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호칭, 정답은 없지만 서로 덜 불편해지는 방법

by 혜윰


아줌마가 된 순간


어릴 땐 몰랐다.

정확히 말하면, 서른이 되기 전까지는 하지 않던 고민이 있다.


나는 서른대 이상이면 무조건 ‘아줌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서른처럼 보이면 누구든 싸잡아 아줌마라고 불렀다.


식당에서 서른쯤 되어 보이는 여성이 음식을 가져다주면
“아줌마, 감사합니다.”


길을 물을 때도

“아주머니, 길 좀 물을게요.”


사십대, 오십대까지도 내 기준에서는 모두 ‘아줌마’.

육십대 이상이면 그냥 ‘할머니’였다.


그런데 내가 서른이 되고 보니, 이 호칭이 참 애매해졌다.
맞긴 맞는데, 막상 내가 그렇게 불리니 은근히 귀에 거슬렸다.


주위에서는 나름 동안이라고 말해주지만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나는 어김없이 ‘아줌마’가 된다.


“아줌마, 이거 싸게 줄 테니까 사가요.”


괜히 기대했다가, 그 한마디에 현실을 확인하는 기분.


왕언니를 만나다


나보다 연장자인 여성들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고민이 시작됐다.
내가 아줌마라고 불리는 게 싫었으니,
이분들도 비슷한 기분 아닐까 싶어서였다.


그래서 선택권을 그분들께 드리기로 했다.


“저기… 제가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이모? 언니?”


다들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언니라고 불러. 내가 이모는 아니잖아.”


그렇게 나는 나보다 스무 살 이상 많은 ‘왕언니’가 두 명 생겼다.


남편 친구 모임의 오빠 논쟁


남편과 나는 일곱 살 차이다.
집에서는 아무 생각 없이 ‘자기야’ 혹은 ‘오빠’라고 부르지만
밖에서는 이상하게 ‘자기야’가 잘 안 나온다.
대부분 ‘오빠’가 된다.


어느 날 남편 대학 친구 모임에서
부부 동반으로 참석했을 때였다.


순간, 머리가 멈췄다.


‘오빠?’
그런데 이 사람은 내 오빠가 아니잖아.


‘저기요?’
너무 남 같다.


‘아저씨?’
그건 더 말이 안 된다.


결국, 결론은 단순했다.
남편과 동갑이면 그냥 오빠.


그래서 나는 고기를 건네며 말했다.


“오빠, 이거 저쪽으로 좀 옮겨주세요.”


그 순간, 옆에 있던 남편 친구 아내가 말했다.


“우리 남편이 무슨 오빠야.
주름 자글자글하고 배 나온 오빠 봤어?
그냥 아저씨라고 불러.”


그러자 남편 친구가 바로 받아쳤다.


“내 마음은 아직 이팔청춘이거든.
제수씨, 그냥 오빠라고 불러줘요.
내가 어디 가서 오빠 소리 들어보겠어.”


그 이후로 나는
오십이 넘은 남편 친구들도 전부 오빠라고 부른다.


호칭, 정답은 없다


문득 생각했다.
나도 언젠가는 오십, 육십, 칠십이 될 텐데
누군가 나에게 물으면 나는 뭐라고 대답할까.


답은 의외로 금방 나왔다.


“그냥 언니라고 불러.
아줌마보다 음절도 짧고,
나는 젊어진 기분 들고,
부르는 사람도 덜 어색하잖아.”


아직은 내가 그런 말을 들을 나이는 아니지만
이제는 분명히 안다.


호칭이란, 정답을 찾는 문제가 아니라
서로가 덜 불편해지는 방향을 함께 고르는 일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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