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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메리 May 16. 2019

[셰익스피어 4대비극 특집] 리어왕, 대신 읽어드립니다

바쁜 당신의 지적 호기심을 채워줄 신개념 독서대행 써-비스




<리어왕>의 이야기는 두 가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하나는 왕족의 가정이고, 하나는 귀족의 가정이다. 시대적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400년도 더 전인 1600년 초반이다. 이처럼 평범한 현실과 동떨어진 요소들이 가득한데도,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고뇌와 갈등은 희한하리만치 오늘날의 가족과 세대 갈등을 닮아 있다.


먼저 왕족 가정을 들여다보자. 가장인 리어는 영국의 왕으로, 자세히 묘사되진 않았지만 군주로서 통치능력은 꽤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말년에 이르기까지 반란이나 외적의 침입 없이 나라를 잘 지켜냈고, 비옥한 땅에서는 곡식이 넘쳐나며, 훗날 위기에 처했을 때 목숨 걸고 그를 지키려는 충신들이 여럿 나올 만큼 신망도 두텁다.

하지만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 리어왕은 별로 바람직한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 일단 그는 자녀들을 차별한다. 세 딸 중에서 어린 막내인 코딜리어를 대놓고 사랑하며 추켜세운다. 유산을 무기로 권위를 휘두르며, 심지어 막판에는 재산을 물려받고 싶으면 본인을 얼마나 잘 모실 수 있는지 증명하라며 딸들을 경쟁시킨다. <리어왕>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 중 하나인, 세 딸이 아버지를 향한 사랑을 번갈아 얘기하는 장면은 바로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눈치 빠른 첫째 딸 거너릴아버지를 목숨보다 사랑한다는 열렬한 웅변 끝에 울창한 숲과 비옥한 평야가 있는 땅을 물려받는다. 언니만큼 눈칫밥에 익숙한 둘째 딸 리건세상 모든 쾌락을 버리고 아버지를 택하겠다고 호소하여 기름진 땅과 강을 물려받는다. 하지만 사랑만 받고 자란 덕에 올곧은 성품을 지닌 막내 코딜리어는 재산 때문에 아부하기를 거부한다. 그녀는 아버지를 사랑하지만 그것은 자녀의 당연한 도리이기 때문에 내세울 것이 없고, 훗날 남편과 가정이 생긴다면 그들을 아버지만큼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솔직히 말한다.


가장 아끼는 막내의 입에서 엄청난 찬사가 나오리라 기대했던 리어왕은 크게 실망한다. 지켜보던 가신들 앞에서 자존심도 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서운하고 창피하기로서니, 그는 홧김에 아버지로서 절대 해서는 안 될 실수를 저지른다. 막내딸에게 가혹한 모욕과 비난을 퍼부은 뒤, 그녀를 지참금 하나 없이 프랑스 왕에게 쫓아내듯 시집보내버린 것이다. 코딜리어 몫으로 되어 있던 재산은 모두 아첨꾼 언니들에게 나눠주고, 심지어 그 과정에서 용기 있게 충언을 올린 신하를 ‘꼴보기 싫다’며 추방시켜버리기도 한다.


사실 리어왕 본인은 스스로의 욕심이 매우 소박하다고 생각한다. 바라는 거라곤 가진 권력과 재산을 모두 물려주고, 자식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편안한 여생을 보내는 것뿐이니까. 그가 봤을 때 이것은 아버지로서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권리였다. 하지만 지극히 권위적인데다 나이를 먹을수록 짜증과 성질이 더해가는 왕을 보며, 첫째와 둘째 딸은 앞으로 저 노망난 아버지를 모실 걱정에 몸서리를 친다.


뒤이어 살펴볼 귀족 가정은 글로스터 백작 가문이다. 글로스터 역시 ‘바깥 일’ 부분에서는 완벽한 사람으로, 충심과 인망을 두루 갖춘 덕에 국왕의 신임과 부하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인물이다. 그러나 가장 혹은 아버지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그는 리어왕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결함을 지니고 있다. 일단 결혼 생활 중에 외도로 사생아를 낳았으며, 그 아이를 데려와 서자로 키우면서 한 살 터울인 적자와 온갖 차별을 받게 만들었다. 평생 울분을 삼키며 살아온 서자 에드먼드가 적자 에드거에게 살의에 가까운 적개심을 품게 되었다는 것조차 전혀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글로스터는 가정에 관심이 없는 무심한 아버지다.


약삭빠른 청년으로 자라난 에드먼드는 나랏일에 바쁜 아버지의 무관심과 구김살 없는 형의 순진함을 이용해 자신의 권리를 찾으려 한다. ‘재산을 빨리 물려받기 위해 아버지를 죽이고 싶다’는 취지의 가짜 편지를 쓰고 형의 서명을 한 뒤 우연을 가장하여 아버지의 눈에 띄게 만든 것이다. 무정한 글로스터는 큰아들의 필체조차 알아보지 못한 채 에드먼드의 계략에 홀랑 넘어가고 만다. 당장 반역자를 처단하라는 명령이 떨어지고, 아버지가 자신을 죽이려 군대를 풀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란 에드거는 자세한 속사정을 알아볼 새도 없이 겨우 몸만 빠져나가 도망친다.     



다시 리어왕의 가정으로 넘어가자. 비록 100% 예정대로 되진 않았지만, 어쨌든 딸들에게 나라와 재산을 물려준 리어왕은 국정에서 은퇴하여 한가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그는 자신을 곁에서 지킬 기사와 시종들만 데리고 왕궁을 떠나 첫째 딸 거너릴의 성에서 지내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의 기대와 달리, 아버지를 목숨보다 사랑한다던 큰딸의 반응은 어째 시원치가 않다. 이미 유산도 받은 데다 아버지의 불같은 성격을 잘 알던 거너릴은 초장부터 그의 기를 꺾어놓기 위해 평소보다 더 모질고 차가운 모습을 보인다. 부녀의 갈등은 점점 심해지고, 마침내 거너릴이 ‘관리하기 번거롭다’는 핑계를 대며 아버지의 시종들을 해고하겠다고 선언하자 참다못한 리어왕은 입에 담기도 민망한 욕설을 퍼붓고 가출해버린다.


그가 씩씩거리며 향한 곳은 둘째 딸 리건의 성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 또한 언니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니, 오히려 한술 더 뜬다고 해야 할까. 리건은 아버지가 오고 계신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가족들을 데리고 이웃인 글로스터 백작의 집으로 도망치고 만다. 맨발로 뛰어나와 반기리라고 믿었던 둘째 딸이 집을 비웠을 뿐 아니라 황급히 쫓아간 백작의 성에서도 자신을 피하려 하자 리어왕은 슬슬 이성을 잃기 시작한다. 그 마당에, 이참에 아버지의 성질을 확실히 죽여야겠다고 생각한 거너릴은 동생에게 지원사격을 하기 위해 직접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행차한다. 보란 듯이 손을 잡고 자신을 무시하는 딸들의 모습을 보며, 리어왕은 감당할 수 없는 배신감에 치를 떨며 점점 과격한 말과 행동을 해댄다.


이렇게 느닷없이 쳐들어온 왕과 공주들이 집안싸움을 벌이면서, 그렇지 않아도 장남의 반역 사건으로 뒤숭숭하던 글로스터의 성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된다. (아니 왜 남의 집에 와서…) 딸들에게 배척당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리어왕은 화를 내고 저주를 퍼붓고 머리를 쥐어뜯다가 급기야 폭풍이 몰아치는 밤중에 수행원 하나 없이 성을 뛰쳐나가고 만다. 공주들은 쫓아나가기는커녕 아버지의 버릇을 고쳐줘야 한다며 성문을 닫아 걸라고 지시하고, 이 모습을 본 거너릴의 남편은 불효가 너무 심한 것 아니냐며 언성을 높이고, 고래싸움에 낀 집주인은 누구 편을 들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하고… 이 아수라장의 한복판에서 이성을 똑바로 유지하며 기회를 노리고 있는 사람은 오직 글로스터의 서자, 에드먼드뿐이었다.


그는 얼핏 보기에 흔한 부녀 갈등 내지 유산 다툼으로 보이는 이 사태가 결코 단순한 집안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금방 눈치 챈다. 두 공주는 각각 적법한 왕위 계승권을 가진 후계자였고, 국토에 대한 소유권 또한 절반씩 갖고 있었다. 늙은 왕은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세상을 떠날 테고, 그 후에는 적어도 이 둘 중 한 사람이 왕위에 오를지 모른다. 에드먼드는 국가의 미래를 움켜쥔 인물들이 이 결정적 시기에 자신의 집에 모인 엄청난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계획은 천천히 신중하게 실행된다. 그가 활용한 첫 번째 무기는 자신의 젊음남성적 매력이었다. 그는 애정 결핍과 권력 분쟁과 남편과의 불화로 지친 공주들을 유혹하고, 남몰래 거너릴과 리건의 마음을 모두 훔치는 데 성공한다. 두 공주는 설마 친자매가 연적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한 채 매력적이고 야심만만한 청년과 위험한 불륜 관계에 빠져든다.


국가의 최고 권력자 두 명을 확실히 자기편으로 만든 에드먼드의 다음 행보는 서자라는 이유로 늘 자신을 박대했던 아버지를 제거하는 일이었다. 그는 글로스터 백작이 리어왕을 찾아 보호하려고 남몰래 사람을 보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이 사실을 공주들에게 밀고하여 그에게 명령 불복종 및 반역 혐의를 뒤집어씌운다. 결국 글로스터는 왕에게 충성을 다한 죄로 두 눈이 뽑히고 성 밖으로 내쫓기는 형벌을 받는다. 이렇게 거추장스러운 형과 아버지를 치워버린 에드먼드는 글로스터 가문의 지위와 재산을 모두 손에 넣는다.     


    

한편, 이 난리통 속에 몇날 며칠을 울부짖으며 떠돌아다닌 리어왕은 끝내 몸과 마음의 기력을 전부 잃는다. 광야의 움막에서 사는 거지의 도움을 받은 끝에 목숨은 겨우 부지했지만, 모든 것을 내어준 딸들에게 버림받았다는 충격은 그에게서 군왕의 위엄과 권위를 모두 앗아갔다. 한때 영국의 국왕이었던 리어는 그렇게 거지와 함께 지내는 미치광이 노인으로 전락한다.


그가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의 추락을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던 그 무렵, 쫓겨난 자들의 집합소인 광야에 또 다른 부랑자 한 명이 나타난다. 두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휑한 구멍만 뚫린, 한때 글로스터 백작이었던 그 사내는 횡설수설하는 리어왕의 목소리에 그가 자신의 군주라는 사실을 단박에 알아채고 무릎을 꿇는다. 하지만 겨우 만난 왕에게 애틋하게 안부를 물으면서도, 그는 자신들의 곁을 지키는 거지의 목소리가 왠지 친숙하다는 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한다. 천박한 말투로 실실거리면서도 가끔씩 품위 있는 어휘를 툭툭 내뱉는 그 거지가 자신의 손으로 내친 장남, 에드거라고는 상상도 못한 것이다.


물론 에드거는 한 눈에 아버지를 알아본다. 그러나 그가 지금까지 겪은 비극에 자식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죄책감까지 더해지면 감당이 되지 않으리라 판단한 뒤, 당분간은 묵묵히 거지 행세를 하며 그를 돌보기로 마음먹는다. 그렇게 앞 못 보는 부랑자와 미치광이 노인은 헐벗은 거지의 보살핌을 받으며 하루하루 목숨을 연명해나간다.


그 무렵, 중심을 잃은 영국의 왕실은 돌이킬 수 없는 암투의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서로가 에드먼드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눈치 챈 거너릴과 리건은 권력을 향한 욕망연적을 향한 질투심에 사로잡혀 대립하기 시작했고, 그 사이 이웃나라에서 아버지 소식을 들은 코딜리어는 직접 군대를 이끌고 영국 국경을 넘는다.


유일하게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간직하고 있던 막내딸은 100명의 병사를 풀어 들판을 샅샅이 뒤지고, 결국 그를 찾아내는 데 성공한다. 리어왕은 차마 찾아갈 염치조차 없었던 코딜리어가 직접 자신을 찾아왔다는 사실에 감격하여 잠시나마 정신을 차리고, 매정하게 굴었던 지난날을 진심으로 사죄한다. 하지만 부녀의 애틋한 재회도 잠시, 프랑스군의 침입을 선전포고로 간주한 영국 군대가 그들을 습격하면서 두 사람은 포로로 잡혀 감옥에 갇힌다.


최후의 순간에 진정한 가족애를 경험한 리어왕과 애초에 곧고 욕심 없는 성격이던 코딜리어는 결코 이 상황을 한탄하지 않는다. 두 사람은 ‘최선의 의도를 가졌어도 최악의 결과가 초래될 수 있는 법’이라며 현실을 받아들이고, 감옥 안에서라도 ‘기도하고, 노래하고, 옛 이야기를 나누며’ 오순도순 행복을 찾아 나가기로 다짐한다. 그러나 두 사람은 모르고 있다. 그들을 눈엣가시로 여기는 두 공주와 에드먼드가 보낸 자객이 자신들을 죽이러 오고 있다는 것을.    


    

차디찬 철창 안에서 따스한 가족의 정이 피어난 것과 대조적으로, 으리으리한 글로스터의 성에서는 가족의 갈등이 정점을 치닫고 있다. 에드먼드를 향한 두 자매의 질투와 소유욕은 위험 수위에 달했고, 심지어 거너릴은 연애편지를 흘리는 바람에 남편인 올버니 공작에게 불륜 사실을 들켰음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오히려 공주라는 지위를 내세우며 배짱을 부린다. 마침내 이 개막장 스캔들의 당사자들이 ‘리어왕과 코딜리어의 처분’이라는 안건 아래 한 자리에 모였을 때, 기어이 일이 터지고 만다. 한창 포로들의 처우와 인도 문제(그리고 에드먼드의 건방진 태도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던 도중, 리건이 잔에 담긴 포도주를 마시고 호흡 곤란을 일으키더니 끝내 사망하고 만 것이다.


증거는 없지만, 이는 누가 봐도 연인을 독차지하기 위한 거너릴의 술책이었다. 마침내 인내심이 한계에 달한 올버니는 이 모든 해악의 원인인 에드먼드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신이 결투를 통해 죄인을 벌한다는 당시의 기사도 신념에 따라 목숨을 건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런데 이 기사도라는 것이 상당히 왕족 친화적이다. 기수가 나팔을 세 번 불 때까지 올버니를 대신해 에드먼드와 싸워줄 이가 자원하면 그에게 결투를 맡기고, 자원하는 자가 아무도 없을 때에야 올버니가 직접 나서서 싸운다는 것이다. 어쨌든 한 번, 두 번, 세 번째 나팔이 울렸을 때, 병사들 속에서 투구와 갑옷으로 무장한 기사가 앞으로 걸어 나온다. 그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조용히 에드먼드를 향해 칼끝을 겨눈다.


에드먼드는 그의 결투 신청을 받아들인다. 자칫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지만, 만약 승리한다면 본인 앞에 놓인(실제로 저지르기도 한) 수많은 죄목이 신의 이름으로 사라지는 달콤한 도박이었다. 하지만 상대의 실력이 생각보다 만만치가 않다. 날카로운 칼끝이 수차례 맞부딪치는 긴박한 순간이 지나가고…결국 에드먼드는 상대의 심장에 칼을 꽂겠다는 목적을 이루지 못한 채 땅에 쓰러지고 만다.


차갑게 굳어가는 연인의 모습을 지켜본 거너릴은 이성을 잃은 채 결투장을 떠나 달려 나간다. 올버니는 부하에게 그녀를 쫓아가라고 이르지만, 잠시 후 돌아온 부하는 피 묻은 단도를 내려놓으며 그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보고한다. 눈 깜짝할 사이에 처제와 아내를 잃은 올버니는 착잡한 심정을 억누르며 죄인을 처단한 익명의 기사에게 정체를 알려달라고 요청한다. 기사는 투구를 벗고 자신이 죽은 에드먼드의 배다른 형제 에드거라고 밝힌 뒤, 모두 앞에서 동생이 그동안 저지른 만행을 낱낱이 알린다. 사람들은 그의 이야기를 통해 에드먼드가 거짓 편지를 이용해 형을 쫓아냈다는 사실과 에드거가 광야에서 거지 행세를 하며 국왕과 아버지를 모셨다는 사실, 그리고 모든 것을 잃은 글로스터 백작이 끝내 슬픔과 자책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의 이야기를 묵묵히 듣던 올버니는 떠난 이를 애도하며 부하들에게 감옥에 갇힌 리어왕과 코딜리어를 모셔오라고 이른다. 그는 처음부터 장인어른에 대한 거너릴의 대우가 너무 심하다고 주장해온 쪽이었기에, 아내가 세상을 떠난 이 시점부터는 더 이상 왕을 가둬두고 학대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두 발로 걸어서 그의 앞에 나타난 것은 리어왕뿐이다. 코딜리어는 싸늘한 시신이 되어 아버지의 팔에 안겨 있다. 에드먼드가 죽기 전에 보낸 자객이 절반의 임무를 완수한 것이다. 사랑하는 막내딸을 눈앞에서 잃은 리어왕은 겨우 붙잡았던 정신을 완전히 놓아버리고 만다. 그는 코딜리어의 시신을 부여잡고 목이 터져라 울며 세상을 저주하다가 별안간 기절해 쓰러지고,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다.


사랑과 애정을 갈구하던 두 가족의 구성원들이 서로의 손에 목숨을 잃으면서, 영국의 왕위 계승권을 가진 모든 인물이 하루 사이에 시체로 변하면서, 주인 잃은 왕좌와 왕궁을 둘러싸고 벌어질 잔인한 투쟁을 암시하면서, 셰익스피어의 네 번째 비극은 전에 없이 씁쓸한 결말로 막을 내린다.          




작가 인스타그램: seo_merry

작가 유튜브: 서메리Merry 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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