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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Sep 03. 2020

프랑스 공립유치원 개학

3개 국어에 노출된 만 4살 아이의 학교 적응기

현재, 만 4살 하고도 3개월. 아이는 홍콩에서 1년 정도 자랐고, 돌이 지났을 무렵 파리에 왔다. 집에서는 한국어로 의사소통하고 밖에 나가면 온통 불어 세상이다. 불어를 특별히 가르치진 않은 채, 크레쉬를 9개월 정도 다녔다. 다니는 동안 간단한 불어는 들었을 테니 조금은 알아듣는다. 아주 간단한, 봉쥬, 오 흐브와, 아뚜딸레흐... 정도만...

그렇다가 만 3살이 되자, 국제학교에 입학했다. 국제학교라서 온통 영어 세상이다. 모든 아이들이 비슷한 수준에서 함께 영어 환경에 노출되었기 때문에 같이 시작을 했고, 1년 후 우진이는 영어에 흥미도 생기고, 영어를 좋아하며, 몇 마디 할 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의 수준은 차이가 있다. 집에서 영어만 쓰는 아이의 경우 발전 속도가 높다. 게다가 성격이 쾌활하다면 더욱 빠르다. 집에서 영어를 써도 소심하면 쾌활한 아이보다는 조금 낮을 수밖에 없다. 언어라는 것은 계속 말해보고 자신감 가지고 입 밖으로 내뱉어야 느는 것이다. 소심하고, 내성적이며, 집에서 영어를 쓰지 않는 경우, 발전 속도가 가장 느리다고 볼 수 있다. 우진이의 경우, 성격은 쾌활하고, 사교적이다. 대신 집에서는 한국어를 쓴다. 그래서 발전 속도는 보통 정도이다. 그래도 괜찮다. 새로운 언어에 흥미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자, 이제 다시 프랑스어만 쓰는 학교에 가게 되었다. 공립 유치원에 입학하게 된 것이다. 딱 1년 영어에 노출되고, 다시 프랑스어에 노출된다. 아이는 혼란이 올 듯하다. 집에서는 한국어, 학교 가면 영어를 썼는데, 다시 다른 언어를 쓰는 학교다. 1년 사이에 프랑스어는 많이 잊어버렸다.

유치원 원장은 아이들은 스펀지 같아서 금방 적응할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만 믿었는데, 9월 1일 화요일 공립 유치원 첫날, 우진이는 학교에 가기 싫단다.

개학 전에 여름 캠프에 잠깐 보냈었는데 (7,8월 여름 기간 동안 원하는 날짜에 아이를 보낼 수 있다.)

그곳에서 온통 프랑스어로 하는 것을 경험한 아이는 약간 적응을 못한 것 같다.

대게 프랑스 선생님들, 프랑스 공교육은 엄한 편이다. 선생님들이 친절하고, 상냥하다고 볼 수 있는 선생님도 한국 유치원 선생님에 비하며 무뚝뚝한 편이라고 보면 되겠다. 한마디로, 아이라고 오구오구~가 없다. 조금 과하게 말해서 아이를 아이로 대하기보단 어른처럼 대한다고 보면 쉽게 다가오려나...

그래서 아이는 국제학교 미국인 선생님(오구오구~ 오냐오냐~)에서 적응되었다가 엄한 분위기에 들어가니 적응이 갑자기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아이가 친구들 무리에 끼지 못하고 혼자 있다면, 한국이면, 얘들아~ 우진이랑도 같이 놀자~ 자~ 이리 오렴~ 하며 챙겨 준다.

미국인 선생님도 그러한 스타일이다. 그러나 프랑스는 이런 상황에서 선생님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보통 그냥 놔둔다. 아이 한 명을 위해 챙겨주는 스타일이 아니다. 심지어 울어도 그냥 놔둔다. 언젠가는 그치겠다. 우는 데는 이유가 있겠지. 네가 스스로 울음을 그칠 수 있는 시간을 줄게...

아이는 외롭다. 집이랑 다르다. 외톨이가 된다. 심지어 이 곳이 무섭다. 그래서 학교에 가기 싫어진다.

우진이의 경우, 여름학교가 그랬던 듯하다.


9월 1일 개학일에 학교에 겨우 보냈다. 친구가 없다는 것이다. 우선 프랑스어가 안되니 낄 수가 없다.

만 4살이면 아이들은 불어를 꽤 구사한다. 이 아이들은 집에서도 불어를 쓰고, 만 3살 때 이미 유치원에서 불어를 사용하며 다녔기 때문에 이미 능숙하다. 그리고 친한 또래 친구도 있다.

우진이는 언어도 힘들고, 새로운 학생이라 친구도 없다.

그러나 나는 우진이를 믿는다. 우진이는 배려심이 깊은 아이며, 사교적인 아이기 때문에 친구들이 우진이를 좋아할 것이다. 그동안 우진이는 가는 곳마다 환영을 받고, 친구들을 잘 사귀었다. 단지, 낯선 환경, 낯선 언어...로 처음에 잠깐 힘들 뿐이다.

9월 2일 이틀째 아침에도 가기 싫어했다.

나는 우진이에게 하루에 한 문장씩 가르치기로 했다.

나랑 같이 놀자. 이리 와. 너 이름이 뭐니? 등 기본적인 문장부터 하나씩 천천히... 그럼 자신감이 붙을 것이다.

부모인 내가 자신의 아이를 가장 믿어줘야 한다. 이런 말이 있다. 세상에 단 한 사람만 자신을 믿어주고 지지해주면, 그 사람은 무조건 잘 될 수밖에 없다고... 나는 이 말을 굳게 믿으며, 내가 내 아이에게 그 단 한 사람이 되어야 하며, 나만이 무한 지지와 무한 신뢰와 무한 사랑을 조건 없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침대에 누워 어둠 속에서 우진이는 내 팔베개를 하며 내가 하는 말을 조용히 듣는다.

우진아, 엄마는 우진이를 있는 그대로 많이 많이 사랑해요.

이 말은 자기 전에 무조건 매일 한다.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짐없이 자기 전에 이 말을 해줬다. 우진이는 어딜 가나 환영받고, 친구들이 우진이를 많이 좋아해. 우진이가 자신 있게 친구들에게 불어를 한번 내뱉어봐. 그럼 우진이를 좋아하고 함께 놀자고 할 거야. 

엄마는 우진이의 자연스러운 성장과 자유로운 삶을 늘 응원한단다. 

마지막 이 문장도 늘 한다. 나는 정말로 우진이가 자연스럽게 성장하기를 바란다. 억지로. 강하게 밀어붙여서. 엄마 뜻대로... 이런 단어는 자연스러운과는 먼 단어들이다. 나는 물이 흐르듯이 시간의 흐름에 따른 성장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런 자연스러운 성장을 했을 때,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진정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는 밑받침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때 자유로운 삶이란, 3가지 면에서의 자유로운 삶이다. 신체적으로 자유로운, 정신적으로 자유로운, 경제적으로 자유로운.


이런 말을 듣고 잠에 스르르 빠진 우진이는 9월 3일 셋째 날 아침에...

더 이상 울지 않고, 학교 안 가겠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즐겁게 옷을 착착 입더니, 학교까지 잘 걸어간다. 헤어질 때도 웃으며 이따 보자라는 말을 하며 헤어졌다.

첫째 날 둘째 날 울고 불며, 내가 안고서 학교에 간 모습과는 정말 대조적인 오늘 아침이다.

그렇다. 엄마란, 부모란... 아이가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닦달하거나, 초조해하거나, 불안해하거나, 걱정하거나, 야단치거나, 훈육하거나 해서는 안된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아이 마음을 읽으려고 하고, 아이를 잘 관찰하고, 아이에게 무한한 신뢰와 믿음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무한 응원과 지지를 뒤에서 묵묵히 해줘야 한다. 그러면 아이 스스로도 나는 할 수 있어. 나는 문제없어.라는 인식을 하며 스스로 일어나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 시간만큼 자신감과 자존감도 한 뼘 자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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