌오빠를 집에 불렀고, 인터넷을 할 줄 아는 사촌오빠는 내가 서울행 몇 시 차를 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같이 기차를 탄 무리 중 휴대폰을 가진 애가 한 명뿐이었는데, 엄마께서 그 아이 휴대폰 번호를 알아내셔서 엄마와 통화할 수 있었다. 서울역에 도착해서 지하철을 탔다. 도착한 곳은 SM사무실이었다.
몇 시간 동안 사무실 앞에 쪼그려 앉아서 자다가 일어나 서성이기를 반복하다가 다시 서울역으로 향했다. 돌아올 때는 무궁화호 입석이었다. 밤늦게 집에 도착했을 때 엄마께서 따뜻한 밥에 소고기뭇국을 차려 주셨던 기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