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다들 밖에 나가 사 먹거나 도시락을 싸와 탕비실에서 조용히 먹었다. 나도 처음에는 도시락을 싸와 탕비실에서 먹었다.
도시락은 샐러드를 싸왔다. 네모난 도시락통에 양상추, 삶은 계란, 사과 따위를 넣고 샐러드 소스를 뿌려 와서 포크로 찍어 먹었다. 밥을 싸 오기에는 힘들고 시간도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도시락을 다 먹고 나서는 사무실 주변 산책을 했다. 그러다 점점 풀때기 아니, 샐러드를 먹는 시간도 아깝게 느껴졌다. 그래서 도시락으로 삶은 계란이랑 사과만 싸 와서 책상 위에서 하루 종일 야금야금 조금씩 먹었다. 그리고 점심시간에는 곧장 사무실을 나와 산책했다.
겨울이 되니 찬바람이 쌩쌩 얼굴을 스쳐서 산책하기 힘들어졌다. 언뜻 핀란드에 갔을 때 눈이 몇십 센티 쌓인 날씨에도 비니를 쓰고 운동복을 입고 러닝 하는 사람을 봤던 장면을 떠올리기도 하고, 문화재 발굴 조사를 할 때 칼바람 맞으며 언덕을 뛰어다녔던 장면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런 장면을 떠올리니 이 정도 추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답답한 사무실에 앉아있는 것 보다야.
사무실에서는 이런 나의 행동을 웃으며 좋게 봐주는 사람이 있고 못마땅해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든지 말든지 오늘도 꿋꿋이 산책을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