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가 흐르는 아동극
우리 동네 도서관에서는 매달 다채로운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한다. 책이라는 매개체를 중심으로 연령별로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 연극, 각종 아뜰리에, 워크숍 등 다양하다. 성인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는데, 주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많다. 연령별로 진행된다. 만 1세에서 만 3세, 만 4세부터 만 7세, 만 8세부터 만 12세 정도로 나뉜다. 미리 신청을 해야 하며, 대부분 마감된다.
이번에 하는 '변형'이라는 주제의 아동극은 소리 덕분에 보이지 않는 것이 어떻게 보이는지 알려주며, 문자가 소리로, 소리가 노래로 변형되는 과정을 장난스럽고 재밌게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Métamorphose - Spectacle pour les 4-7 ans
Les « Dames aux grands airs » vous invitent à explorer comment l’invisible devient visible et inversement grâce au son. Du son primordial à la plus belle note du bel canto, en passant par les balbutiements du bébé au langage des animaux, les enfants vivent une expérience ludique, drôle et interactive de la métamorphose de la lettre au son, du son au vocable et du vocable à la musique... Quand les notes s'envolent plus loin que les mots!
Un spectacle musical proposé par Les Dames aux grands airs avec Emmanuelle Naharro, chanteuse lyrique, Célia Quilichini, pianiste et Lionel Boutet, comédien.
전에 책 읽기 프로그램 및 연극에 참여했었는데 재밌고 유익했다. 이번에는 노래하는 연극이라는 새로운 콘셉트의 프로그램이 있어서 동네 도서관을 찾았다. 한 명은 피에로 분장을 하고 노래를 하며, 한 명은 메인 보컬로 성악을 하며, 다른 한 명은 피아노를 연주했다. 토요일 오전 11시, 객석은 약 70명가량이었다. 만 4세~만 7세 아이들이 부모님과 함께 손잡고 이곳에 왔다. 무대 앞에는 매트를 깔아놓았고, 아이들은 편하게 신발 벗고 앉아서 관람했다. 어른들은 뒤에 의자에 앉았다. 나는 아이와 함께 매트에 앉았다.
비가 오는 소리를 노래로, 바람 부는 소리를 노래로 표현했다. 바람 부는 소리는 포카혼타스 주제곡을 부르며 바람을 표현했다. 보이지 않는 바람을 노래로 표현했다. 비가 떨어지는 소리를 노래로 불렀다. 오페라 가수 Emmanuelle Naharro가 노래를 하고, 피아니스트 Célia Quilicini가 피아노 반주하며, 배우 Lionel Boutet이 연극을 이끌어갔다. 세명의 조합이 환상적이었다.
귀에 익숙한 '꿀벌의 비행'도 연주되고, 로시니의 '고양이 이중창'을 노래할 때는 여성 두 명이 피아노 앞에서 서로 미아오~미아오~ 하는데 익살스러웠다. 아이들도 까르르 거리며 좋아했다. 로시니, 모차르트, 라벨, 생상스 등 클래식 음악에 맞춰서 각종 동물 소리를 노래로 표현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모리스 라벨의 오페라 어린이와 마법(L'enfant et les sortilèges)을 부를 때는 불(Le feu)을 표현했다. 라벨은 오페라 작곡에 집착을 보였는데, 12개 이상 작업을 구상했지만 단 두 개의 단막극만 악보로 옮겼다고 한다. 엄마라는 표현은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 노래 가사 중에서 마마라고 했고, 아빠라는 표현은 모차르트 곡에서 파파라는 가사를 연신 불렀다.
이번 연극의 하이라이트는 단연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도레미송'이었다. 누구나 귀에 익은 익숙한 그 멜로디를 다 같이 따라 불렀다. 한국에서도 어릴 때 이곡을 많이 따라 불렀는데, 프랑스에서 프랑스어 버전으로 도레미송을 아이와 함께 따라 부르니 기분이 묘했다.
연극이 끝나고, 우진이는 세 명의 배우와 함께 사진 촬영도 했다. 이곳을 찾은 모두가 즐거워 보였다. 극장을 나와서 바로 옆 도서관에 들렀다. 도서관과 연결된 Hôtel Arturo Lopez은 연극, 시청 음악 수업 등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 건물이다. 내부는 매우 화려하다. 랑부예 성의 조개와 자개를 모티브로 한 이곳 연회장도 수많은 자개로 벽이 장식되어 있다. 천장에 달린 샹들리에 또한 특이했다. 바로 이 연회장에서 연극을 했다.
이 건물은 1899년, 그리스 대가족의 런던 지부 상속인 Paul Rodocanachi (1871-1952)는 맨션을 짓기 위해 이 땅을 구입했다. 건축과 장식에 열광한 그는 루이 16세 스타일의 저택을 지었고, 로댕, 마티스, 자드킨과 같은 많은 지식인과 예술가를 초청해서 사교활동을 했다. 1928년, 그는 칠레의 부유한 Arturo Lopez Willshaw에게 집을 팔았고, 그는 이 집을 자신의 가구 및 은제품 컬렉션과 사교 행사를 위한 장소로 만들었다. 살바도르 달리는 파리에 머무는 동안 이곳에서 생활했다고 한다. 자주 드나들었던 곳에 달리의 발자취가 서려 있었다니...
한 달 전, 대출한 우주와 프랑스에 관한 책 2권을 반납했다. 이번에는 아이가 원하는 책을 직접 고르도록 했고, 우진이는 오늘 음악이 좋았는지 음악 관련된 책 2권을 집어 들었다. 음표와 기타에 관한 책이었다. 성경과 화산 관련된 책 2권을 더 집어 들어 총 4권을 대출했다.
아직 아이가 피아노나 바이올린 등 악기를 배우고 있진 않다. 악기를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는데 마땅히 어디서 배워야 할지 모르겠다. 이곳 아이들은 주로 각 구마다 있는 콘서바토리에 등록해서 음악을 배우고, 악기를 배우며 다니는데 아직 등록하기엔 조금 어린 나이다. 아마 올해 9월부터는 다닐 수 있을 것 같은데... 프랑스는 한국처럼 학원이란 개념은 없다. 악기를 배울 수 있는 사설 기관이 있긴 한데, 연간으로 끊어 다녀야 하는 등 조금 복잡한 것 같기도 해서 안 다니고 있다. 개인 과외도 있긴 하다.
내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알아보면 괜찮은 곳을 찾을 수도 있는데 솔직히 고백하자면 엄마가 게으르다. 마음 한 구석에는 아이가 어릴적부터 괜시리 스트레스 받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다. 이제 아이가 서서히 배움을 좋아해서 뭐 하나 가르쳐주면 흥미를 느끼곤 한다. 궁금한것도 많이 물어본다. 유치원에서 하는 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하며 아직은 뭘 안 배우고 있지만... 이렇게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하니 좋은 것 같다. 집 근처에 다양한 문화예술 관련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책을 마음껏 빌려볼 수 있는 도서관이 있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