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머쉬 Jul 15. 2024

살고 싶은  집 VS. 사고 싶은 집

집이라는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저 가족이 행복하게 머무르는 공간이지만 이 집을 통해 자산을 증식하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그러다 보니 집을 볼 때 단순히 주거 편의성보다 향후 가치가 상승할 수 있는가를 더 우선적으로 보게 되는 것이 우리나라에서 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아무리 넓고 좋은 집이라도 향후 매도할 때 집값이 오르지 않았다면 사람들은 그 집이 좋은 집이라고 판단하지 않는다. 반대로 30년 된 썩은 집인데 시세가 두 배, 세배 올랐다면 그 집을 좋은 집 즉 '사고 싶은 집'이라고 생각을 한다. 물론 살기도 좋으면서 향후 시세가 오를 수 있는 완벽한 집을 사는 것을 누구나 선호하지만 이런 집들은 일반 서민이 사기에는 굉장히 비싸다.


그래서 사람들은 항상 이 두 가지, '사고 싶은 집과 살고 싶은 집' 사이에서 고민을 하는 것 같다.


서울 봉천동 빌라에서 살다가 와이프 회사가 있는 분당으로 이사를 결심하고 집들을 보러 다녔었다.

당시에 나는 투자를 5~6년 동안 해오면서 나름 투자 철학이 생겼다. 무조건 입지 좋은 물건들만 투자를 하는 것이었다. 이런 소신(?) 있는 투자 철학으로  대부분의 나의 물건들은 서울 역세권에 위치한 물건들로 채웠다.


그런데 당시에 내 나이 30후반~40대 초반의 나이로 무슨 큰돈이 있었겠는가? 아이들은 이제 기저귀를 갓 때고 얼마 안되서 둘째가 태어난 상황에 맞벌이는 외벌이로 바뀌었고 비록 대기업에 다니고는 있었지만 월급은 고스란히 생활비로 쓰고 나면 남는 것이 없었다. 이런 와중에 투자를 하겠다고 의욕은 앞섰지만 막상 투자할 돈은 없었다.  그럼에도 부동산 투자를 하고 싶었고 지속적인 공부를 하면서 배운 것 하나는 무조건 부동산은 좋은 입지에 사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에도 좋은 입지의 물건들은 비쌌다. 그럼에도 당시에 5채를 서울 역세권에 소유할 수 있었던 것은 좋은 입지의 안 좋은 물건들을 보러 다녔다. 예를 들면 200여 세대 미만의 나 홀로 아파트나 대단지 저층 아파트들이다. 이런 안 좋은 물건들은 훌륭한 입지 덕분에 전세가는 높았고 대신 매매가는 낮았다. 당연히 투자금을 최소화해서 투자를 할 수 있는 좋은 방식이었다.


그렇게 나름 투자를 성공적으로 했지만 이마저도 부동산 경기의 비수기를 견디기는 힘들었다. 그렇게 5년의 생활을 15평 빌라에 거주하면서 나의 투자 물건들을 늘려갔지만 경기가 가장 바닥일 때 헐값에 매도를 하고 와이프 회사가 있는 분당으로 이사를 결심하게 된다. 그리고 실제로 거주할 아파트를 매입하기 위해  분당과 인근  지역으로 집을 보러 다녔다.


여러 집을 보러 다닌 후 고민은 두 가지였다. 분당에 역세권 구축 20년 된 2베이 30평 때에 살 것인가? 아니면 10년 된 신축에 광폭 베란다에 탄천과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단지도 예쁘고 조경도 좋은 수지에 살 것인가?당시에 가격은 용인 수지가 4억 초반이었고 분당 역세권이 4억 후반이었다.


향후 신분당선이 개통할 역세권 구축 오래된 아파트 2베이 30평형.

역세권과는 관계없지만 단지 내  아름다운 조경과  주위에 둘러싸인 자연환경과 그리고  탄천이 있는 광폭 베란다 3베이의 35평형급 준 신축.


신혼 생활을  다닥다닥 붙어 있는 빌라 1층에 살면서 옆집이 샤워하는 소리, 담배 피우면 흘러 나오는 냄새, 새벽에 설거지, 샤워 등등 소리를 다 느낄 수 있는 공간에 살다가 이런 아파트를 보다 보니 아내와 나는  향후 시세는 모르겠고 무조건 살기 좋은 곳 분당보다는 수지를 선택하게 되었다.(당시에 투자 실패로 초기 역세권 투자 마인드도 다 버린 상황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이사를 왔고 현재가까지도 수지에서 거주하며서 10년이 벌써 다 되어 간다. 우리 가족은 새로 온 아파트에서 너무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도 좋은 아파트 내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잘 컸고  첫째는 고등학생이 되었고 둘째는 내년이면 중학생이 될 나이다. 우리 가족은 이 아파트로 이사 온 것에 100프로 만족한 삶을 살았다.


그런데 아이들이 크다 보니 조금 더 넓은 평수가 필요했다. 30평형 가지고는 아이들을 봐주시는 장모님과 함께 살기에는 좁았다. 그리고 현재는 이사를 고민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10년을 행복하게 해준 아파트의 시세를 확인했을 때는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50프로밖에 오르지 않았고 내가 사려고 하는 아파트들은 3배가 올랐다.


우리 가족은 10년을 시세를 생각하지 않고 살았을 때는 너무나 행복했지만 이사를 생각하고 우리 집 시세를 확인하는 순간  잘 못 샀다는 후회로 가득 찼다.

10년 동안 잘 살았던 아파트가 갑자기 잘 못 산 아파트로 변해 버렸다.


과거는 모르겠고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면 잘 살았던 아파트는 살고 싶지 않은 아파트가 되어 버렸다.

아무리 조경이 좋고, 넓은 동간 거리, 광폭 베란다에 자연으로 둘러싸여 있어도 오르지 않는 시세 앞에 살고 싶지 않은 아파트가 되어 버렸다.


그렇다 우리나라에서 집이 단순히 편안하게 사는 주거공간만의 의미로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 '잘 사는  집'보다 향후 집값이 오를 수 있는 '잘 산 집'을 당연히 선호하는 것이다.


뉴스에 수도권 입지 좋은 아파트를 소유하다가 자연이 있는 전원주택을 이사를 간 후 매도한 집이 폭등하고 전원주택마저 팔리지 않아 그  분노로 자살했다는 기사가 왠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머쉿게 살고 싶은 -머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