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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Aug 16. 2022

앙드레 말로 미술관

오르세 미술관 다음으로 인상주의 화가들의 그림이 많은 곳

르아브르는 인상주의 근원지이자 모네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곳인 만큼, 인상주의 화가들도 이곳을 많이 찾았다. 아름다운 항구, 바다, 해 등 자연의 아름다움과 빛의 변화를 많이 그림으로 담아냈다. 이곳에는 프랑스에서 오르세 미술관 다음으로 가장 많은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을 소장한 앙드레 말로 미술관이 있다. 이곳을 찾지 않을 수가 없어서 나는 해변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앙드레 말로 미술관을 찾았다. 어른은 10유로, 할인 조건에 해당하면 6유로, 26세 미만은 무료다. 아이와 신랑과 함께 오고 싶었지만, 더위에 지친 남자 둘은 호텔로 돌아가기로 하고, 혼자 미술관을 찾았다. 아이에게 그림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많이 아쉬웠지만, 덕분에 나는 작품을 편안하게 집중하며 감상할 수 있었다. 


앙드레 말로 미술관 전경. 특별전 <바람>의 대표 그림. 바람에 풍랑이 이는 바다 모습. 출처: 모니카


앙드레 말로는 1901년 11월 3일 생으로 소설가, 예술가, 문화부 장관을 역임했다. 그의 소설 '인간의 조건'(1933)은 공쿠르상을 수상했다. 그는 샤를 드골 대통령에 의해 정보 장관(1945-46)으로 임명됐고, 이후 드골 대통령 재임 기간(1959-1969) 동안 프랑스 최초의 문화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앙드레 말로 미술관(Le Musée d'art moderne André-Malraux, MuMa)은 1961년 6월 24일 처음 문을 열었다. 수많은 기부 및 유증과 함께 르아브르 시가 많은 작품을 구매한 덕분에 풍부한 인상파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앙드레 말로가 이곳을 최초로 개관했기 때문에 뮤지엄 이름을 그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다. 1845년 처음 개관한 르아브르 미술관은 2차 세계 대전의 폭격으로 완전히 파괴됐다. 다행히 1,500여 점의 그림은 겨우 살려냈지만, 조각품은 대부분 사라졌다. 전쟁 후 새롭게 재건됐다. 1951년 르아브르 지방 자치 단체는 새롭게 짓기로 결정했다. 


올리비에 셍(Olivier Senn)은 1864년 르아브르 태생으로 미술 애호가였다. 그는 박물관에 큰 관심을 갖고, 1913년 외제니 부댕을 포함한 많은 작품을 기증함으로써 박물관 소장품을 풍부하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인상주의 화가 작품을 좋아했으며, 1890년대부터 자신의 컬렉션을 만들어나갔다. 그의 손녀인 엘렌 셍 풀은 물려받은 컬렉션을 앙드레 말로 미술관에 지부함으로써 할아버지를 사람들이 기억하기를 원했다. 그림 71점, 그래픽 130점, 조각품 5점 등이 미술관을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데 큰 기여를 했다. 


미술관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다. 미술관 내부는 매우 환했다. 들어서자마자 시원하고 상쾌한 느낌을 받았다. 상설전은 2층에서, 임시 특별전은 1층에서 하고 있었다. 특별전 테마는 바람(Le Vent)이었다. 항구 도시인만큼 바람이 거세다. 화가들은 항구 도시의 시시각각 변화하는 바람을 자세히 관찰해서 화폭에 담아냈다. 수많은 바람 그림을 보면서 한국 상황이 떠올랐다. 서울에 비가 너무 내려서 사람들이 죽기도 하는데, 그런 비바람이 거센 모습을 보니, 자연 앞에 인간은 한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옛날에도 바람은 사람들이 어떻게 막을 수 없는 자연의 위대한 힘이었다. 


투르빌 해변에 거센 바람이 부는 모습. 바람에 의해 나무 뿌리가 뽑혀나갈 정도다. 니스 해변에 광품이 부는 모습. 출처: 모니카


앙드레 말로 미술관 내부 모습. 2층으로 나뉘었는데 특이한 구조다. 전시장 가운데 간이 벽이 많이 세워져있다. 벽에 설치된 조각상. 출처: 모니카


인상주의 화가들의 그림이 한쪽 벽을 가득 메우고 있다. 노르망디 해변의 모습을 주로 담았다. 에트르타. 르아브르 항구 풍경. 출처: 모니카


홀 한가운데 벽을 곳곳에 세운 형태였다. 즉, 그림이 사각형 벽에 걸려있는 것이 아닌 홀 중간중간 세워진 벽에 걸려있었다. 특이한 구조였다. 2층으로 올라가는 길도 계단이 아닌 경사가 진 오르막으로 재미있게 만들어졌다. 아이가 함께 왔다면 올라가는 길을 재밌어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2층에는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이 가득했다. 마찬가지로 곳곳에 벽이 있어서 마치 미로 속을 걷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그림을 감상했다. 모네의 작품을 가까이서 편안하게 쾌적하게 볼 수 있는 영광을 누렸다. 작품 설명에 오르세 미술관에서 대여했다고 적혀있었다. 오르세에서 봤다면 아마도 사람들에 치여서 오래 볼 수 없었을 텐데 이곳에서는 주변에 아무도 없이 혼자 마음껏 편안하게 볼 수 있었다. 멀리서도 보고, 가까이서도 관찰하며 그의 붓 터치, 색상 선택, 원근법 등 다양하게 요리조리 살펴봤다. 내가 느끼고 싶은 대로 마음껏 상상하며 그림을 봤다. 


모네 작품. 바람을 표현했다. 라울 뒤피의 하늘을 묘사한 그림. 출처: 모니카


외젠 부댕은 노르망디의 소를 수없이 그렸다. 소를 여러가지 스타일로 묘사했다. 르아브르 동네. 출처: 모니카


외젠 부댕의 작품도 매우 많았다. 그는 매우 많은 소를 습작했는데, 다양하게 표현한 소를 보고 있으니, 유명한 화가들도 명화를 남기기 위해 얼마나 수많은 그림을 그리고, 연습하고, 스케치를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뭐든 한 번에 잘할 수는 없는 법. 수많은 연습과 실패 끝에 걸작이 나오는 것은 고금을 막론하고 진리인 것 같다. 그는 노르망디 옹플뢰르에서 태어났고, 도빌에서 삶을 마감했다. 주로 노르망디 해변가를 배경으로 그림을 많이 그렸는데, 빛을 신선한 색채감으로 표현하는 등 그의 화풍은 인상주의 화가들에게 영향을 끼쳐 인상주의의 선구자로 인정받고 있다. 라울 뒤피는 1877년 르아브르에서 태어났다. 미술관에는 그의 작품도 많았다. 1시간 반 정도 작품 감상을 하고, 미술관을 뒤로 한채 호텔로 발길을 급히 돌려야했다. 기념품 샵에서 모네 관련 책을 한 권 구매했다. 모네의 작품 세계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 그 옆 안내 데스크에 있는 포스터를 발견했다. 펼치니 매우 컸는데, 노르망디 및 파리 지도 곳곳에 인상주의 화가들이 활동한 곳을 알기 쉽게 보기 쉽게 비주얼라이징 해놓아서 몇 장 가져왔다. 지도 밑에는 인상주의 화가들의 대표 작품들이 소개되어 있다. 그 옆에는 전기, 당대, 후기 인상주의 화가들의 주요 포인트를 잘 잡아서 캐릭터를 묘사한 것이 참 인상적이고 재밌었다. 인상주의하면 단순히 모네, 마네, 반고흐, 르누아르 등으로 알았는데, 인상주의 화가들도 전기 및 후기로 세분화 되어 있음을 한눈에 쉽게 알 수 있었다. 뜨거운 르아브르 거리를 걸으며 그 당시 인상주의 화가들의 발자취를 느껴본다. 


특별전 티켓. 노르망디 지도와 인상주의 화가들, 인상주의 대표작품이 나와있다. 전기, 당대, 후기 인상주의 화가들 캐릭터와 함께 재밌고 알기 쉽게 표현했다. 출처: 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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