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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Oct 21. 2021

크리스티앙 볼탄스키 오마주 전시

루브르 박물관 드농관의 이태리 회화관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는 현재 크리스티앙 볼탄스키(Christian Boltanski) 오마주 전시를 하고 있다. 루브르는 현대미술관인 퐁피두 센터와 베르사유 궁전과 함께 협업하여 최근 사망한 그를 오마주 하기로 했다. 


그는 누구인가?

1944년 파리에서 태어난 그는 프랑스 조각가이자, 사진가, 화가, 영화 제작자였다. 그는 사진 설치 및 현대식 스타일로 유명하다.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적 홀로코스트에 대한 기억으로 가득한 유년기를 보냈다. 그래서인지 시간, 죽음, 기억 등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그에 관한 현대 설치 미술로 자신의 감정을 주로 표현하였다. 


올해 7월 14일 프랑스 대혁명일에 사망한 그를 오마쥬 하는 전시가 프랑스 루브르에서 열리고 있다. 물론 드농관 복도 한편에 작품 딱 하나만 설치해 놓았지만,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벽을 표현했다는 것은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벽에 또 벽을 설치한 셈이다. 벽 위에는 탁상 램프가 벽을 비추고 있다. 


작가는 무엇을 표현하려고 했던 것일까? 

작품 설명을 읽어보니 놀라운 점 하나 발견했다. 벽돌을 표현하려고 한 이 상자는 바로 비스킷 철제 상자였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620개의 비스킷 상자 안에는 1200개의 사진과 800개의 각종 잡다한 문서가 들어있다고 작품 설명에 쓰여있다. 이 사진과 서류들은 1965년~1988년 20년 넘는 그의 인생의 각종 순간들을 기억하기 위해 모아둔 자료이다. 


한 층 한 층 쌓아 올린 철제 비스킷 상자는 작가 자신의 삶의 순간순간을 쌓아 올리는 것을 표현한다. 이는 비단 작가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적용된다. 우리의 삶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 사진과 문서로 기록된 삶의 순간은 상자라는 공간에 담겨져 차곡차곡 쌓아 올라간다. 나는 이 상자가 우리 뇌라고 표현하고 싶다. 매일 매일 일어나는 삶의 순간들이 우리 뇌에, 머리에, 가슴에 남는 것처럼 말이다. 존재와 상실, 오고 떠나감... 삶의 발자취는 개별적이기도 일반적이기도 하다. 지극히 개인적이기도 하고 익명적이기도하며, 강인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부서지기 쉽기도 한 것이 우리 인생이다.  


그는 620개의 똑같은 규격의 비스킷 상자를 모으기 위해 이 많은 비스킷을 다 먹었을까? 

나는 평소에 집에 나뒹구는 각종 과자 포장지를 쉽게 버리지 않는다. 주변에는 버리기 아까운 좋은 재질의 포장지가 잘 찾아보면 꽤나 있다. 두꺼운 박스의 경우 잘 모아뒀다가 아이랑 만들기를 하는데 이만한 놀이 재료가 또 없다. 돈 안 들지, 환경 보호도 되지(물론 버리고 나면 쓰레기가 되는 것은 맞지만 그래도 며칠 몇 주간은 장난감으로 활용했다는 생각에 조금은 마음이 편하다), 장난감 따로 사지 않으니 절약도 하고... 경제적으로 환경적으로 장점이 많기 때문에 요구르트 유리병, 플라스틱 병, 시리얼 박스, 비스킷 박스, 키친타월 심지 등 쉽게 버리지 않고 모아둔다. 이런 나를 보고 구질구질하다고 하겠지만 나는 장난감을 사는 것보다 이렇게 놀이 재료로 활용되고, 가지고 놀다 지겨워지면 (돈 주고 산 장난감은 차마 쉽게 버리지를 못하지만) 죄책감 없이 쉽게 버릴 수 있어서 참 좋다고 생각한다.  크리스티앙 볼탄스키의 비스킷 상자로 만든 벽을 보면서 일상 속에 있는 여러 가지 재료들을 가지고도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에 또 한 번 고개를 끄덕인다. 


전시는 내년 1월 10일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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