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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Apr 14. 2020

파리에서 법륜 스님을 만나다

아이를 가진 순간부터 아이를 키우는 동안까지..

"You are made in Hong Kong!"

나는 아이에게 우스갯소리로 "넌 홍콩에서 만들어졌어."라고 한다. 아이는 홍콩에서 만들어졌고, 부산에서 태어났고, 파리에서 자랐다. 임신을 했을 때 나는 거의 매일 유튜브로 법륜 스님 즉문즉설 강의를 보았다. 임신을 하게 되니 밖에 나가기 힘들어졌고 집에서 유튜브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법륜 스님의 즉문 즉설이 재밌었다. 속세에서 일어나는 많은 갈등이 주제였는데 이에 대해 법륜 스님은 바로바로 그 자리에서 재치 있게 답변을 하시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유튜브에 업로드된 영상이 이미 매우 많았는데 하루에 많게는 10개도 보았던 것 같다. 하루를 즉문 즉설로 다 보내기 일쑤였다. 그래서 나는 어디 가든 태교를 즉문 즉설로 했다고 말한다. 주변에서 아이가 어쩜 그리도 순하냐고 물으면 "법륜 스님 즉문 즉설로 9개월간 태교 했거든요." 하고 웃으며 말하곤 한다. 듣고 있으면 마음도 편해지고, 재미와 감동뿐 아니라 삶의 지혜도 배웠다. 나는 그렇게 즉문 즉설 태교를 하였고 정말로 동자 스님 같은 아들을 낳았으며, 지금까지도 순하게 잘 크고 있는 아들과 함께 파리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법륜 스님이 파리에 오신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내 임신 시절을 함께 해준 스님이 이곳에 오신다고?' 나는 얼른 강연 신청을 하였고, 법륜 스님을 만나러 강연장에 갔다. 저녁시간이라 신랑과 아이와 함께 갔고, 남자 둘은 강연장 로비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나는 참고로 천주교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홍콩에서 임신했을 당시, 세례를 받기 위해 홍콩 한인 성당에 매주 공부하러 갔었다. 임신 기간 내내 한인 성당 가서 교리 듣는 것과 집 안에서는 종일 즉문 즉설 듣는 것이 나의 하루 일과였는데 재미있게도 집 밖과 집 안에서의 종교 활동이 극과 극이었다고 볼 수 있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이신 시어머니는 이 사실을 모르신다.) 그런 나의 임신 시절을 함께 했던 법륜 스님을 파리라는 낯선 땅에서 뵐 수 있어서 너무 영광이었다. 시간 관계 상, 10명만 질문을 할 수 있는데 운이 좋게도 마지막 질문자로 뽑혀서 질문도 하였다. 강연이 끝나고는 현재 내게 필요한 '엄마 수업'이라는 책을 구입하여 직접 사인을 받았다. 


나는 결혼과 동시에 해외에서 살게 되었다. 해외라는 낯선 환경에서 살게 되면서 라이프 스타일도 많이 바뀌었고, 무엇보다도 시간이 많아졌다. 자연스레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아졌다. 내 어린 시절, 정신없이 바쁘게만 살았던 지난 시간들... 나 자신에 대해 여러 가지를 되돌아보는 시간들이 이어졌다. 홍콩에서도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았지만, 파리에서는 홀로 돌쟁이 아이를 키우는 과정을 통해 나를 더욱 깊에 들여다보게 되었고, 고요하게 내면 아이를 만나는 시간들이 계속되었다. 법륜 스님을 만나면 한결 나아질 줄 알았는데, 그때 뿐이었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니 꼬리에 꼬리를 무는 끝없는 질문과 문제들이 파리에 사는 내내 나를 따라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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