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사람들을 만나면 즐겁다

by 김메리

민원대 일이 가끔 즐거울 때도 있는데 귀여운 사람들을 만났을 때이다.

어느 날 여고생이 신규 주민등록증을 발급하러 왔다. 그런데 신고서 주민번호 적는 란에 주민번호 뒷자리만 적혀 있고, 주민번호 앞자리인 생년월일은 썼다가 두 줄 그어 지운 흔적이 있다. 이유를 물어봤다가 나도 모르게 번뜩 떠오른 생각이 있어 재차 물어보았다.


"혹시 뒷자리만 주민번호인 줄 알았던 거예요?"


여고생이 슬쩍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너무... 귀엽잖아요.




할머니와 손자가 방문해서 복지 창구에서 상담을 받았다. 할머니께서 상담받는 동안 7 살가량 되어 보이는 손자 혼자 이리저리 서성댔다. 나와 가까운 거리에 왔을 때 이때다 싶어 얼른 내 책상 위의 초콜릿을 내밀었다. 그러자 초콜릿을 받고 꾸벅 인사한다. 나중에 할머니께서 아시고는 인사를 시키자 다시 "감사합니다." 다.

몇 주 후에 그 할머니와 손자가 또 방문했는데, 내가 일하느라 보지 못했다. 그러다 손자와 눈이 마주쳤는데, 멀찍이 서서 내게 말없이 꾸벅 인사한다. 나도 말없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부모를 따라온 7 살가량 되어 보이는 소년이 멀찍이 서 있는 걸 발견하고 나도 모르게 웃으면서 쳐다봤다. 그러자 그 소년도 웃으며, 자랑하려는 듯 자기 손에 들린 스티커 양쪽 끝을 두 손으로 쥐고 보여준다. 더 가까이에 서 있었으면 초콜릿을 건넸을 텐데 못 줘서 아쉽다!




주민등록증 신규 발급하러 온 고등학생에게 신청서를 내어 주었다. 멀찍이 떨어진 의자 쪽으로 가서 테이블 위에 신청서를 놓고 열심히 쓴다. 기다리다가 오래 걸린다 싶어 가까이 다가가 보니 폰을 봤다가 신청서를 썼다가 한다. 폰으로 한자를 찾아 신청서의 한자 이름란에 쓰고 있다.


"한자란은 안 쓰셔도 돼요."


"아, 뜻은 알고 있어서요."


자신의 한자 이름의 뜻은 아닌데 쓸 줄 몰라서 네이버 한자사전에서 찾아 쓰고 있었던 것이다. 일본에 살 때 한자문화권 중에 한자를 제일 모르는 나라가 한국이라는 걸 실감했었는데, 요즘 학생들도 한자를 모르는 건 여전하구나.


"한 글자 남아서요."라고 이어 말하기에 이왕 쓴 거 다 쓸 때까지 기다렸다.

신청서를 받아 들고 보니 남학생인데 글자가 반듯반듯하다. 나는 어렸을 때 남자애들은 글자를 날려쓴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다 그런 건 아니었다. 한자 이름을 쓸 줄 몰라도 쓰려고 노력한 게, 반듯반듯 정성 들여 쓴 게 왜인지 귀엽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요즘 노인들 버릇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