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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Feb 14. 2022

한 손에는 아이 손을, 다른 한 손에는 담배를

진정한 자유란

아침마다 아이 유치원 등굣길은 손에 손을 잡은 아이들과 학부모들로 분주하다. 만 3세에서 만 5세 아이들은 엄마 아빠 손을 잡거나, 씽씽카를 타고 바삐 간다. 아침 8시 20분에 교문이 열리고 30분까지 즉, 10분 사이에 아이들을 유치원에 들여보내야 한다. 늦는 집을 위해 35분까지 열어주기는 하는데 30분이 넘어가면 곳곳에서 뛰고, 울고, 빨리빨리를 외치고, 아주 정신이 없다. 이 나이 때 아이를 아침에 깨우고,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게다가 엄마 아빠는 둘 다 직장에 가야 하기 때문에 그들도 챙겨 나오느라 바쁘다.


늘 같은 풍경의 아침, 어느 날 평소와 다른 풍경이 내 눈에 들어왔다. 한 아이 엄마가 아이 유치원 등교를 시키는데 한 손에는 담배를, 다른 한 손에는 아이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었다. 담배를 뻐끔뻐끔 피워댔다. 그 연기가 아이한테도 갈 텐데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피웠다. 나는 조금 의아했다. 4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 아이를 손에 잡고 담배를 피우는 엄마. 한국이라면 다른 사람 눈치 때문에 쉽사리 할 수 없는 행동이었을 텐데... 신기하게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눈치를 주거나 쳐다보거나 하지 않았다. 프랑스는 타인의 사생활에 관심을 두지 않아서 소매치기가 활개를 치고 다니기 아주 좋은 환경이란 우스갯소리도 있다. 한국은 타인을 보기 때문에 물건을 훔치면 들통나기 쉽다. 여긴 남에게 시선을 두지 않으니 물건 훔치기도 좋을뿐더러, 실제 소매치기가 일어나는 것을 목격해도 신경 쓰지 않고 그냥 가기도 한다. 타인 사생활에 신경 쓰지 않아서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다.


어느 날, 또 다른 엄마가 담배를 피우며 아이들을 유치원에 데려다주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 집은 아빠, 엄마, 아이 둘 이렇게 4명이었다. 엄마는 연신 담배를 피워댔고, 그 옆에 나머지 가족 3명은 아랑곳하지 않고 종종걸음으로 유치원에 늦을까 봐 빠르게 걷고 있었다. 교문 앞에 다다를 때까지 담배를 피웠다. 유치원 교문 앞 인도는 많이 좁은 편이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걸으면 반대쪽에서 오는 사람은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좁은 인도다. 이런 좁은 길에서 부모는 아이손을 잡고 늦었다며 빨리 걸어가고, 그 와중에 담배 연기는 계속해서 흩날렸다. 이 엄마는 다음 날도 마주쳤는데, 또 담배를 피우며 아이들과 함께 등굣길을 가고 있었다.


파리 시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여성은 쉽게 볼 수 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나 담배를 피울 개인의 자유가 있다. 파리 처음 도착했을 때, 젊은 여성이 나이 많은 할아버지께 담배 없냐고 묻는 것을 보고, 문화 충격을 받았던 적이 있다. 생활하면서 자연스레 문화 충격도 덜해졌다. 점점 이곳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됐다. 동성애자들끼리 거침없이 애정 표현하며 걸어가는 것을 봐도 그렇려니 하게 됐다.


웬만한 것에는 이제 크게 놀라지 않는데, 어린아이 손을 잡고 가면서 담배 피우는 엄마들은 받아들이기 아직 조금 어려운 것 같다. 그때 잠깐 참아도 되지 않을까? 아무리 개인의 자유가 크고 중요한 나라라고 하지만 굳이 바쁜 등굣길에 빠른 걸음을 하면서 한 손에는 아이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에는 담배를 연신 피워대야 할 만큼 흡연이 절실한가? 개인의 자유와 타인의 건강(타인 중에서도 가장 소중한 타인) 중에서 개인의 자유가 더 소중한 건가? 대게 이런 경우 아이를 타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엄연한 인권이 있는 타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내 것, 내 자식, 또 다른 나란 생각에서 비롯된 행동일 수 있다.


자유를 너무도 외치는 프랑스라서 여전히 평균 일일 확진자수가 30만 명 나오고 있는 건가?(최근 일일 확진자수가 50만 명까지 치솟은 적도 있다) 어제는 샹젤리제 거리에서 자유의 호송대(Convoi de la Liberté) 시위가 거세게 일어났고, 마크롱 대통령이 진정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백신 접종에 반대하는 시위인데, 이 시위 속에는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인해 생계유지가 힘들다는 시위대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 팬데믹 이전 프랑스는 노란 조끼(Gilets Jaunes) 시위가 오랫동안 격했는데, 노란 조끼 시위대도 이번 자유의 호송대 시위대에 포함됐다.


자유 호송대, 노란 조끼 시위 모두 자신의 권리를 찾고 싶고, 내게 자유를 달라는 의미일 테다. 격한 시위대로 인해 날씨 좋은 주말에 시민들이 샹젤리제 거리를 비롯한 시위 중인 거리로 나가지 못했다. 노란 조끼 시위가 절정해 달했던 당시, 아무 관련 없는 명품샵을 비롯한 각종 식당 및 가게 쇼윈도가 와장창 다 깨졌다. 시위대는 깨진 유리를 밟고, 안으로 들어가서 값비싼 물건 약탈도 했다. 개선문 내부에 들어가서 문화재를 파괴하기도 했다. 나의 자유를 향한 외침도 필요하겠지만, 최소한 무고한 타인에게는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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