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세

카페 가서 허세 부렸다

by 김메리

점심시간마다 산책을 나간다. 삶은 계란 같은 걸 도시락으로 싸와서 책상 위에서 야금야금 먹고 점심시간에는 나와서 걷는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춥지 않냐고 하지만 답답한 사무실에 앉아있는 것 보다야.


산책길에 사무실과 멀지 않은 곳에서 한 카페를 보았다. 인테리어가 특별할 건 없지만 공간은 널찍해 보이는 1층짜리 동네 카페였다. 며칠 왔다 갔다 하며 슬쩍슬쩍 보니 젊은 남자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것 같았다. 카페 앞 작은 입간판에 수제 소금빵, 땅콩빵, 생강차라고 분필로 적힌 글자가 눈에 띄었다.

나는 커피를 못 마시기에 카페에 갈 일이 별로 없지만, 문득 다음 점심시간에는 그 카페에 한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점심시간, 다들 점심 먹으러 나가거나 도시락을 꺼낼 때, 조용히 작은 천가방에 책 한 권 넣고 장갑을 끼고 목도리를 두르고 사무실을 나섰다. 찬바람에 맞서 걸으면서도 왜 괜히 설레는지.

카페에 도착해 주문하려고 메뉴판을 보니 대략적인 가격대가 3, 4천 원대였다. 입간판에 쓰여있던 생강차가 메뉴판에 없었다.


"생강차는 얼마예요?"

"6천8백 원이에요."


당황했다. 왜 생강차만 비싼지 사장님께 조심스레 여쭤보니 생강을 직접 갈아서 넣어서 그렇다고 하셨다. 좀 비싸지만 생강차를 주문했다. 생강이 수족냉증에 좋다는데 먹기는 싫어서(?) 생강편, 생강초코 따위를 검색하고 있던 차였기 때문에. 수제 소금빵 외에도 스콘, 도넛 같은 것들이 카운터 진열대에 있었다. 내가 고민하자 사장님께서 나긋나긋 말씀하신다.


"땅콩빵 방금 구웠습니다."


땅콩빵을 주문하고서 널찍한 소파에 자리 잡고 앉아 30분 알람을 맞춰 놓고 책을 읽었다. 사장님께서 직접 땅콩빵과 생강차를 가져다주셨다. 잣을 동동 띄운 생강차와 도넛모양의 땅콩빵이 접시에 한가득 담겨 나왔다. 꽃모양의 건대추도 작은 머그컵에 안다미로 담겨 나왔다.

생강차를 티스푼으로 살짝 맛보았다가 땅콩빵을 한 입 베어 물었다가, 또 생강차를 티스푼으로 살짝 맛보았다가 건대추를 한 입 베어 물었다가 하였다. 처음 먹어보는 건대추가 바삭바삭하니 맛있었다.

조금씩 맛보며 책을 읽다 보니 알람이 울렸다. 생강차를 티스푼으로 휘휘 저어 보니 생강슬라이스가 잔뜩 있었다. 이게 사장님께서 말씀하신 직접 간 생강이구나. 남김없이 다 먹었다.

쟁반을 들고 카운터 앞으로 갔다. 사장님께 남은 땅콩빵과 건대추를 포장해 달라 하여, 포장하는 사이 생강차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몸보신한 거 같아요."


나의 소감에 사장님께서는 근처 아파트 주민들 중 어르신들이 많아서 전통차에 대한 컷이 높다(?) 하셨다. 사무실에 돌아왔을 때 옆자리 직원이 물었다.


"오늘도 산책했어요?"

"산책 가다가 카페 들러서 허세 부렸어요."


내 말에 그가 웃었다.


"그건 뭐예요?"


포장해 온 땅콩빵과 건대추를 가리키며 또 한 번 내게 물었다. 땅콩빵과 건대추를 옆자리 동료들과 나눠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