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신고를 처리할 때 마음가짐

by 김메리

민원인들이 올 때마다 밝게 웃으면서 인사하는 편인데, 나도 모르게 웃음기를 거두게 될 때가 사망신고를 처리할 때다. 말 그대로 사망신고라서 그런 것도 있고 완전한 내 담당 업무가 아니라서 실수할까 봐 긴장해서 그런 것도 있다. 그리고 옛날 옛적(?) 다른 부서에서 실수로 사망자가 아닌 신고인을 사망 처리하는 바람에 난리 났었다는 전설(?)까지 들은 적이 있기에 더 그러하다.


민원대에서 일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생각보다 자살하는 경우, 부모보다 자식이 먼저 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공무원시험 공부할 때, 변호사를 그만두고 공시생들에게 법 과목을 가르쳤던 인강 강사가 세상은 아름답지 않다고 했던 게 생각난다.


부모님의 사망신고를 하러 오는 사람들과 자식의 사망신고를 하러 오는 사람들의 표정과 태도도 다르다. 전자가 후자에 비하면 무던한 편이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게 슬프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나는 자식이 없기 때문에 그 슬픔의 정도를 헤아릴 수가 없다.


어느 날 한 아주머니께서 사망신고를 하러 오셨는데, 사망자가 아들이었고 사유는 자살이었다. 손이 떨려서 글자가 제대로 써지지 않는다며 훌쩍이며 신고서를 작성하시기에 그저 신고서 작성 요령을 알려드리고 기다렸다. 실수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 민원인이 상처받지 않도록 태도를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들을 하면서.


무사히 사망신고와 후속 처리까지 해드리니 감사하다며 인사하고 가셨다. 며칠 후 아주머니께서 망자가 된 아들의 이런저런 서류들을 떼러 또 오셨는데,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옆자리 사람이 처리 중이었다. 내 자리로 돌아오면서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쳤는데, 서로 동시에 슬쩍 눈인사를 하였다.


잠시 왔다 가는 사람들이지만 내 태도에 기분이 상하게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사망신고를 처리할 때는 더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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