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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by 머쉬

흔히 사회적, 경제적 혹은 사업적으로 변화가 큰 시기를 변곡점이라고 부른다. 사전적 의미의 변곡점은 변화하는 곡선의 모양이 오목에서 볼록, 혹은 그 반대로 바뀌는 지점이자 수학적으로 두 번 미분했을 때 0이 되는 지점을 의미한다.


국가나 기업, 혹은 한 개인의 인생은 수없이 많은 변곡점에서 어떤 의사결정을 내리는가에 따라 놀라운 성장과 번영을 누릴 수도, 급격한 나락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다.


최근 김작가 TV에 솔트룩스 이경일 대표가 나와서 AI 미래의 산업, 그리고 투자 방향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난 후 마지막에 '변곡점'이라는 단어로 투자에 있어 어떤 의사 결정을 하느냐에 급격히 성장을 하느냐 아니면 가라앉느냐를 가지고 영상 마무리를 지었던 기억이 난다.


변곡점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이 단어가 생경한 단어도 아니고 누구나 알법한 흔하디흔한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지금의 나의 시점이 바로 그 위에 올라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에게 변곡점은 항상 그래프에서 보듯이 변화가 없는 시기였다. 한마디로 답답한 시기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미래를 알 수도 없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 상태가 변곡점의 상태이다. 어떤 의사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급격하게 성장할 수도 있고 아니면 꼬꾸라져 바닥으로 치달을 수 있는 시기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변곡점의 시기가 지금 처음 접하는 것이 아니었다. 과거 십 년 전에도 딱 이런 분위기였다.

당시에 나는 2010년부터 꾸준히 서울 부동산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오르겠지 하면서 정말 열심히 매입을 했다. 그런데 4년을 기다려도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당시에 나는 투자금이 없는 상황에서 '영끌'을 했었고 부동산 경기가 좋아지기만을 기다려 달라며 아내에게 조금만 힘들더라도 버티자고 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아내 입장에서도 5년 이상을 기다려도 딱히 성과가 나지 않고 있었고 아이들은 학교를 들어갈 시기가 다가오면서 언제까지 봉천동 빌라에서 더 이상 버틸 수만은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투자한 부동산을 더 이상 가지고 갈 수 없다고 판단했다. 5년 동안 부동산이 침체기이면 앞으로도 더 침체기가 올 것 같아 나는 헐값에 매도를 해버리고 경기도로 이사를 왔던 기억이 난다. 이사를 오고 채 1년이 되지 않아 서울 집값이 미친 듯이 상승하기 시작했고 나는 땅을 치면서 후회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가 나에게는 1차적인 변곡점이 아니었나 싶다. 당시에 나의 판단은 향후 부동산의 미래에 대해 암울하게 보았고 정리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모든 것을 팔아야겠다고 판단을 한 것이다. 그래프에서 보듯이 나는 상승이 아니라 바닥으로 고꾸라졌고 나의 인생은 한동안 우울함으로 지냈던 기억이 난다.

그때가 딱 10년 전이다. 그런데 왠지 지금이 그런 느낌이다. 내가 투자한 부동산은 지금 시장에서 냉냉하고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인근에 매물들은 쌓여가고 있고 사람들은 하루라도 빨리 팔고 상급지로 이동을 원하고 있다. 지금 분위기를 보면 모든 사람들이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기 위해 분주해 있다.


오르는 곳은 계속 오르고 있고 떨어지는 곳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부익부 빈익빈이 가중되고 있다.

다주택 투자자들은 매물을 정리하려고 하고 있고 시장에 매물들은 쌓여가고 있지만 소위 핵심지역은 매물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나 또한 다주택자이기에 이 상황에서 과연 주택들을 정리하는 것이 맞을까 그런 고민을 하게 된다. 마치 10년 저처럼 말이다. 10년 전에도 내가 서울 집을 매도한 2015년부터 서서히 서울이 반등했다. 그리고 2017년 미친 듯이 뜨거워지기 시작했고 그 여세는 수도권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과연 이 시점에 내가 투자한 물건들을 정리하는 것이 맞을까?

강남과 비강남의 격차가 커지고 수도권의 핵심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는데 과연 이 흐름이 맞는다면 이런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맞을까? 고민이 되는 시점이다.

과거 10년 전에도 강남을 중심으로 급격히 오른 분위기는 서울, 수도권으로 번졌었는데 그 공식이 지금은 맞지 않는 걸까? 과거와 지금의 변수는 다주택 투자가 힘들다는 것이다. 즉 한 채만 살 수 있는 여건이 계속된다는 것인데 현재 다수당이 여당인 입장에서 분위기 반전이 일어날 수 있을까?


만약 지방 부동산과 서울 변방, 수도권 변방 아파트가 급격히 매물이 쌓이고 경기가 더 안 좋아지면 정부가 야당과 합의를 잘(?) 해서 반전의 카드를 만들 수 있을까? 현재 상태로는 쉬워 보이지는 않지만 여러 가지 여건을 보면 가능(?) 하지도 않을까 하는 초긍정의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내가 현재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지금이 티핑포인트가 돼서 급격히 상승무드를 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으면 과거처럼 꼬꾸라질 수도 있다.

과연 나는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좋을까?



머쉿게 살고 싶은 - 머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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