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성과 행성

by 메리언

학기말입니다.

시작도 끝도 없는 시간에 가상의 시작과 끝의 의미를 강제로 부여하는 인간의 행위는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요. 사실은 끝이 아님에도, 무언가 끝났다는 착각으로 마음이 후련해집니다.


학기말의 어느날인 오늘,

문득 제 뒷덜미를 스치고 간 생각.


”나는 항성이야.“


였습니다.


항성은 스스로 빛을 내는 천체이죠.

행성은 그 빛을 반사하고요.

태양계의 유일한 항성은 태양입니다.

아이들에게 항성과 행성의 차이점을 이야기해줄 때

저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리더라고요.

스스로 빛을 내는 유일한 천체라…..

빛의 근원이라는 사실이 참 근사하지 않나요?


제가 정의하는 항성 같은 사람은

누군가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스스로의 평가를 중시하는 사람이라 생각했어요.


남들이 나의 말과 행동에 대해 뭐라 하든 말든,

그리고 남들에게 꼭 말과 행동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세상에 보이지 않는 기여를 하고 사는 것.

그 안에서 스스로 의미를 찾아가는 것.

그게 항성이라 생각했어요.


1학기 동안 마음 고생한 일이 많았어요.


열심히 준비한 수업이

아이들에게는 지루한 수업으로

평가 받을 때도 있었고,


티나지 않게 동료를 도와주었는데,

자기 표현에 능숙한 동료의 행동이

더욱 각광을 받을 때

허무함을 느끼기도 했어요.


남편에게도,

아이에게도.

최선을 다하고, 많은 품을 들이지만,

그만큼의 애씀을 상대방은 다 알 수 없잖아요.

되돌아오는 것이 내 마음에 차지 않을 때,

마음이 또 서늘해지곤 하죠.


그럴 때마다 계속 생각한 거 같아요.


나는 항성이야.

내가 스스로 만족하고, 즐거울만큼만 하면 돼.

아무도 인정하지 않아도

내 스스로를 대견하게 생각하자.


엄마라는 역할에 소질이 1도 없는 사람이

아이를 세상에 내보낼만큼 키운 것도 대견하고.


내버려두면 세수도 안할 사람이

매일 세수하고 직장가는 것도 대견하고.


남앞에서 말하는 거 싫어하는 사람이,

아이들에게 유의미한 가르침을 주는 것도 신기하고.


저의 크고 작은 행동이 모두 대견하고,

반짝반짝 빛난다 생각하니

하루하루가 그리 버겁게 느껴지진 않더라고요.


1학기를 잘 견뎌낸 저에게

또 이야기해봅니다.


너는 항성이야.

아무도 너를 몰라도,

너는 너를 알잖아.

이 험한 세상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거 자체가 진짜 빛난다.


그 작은 위로가

스스로에게 힘이 되네요.


갈수록 힘든 시기,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함이 필요한 때이고,

그 따뜻함은 나를 가장 잘 아는 내가 해줄 수 있는 거 같아요.


음….

사실 저의 실제 정체는 행성일지도 모르겠어요.

그저 빛을 반사하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일지도요.

그러나,

항상 항성을 꿈꾸며 살아보겠습니다.

누군가의 빛이 아닌,

내 빛으로 빛나도록 계속 꿈을 꿀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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