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화하고 쓰렸다.
평소 맵고 짠 음식을 즐기지도 않는데, 속이 쓰려 혹시 큰 병은 아닐까 걱정스러웠다.
동네 내과에 들어서 30분을 기다린 끝에 의사 선생님과 마주 앉았다.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어요?”
“속이 박하사탕 한 봉지를 머금은 것처럼 화하고 쓰려요.”
선생님은 키보드에 내 증상을 적으며 질문을 이어갔다.
“평소 술 자주 드세요?”
“아니요. 술은 입에도 대지 않습니다.”
“담배는요?”
“아니요! 전혀 피우지 않습니다.”
스스로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에 잠시 뿌듯해졌다.
“커피는요?”
이 질문에는 바로 답이 나오지 않았다.
“아… 커피는 조…금 마셔요.”
거짓말이었다. 그것도 새빨간.
하도 마셔대서 별명이 ‘그만마셔’였으니까.
“술, 담배는 상관없고요. 커피는 당분간 끊으세요.”
“네?”
진부한 표현이지만,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는 말이 딱 맞았다.
다급해진 나는 속사포처럼 물었다.
“하루에 세 잔… 아니, 두 잔은 안 될까요?”
선생님은 황당한 웃음을 지었다.
“안 돼요.”
“그럼 하루 한 잔은요?”
“안 돼요.
단호박도 이런 단호박이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약봉지를 입에 털어 넣는 순간까지 마음이 시큰했다.
집에 도착하자 정수기 위의 노란 믹스커피 스틱들이 방긋 웃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오늘은 안 돼. 내일도 안 돼. 당분간 안 돼.”
쓴 입맛을 다시며 약을 삼켰다.
커피 없는 삶은, 아침을 여는 스위치가 꺼진 기분이었다.
직장에 도착하자 동료가 따끈한 아메리카노를 건넸다.
평소 같으면 감사히 받았겠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저리 치워 줘. 제발.”
보리차, 루이보스차, 캐러멜 시럽까지 시도했지만
그 맛은 커피와 닮지 않았다.
한 모금 마신 순간, 나는 그대로 씽크대에 버렸다.
좋은 점도 없지 않았다.
밤에 화장실 들락날락하지 않았고,
아랫배도 슬그머니 들어갔다.
그걸 빼면, 장점은 딱히 없었다.
일주일 뒤, 완치 판정을 받았다.
선생님은 커피를 적당히 마시라며 덧붙였다.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 마신 커피는 세상에서 제일 달고 따뜻했다.
문득 둘러본 세상은, 유채색으로 물들어 보였다.
커피 한 잔으로 시작된 기록이지만, 다음 글에서는 또 다른 일상 속 경험과 생각들을 이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