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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Feb 15. 2022

Saint-Valentin

파격적인 TV 광고

2월 14일, 한국에서는 서로 연인끼리 선물을 주고받고, 사랑을 확인하는 날.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주는 날이라고 알려져서 이때를 활용해서 평소 좋아하던 남자에게 용기 내어 고백하기도 한다. 3월 14일은 화이트 데이라고 해서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에게 사탕을 준다. 가게에는 초콜릿과 사탕이 마케팅 상품으로 수없이 쏟아진다. 4월 14일은 짜장면 데이. 매월 14일이 되면 무슨 무슨 데이의 향연이 펼쳐진다.


프랑스에는 매달 14일마다 특별한 데이는 없다. 단, 12개월 중 단 한번 특별한 데이가 있다. 바로 밸런타인데이.

프랑스에서 흔한 이름 중 하나인 발렁땅(Valentin), 발렁띤(Valentine)들어간 밸런타인데이(Saint Valentin) 위한 각종 이벤트가 펼쳐진다. 카페, 식당, 거리, 다리, 에펠탑, 공원 ...


기원은 3세기경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성 밸런타인 축일은 269년에 사망한 로마의 성 밸런타인을 기리기 위해 2월 14일로 제정했다는 전통이 있다. 성 밸런타인이라는 이름의 초기 기독교 순교자 한 두 명을 기리는 기독교 축일로 시작되었으며, 이후 민속 전통을 통해 세계 여러 지역에서 사랑에 대한 문화적, 종교적, 상업적 축하일이 됐다.

파리는 사랑이 꽃피는 낭만적인 요소가 다분한 도시로 유명하다. 사랑하는 연인을 위한 도시 파리는 이 날 세계 곳곳의 연인들을 놓칠 리 없다. 사랑의 대표적 상징물인 에펠탑. 에펠탑 2층에 있는 식당에서는 연인들을 위한 분위기 있는 조명과 함께 맛있는 음식으로 그들을 유혹하고 있다. 에펠탑에서 각종 이벤트도 열린다.


연인들을 위한 선물 광고도 밸런타인데이 약 10일 전부터 티브이에 나온다. 주로 향수, 주얼리 광고가 많은 듯 했다. 이를 통해 연인들끼리 어떤 선물을 주고받는지 알 수 있다. 한국처럼 초콜릿을 줘야 한다는 정해진 룰은 없다. 선물은 다양하다. 향수, 주얼리, 속옷 등을 꽃과 함께 주는 것 같다. 물론 초컬릿도 준다.


까르푸 같은 마트에도 밸런타인데이용 꽃이 많이 판매하고 있다. 심지어 빵집에도 밸런타인데이를 축하하기 위해 하트 표시를 찍은 빵이 오늘 하루 특별히 만들어졌다. 커피에 하트 표시도 아니고, 빵에 하트라니... 역시 빵의 나라답다.


빵에 하트가 있다. 마트에 꽃을 판매하고 있다. by 모니카


TV 광고는 파격적이기도 하다. 남남 커플, 남녀 커플, 여여 커플  다양한 커플이 서로 사랑을 나누고, 선물을 주고받는다. 한국이라면 밸런타인데이를 앞둔 남남, 여여 커플이 서로 진한 스킨십을 하며 선물을 주고받는 장면을 티브이 광고로 보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이곳은 거침없다. 성별에 구분을 두지 않고 개방적이다. 아이들이 보는 시간대에 이런 광고를 여과 없이 송출한다. 연령 차이가 많이 나는 커플, 인종이 다른 커플... 매우 다양한 커플이 광고에 나온다.


최근 프랑스라는 영화에서 주인공을 맡은 프랑스 여배우 레아 세이두(Léa Seydoux)가 나오는 광고를 아이와 함께 봤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라는 동성애를 다룬 영화에서 그녀를 처음 보고 매우 파격적이란 생각이 들었던 신비로운 눈빛을 가진 그녀. 처음에는 무슨 광고인지 모르고 갑자기 흘러나와서 보게 됐다. 연인이 침대에서 진한 스킨십을 한다. 그러다가 레아 세이두는 루이뷔통 가방을 들고 당당하게 방을 나선다. 가방, 옷 모두 검정 컬러다. 그녀는 루이뷔통 전속 모델이기 때문에 가방 광고인가 보다 싶었는데, 루이뷔통 향수 광고였다. Spell on you라는 이름의 향수. 밸런타인데이를 겨냥한 광고다.


그다음은 남녀가 소파에서 키스하며 사랑을 나누는 광고가 나왔다. 그렇다가 갑자기 남자가 나가버린다. 싸웠나 보다고 생각했다. 광고 내내 대화는 없고, 음악만 흘러나왔다. 갑자기 문을 열고 다시 누군가 들어오는데, 아까 나간 남자가 아니라, 다른 여자다. 집에 있던 여자와 서로 격하게 키스한다. 그렇고는 광고가 끝났다. 짧고 강력한 인상을 주는 광고였다. 내 나름대로 광고 제목을 지어보자면, '알고 보니 내 연인은 동성애자' 일 것 같다.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나오는 광고들이 무척 흥미롭다.


어제 일요일, 샹젤리제 거리를 걷다가 근처 포시즌 호텔에 들어갔다. 5성급 호텔로 로비에 생화를 계속 바꿔서 데코레이션 하기로 유명하다. 역시 밸런타인데이를 놓칠 리가 없다. 안뜰에 커다란 빨간 하트로 연인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이전에 포시즌 호텔 로헝쥬리(L'orangerie)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적이 있는데, 색다른 경험이었다.


포시즌 호텔 발렌타인 데이 데코레이션 by 모니카

근처 Kith라는 편집샵이 있는데, 최근 오픈해서 찾아가봤다. 신발, 옷, 시계, 향수 등 상품이 진열되어 있고, 1층 홀 가운데는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패피들이 이곳에 오면 매우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연인들이 쇼핑도 하고, 식사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kith 매장 by 모니카


아이 반 친구 중 이름이 밸런타인이 두 명 있다. 한 명은 남자, 다른 한 명은 여자 아이다. 프랑스 발음으로는 발렁땅(Valentin)과 발렁띤(Valentine)이다. 대게 남성 이름 끝에 e가 붙으면 여성이 된다. 프랑수아(François), 프랑수아즈(Françoise)처럼... 쌍둥이 여동생이 있는 발렁땅과 키가 큰 발렁띤. 오늘 그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안녕! 오늘은 너의 날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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