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 신학기 준비물 챙기기
9월 1일에 신학기가 시작된다. 이미 유치원 졸업 전에 초등학교 입학 준비물 목록을 알려줬다. 이맘때쯤 모노프리, 오샹, 까르푸 등 대형 마트에 가면 문구 섹션에 rentrée scolaire라는 글자가 크게 있다. 신학기가 시작되니 문구류를 준비하라는 것이다. 매년 이맘때쯤, 마트에 가면 늘 각종 공책, 필기도구 등이 한편에 수북이 쌓여있어서 의아했다. 한국에 비해 종류가 다양하지 않은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필기구도 몇몇 브랜드가 정해져 있고, 펜 색상 및 모양 등이 천편일률적이라고 해야 하나? 다양성이 조금 부족한 듯 보였다. 노트도 펼쳐보면 음악 노트처럼 줄이 촘촘한 줄이 빽빽이 그려져 있었다. 한국 노트의 줄과는 다른 더욱 촘촘한 줄이다. 이들은 알파벳을 사용하다 보니 이런 노트를 써야 하나 보다고 생각했다.
막상 내가 초등학교 입학하는 자녀를 두고 보니 이제야 왜 이맘때쯤 이렇게 쌓아놓고 문구류를 팔고, 다양성도 한국에 비해서는 부족한 지 알게 됐다. 학교에서 지정해준 준비물 리스트를 보면 매우 구체적인 편이다. 초등학교 학년별로 준비물이 다 다른데, 우선 초등학교 1학년에 해당하는 CP 준비물을 보면, 다음과 같다. 지워지는 파란색 볼펜, 양쪽으로 눈금이 모두 있는 자, 뚜껑이 있는 연필깎이, HB 연필, 바퀴 없는 책가방 등 이렇게 구체적인 편이다. 물론 한국이 어떤지 잘 모르게 때문에 함부로 말할 수는 없지만, 내가 느끼기에 프랑스가 한국에 비해 문구류에 있어서 다양성보다는 학교 측이 정해주는 사항이 조금 더 명확한 것 같단 느낌이 든다. R엄마는 첫째 딸 초등학교 준비물을 챙기다가 규정에 맞지 않는 것을 사서 모조리 다시 산 일화를 얘기해주며, 학교에서 내려준 준비물 리스트를 꼼꼼히 잘 읽어보고 철저하게 준비하라고 당부했다. 외국인이자 초등학교를 처음 경험하는 나로서는 준비물 리스트를 보며 마음이 약간 무거워졌다.
한국에서는 문방구 및 팬시점에 가면 펜 종류도 어마어마하게 다양하고 색상, 브랜드 등 너무 많아서 뭘 골라야 할지 모를 정도다. 예쁜 모양의 필기도구도 너무 많다. 핑크 핑크하고 알록달록하다. 이곳 프랑스는 BIC, Pilot 등 대표 브랜드를 중심으로 펜이 심플한 편이다. 한국처럼 유행하는 캐릭터가 달린 또는 새겨진 반짝반짝 빛나고 예쁜 그런 필기도구가 이곳에는 별로 없다. 이전부터 느낀 것이지만 프랑스는 전통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문구류도 이전 세대부터 늘 써오던 것을 중요시하는 것 같다.
빵집만 가도 그렇다. 일본인 지인은 여기서 많은 빵집을 다녀봤는데 한 가지 놀라운 점이 일본은 베이커리점에 가면 그곳에서만 파는 창의적이고 특이한 빵과 케이크를 내놓는 편인데, 프랑스는 어느 빵집을 가나 다 비슷비슷하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다시 빵집을 다녀 보니 정말 그랬다. 다들 바게트, 크루아상, 빵 오 쇼콜라 등등 비슷한 메뉴만 팔고 있었다. 변화를 싫어하는 민족 같았다. 크리에이티브한 빵집에서 그들이 개발한 빵을 파는 경우도 아주 간혹 있긴 하지만 흔치 않다. 과자, 쨈 등도 그렇다. 다들 전통적으로 내려온 것을 유지하려는 편이다. 문구류까지 이렇게 전통을 중시하고 늘 사용하던 것만 사용할 줄 몰랐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프랑스는 공교육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로 들리기도 한다. 프랑스 학부모들은 대부분은 공교육을 신뢰하며, 아이를 학교 시스템에 맡기는 편이다. 학원 등 사교육이 없는 문화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렇기 때문에 학교는 필기도구와 같은 작은 것도 그 규정과 규격을 평등하면서도 엄격히 하며, 학교 교육 방침에 잘 따라오길 바란다. 학부모와 아이들도 학용품 준비물을 포함한 공교육 시스템을 믿고 잘 따른다.
주변 학부모들은 문구류를 샀냐며 내게 물어본다. Cartables이라고 부르는 네모난 직사각형 모양의 책가방도 준비하는데, 프랑스 영화를 보면 초등학교 아이들이 자주 메고 나온다. Tanns, Caramel et Cie가 튼튼하고 메고 다니기 편하고 좋다며 추천해준다. 문구류를 준비하는 엄마들을 보고 있으니 아이들보다 그들이 더 신난 것 같다. 신학기 준비하는 과정을 즐기는 것 같았다. 아니면, 긴 방학을 끝내고 드디어 아이들이 학교에 가니 자신은 해방이라는 생각에 한껏 신이 난 것일까? 그들은 아이들 신학기 준비를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는 듯 보였다.
8월 18일, 라데팡스 오샹에 갔는데 신학기 문구류 섹션이 매우 컸다. 이곳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게 학부모들이 가장 많이 찾는 브랜드와 문구를 매대에 수북이 쌓아놓고 팔고 있었다. 역시 대형 마트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었으면 어떤 것을 사야 할지 조금 헤맸을 수도 있는데, 워낙 대규모로 판매하고 있어서 다들 어떤 것을 사 가는지 한눈에 쉽게 알 수 있었다. R엄마도 오샹에서 두 자녀의 학용품을 모두 준비했다고 했는데 왜 그런지 알 것 같았다.
8월 19일, 쁘랭땅과 라파예트에 갔다. 쁘랭땅 백화점 아동 섹션에 가니 학용품은 없고, Tann, Caramel et Cie, Jeune Premier라는 직사각형 책가방과 필통만 판매하고 있었다. 가격은 최소 75유로부터 150유로 이상까지도 있었다. 쁘랭땅은 다소 고급 이미지로 가기 때문에 요 정도만 구색을 갖춰놨다.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에 가니 맨 위층에 아동 문구류 섹션이 있고, 신학기 학용품을 진열해 놓았다. 한국으로 치면 쁘랭땅이 신세계 백화점이라면 라파예트는 롯데백화점 정도 될 것 같다. 이곳에서도 위에 언급한 3가지 가방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었다. 필통이 한 개에 평균 20유로 했다. 비싼 것은 50유로도 했다. 내가 볼 때 학용품과 달리 책가방과 필통은 다소 비싼 가격에 학부모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