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의 한가함을 사랑합니다

2월 15일의 감사일기

by 메리언

2/1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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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중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 있다.


금요일 밤의 홀가분함

토요일 아침의 한가함


오늘은 바로 그 중 하나인 토요일 아침. 클래식 라디오 방송을 틀어놓고, 세월아 네월아 설거지를 했다. 클래식을 들으며 아침 시간을 따뜻한 집에 있으니 그저 참 좋았다. 오랜만에 일리 커피 머신으로 커피도 내려 먹었다.


꼼꼼쟁이라 항상 느릿느릿 일하는데, 오늘은 나의 느린 박자 그대로 살 수 있어서 감사한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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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많이 밀려 있고, 남들 앞에서 말해야 할 행사를 앞두고 있을 때 보통 기분이 찝찝하고 안 좋은데, 이번 주말이 딱 그렇다. 여러 업무가 밀려 있고, 당장 월요일에 교육과정 주간 진행, 지역화 교과서 강의가 동시에 있다. 당연히 기분이 느긋할리 없다.


이 마음 그대로 기도하며, 하루종일 짬짬히 준비했다. 예린이가 있어 전력 투구를 할 순 없었다. 그래도 남편이 저녁 때는 예린이와 시댁을 가주어 좀 더 일에 매진할 수 있었다.


내가 지금 느끼는 이 버거운 부담감들도 좋은 경험이 되겠지. 기도하며 하나씩 이 감정들을 잘 버텨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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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책벌레야.

예린이는 그럼 유튜브 벌레야.


책벌레라는 나의 표현에 본인은 유튜브 벌레라도 바로 활용하는 예린이가 웃기다. 지금은 책보다 유큐브가 더 좋아도 언젠가는 책의 매력에 푹 빠지길 엄마는 간절히 소망한다, 예린아.


내가 책이 주는 즐거움을 알고, 어른이 되어서도 다독할 수 있어 감사하다. 노력이 아니라 진짜 재밌어서 많이 읽는 거다. 오늘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녹나무의 파수꾼’을 읽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 시리즈 보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느낌의 따뜻한 분위기 소설을 좋아하는데, 매번 추리소설만 내어 아쉽다. 그나마 녹나무 시리즈가 나미야랑 비슷한 느낌이라고 해서 시작했다. 역시나 재밌다.


무라카미 하루키, 히가시노 게이고, 요시모토 바나나. 내가 좋아하는 일본 작가들이다. 특히 앞의 두 분의 책은 흡입력이 상당하다. 번역본이 있어 정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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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서울여행에서 나의 실수로 전자책 액정이 순식간에 망가졌다. 발견했을 때 얼마나 충격이고 참담하던지….. 나에게는 칫솔 같은 필수품인데… 자기 전에 전자책으로 몇 쪽 읽고 자는 게 사는 낙이었는데, 그걸 순식간에 잃으니 망연자실했다.


지난 번에 호주 숙소에서 애착 전자책(3년 이상 쓴 나의 첫 전자책)을 놓고온 걸 깨달았을 때, 나는 너무 놀라고 황망해서 몇 주간 새 전자책을 주문 못하고 있었다. 그때 경험을 해보니 감정 추스림과 재구매는 별도의 영역이라 생각이 들었다. 그저 불편만 지속될뿐.


전자책은 기기 특성상 액정이 매우 약하고 비싸다. 액정이 망가지면 수리비가 19만원 정도 들어서(보통 기계 1대 값) 새로 사는 게 낫다.


망가진 걸 알자마자 그날 저녁 부지런히 새로운 기기를 주문한 덕에 하루 지나 금방 받을 수 있었다.


새로 산 기기는 크레마 페블. 이 또한 갖고 싶었던 기기이다. 4개의 전자책을 사용해봤는데, 그 중 디자인과 크기가 가장 마음에 든다. 페블이란 이름처럼 동글동글하고 작다.


내내 속상했는데, 새 기기를 받은 순간 속상함이 희미해져간다. 다행이다.


예상 못한 지출을 커버할 수 있는 무이자 할부가 있어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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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린이가 없을 때의 내 저녁은 당연히 마라샹궈. 에드워드리의 컨츄리쿡이란 새 프로그램을 보며 맛있게 먹었다. 내가 나의 시간을 온전히 보내는 것에 거리낌이 없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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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를 들으며 타닥타닥 키보드를 쳤다. 그러다보니 어느덧 지역화 강의 자료를 모두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강의 준비를 시간 안에 잘 마쳐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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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탄산을 진짜 좋아하는데, 탄산수가 위에는 그리 좋지 않은 거 같아서 새로운 먹거리를 물색하다가 콤부차에 도전해보게 되었다. 콤부차는 발효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톡 쏘는 맛이 특징인 차이다. 가성비가 괜찮아 아임 얼라이브 오리지날을 먹기 시작했는데, 맛있고 좋아서 두 달째 꾸준히 먹는 중이다.


환경 보호에 진심인데, 4병 단위로 시켜야 종이 박스가 딱 맞아 스티로폼 포장재가 안 쓰인다는 걸 발견해서 그 이후로는 꼭 4병 단위로만 시킨다. 절제를 위해서 하루에 1병만 먹는 나름의 규칙도 있다.


위도 안 아프고 소화도 잘 되는 좋은 먹거리를 찾아서 다행이다. 항상 지금 먹는 거 보다 더 성분이 좋은 게 없나 늘 고민하며 쇼핑하고, 오랜 자가 임상 실험(?)에 통과된 제품은 5년이든, 10년이든 애용하는 편이다. 먹거리를 살 때 하는 모든 고민들이 내 삶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내가 좋은 먹거리 찾기에 진심이라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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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우리집은 난장판이지만(어지르는 거 순식간이지만, 치우는 시간은 늘 부족하여……), 요즘의 나는 무엇을 하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정리해놓으려 매우 노력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도깨비집이지만, 아주 조금씩 개미만큼 깨끗해지고 있다. 나만 아는 비밀이다. 내가 전체 청소할 체력과 시간은 없다만, 항상 아주 조금이라도 노력하고 있어서 감사하다. 자기 효능감이 향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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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조금만 쓰자는 일기를 이만큼 쓰다니… 나 너무 대견하다. 쓰담쓰담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