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한식 만들어 먹기

분식 만들고 뒷목 잡은 이야기

by 모니카

8월 27일 토요일, 점심 및 저녁에 모두 약속이 잡혔다. 점심은 우리가 초대를 하는 것이고, 저녁은 초대를 받는 것이었다. 두 가족 모두에게 한식을 만들어 대접하기로 했다. 한 가족은 한국과 프랑스 커플인데 한국인은 한국 음식을 좋아하기 때문에 한식을 만들어주면 좋아할 것 같았고, 또 다른 가족은 영국에서 왔지만 그중 한명은 중국계라서 한식을 좋아한다. 한식을 좀 만들어간다고 했더니 아주 좋아했다. 아무도 나보고 한식을 만들라고 한 적도 없고, 음식을 해가지고 오라고 한 적도 없다. 요리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그냥 사람들에게 한식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왠지 한국인으로서 한식을 만들어야 할 의무감이라고 날까.


그렇게 해서 파리 15구에 있는 한인마트에 식재료를 사러 갔다. 평소에는 냉장고 파먹기 식으로 내 멋대로 김밥을 만들었다면, 이번에는 제대로 된 김밥을 만들어야 해서 단무지 등을 샀다. 떡볶이도 평소 대충 만들어먹었다면, 이번에는 어묵도 넣고, 양배추도 넣는 등 제대로 된 떡볶이를 만들고자 했다. 우리 가족이 먹을 음식을 만들 때와 다른 사람에게 음식을 대접할 때는 같은 메뉴라도 마음가짐과 태도가 완전히 다른다. 맛이 없으면 안 되기 때문에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토요일 아침 8시, 밥솥에 밥을 안쳤다. 평소 같으면 있는 밥을 하겠지만, 있는 밥은 두고 새로 밥을 지었다. 8월 27일은 사실 특별한 날이다. 엄마 생신이자 모니카 성녀 축일이기도 하다. 아침에 부모님과 영상 통화를 했다. 한국에 가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다. 그렇게 영상 통화를 끊고 다시 음식 만들기에 돌입했다. 김밥에 들어갈 재료를 하나씩 만들었다. 오이를 소금에 절이고, 소시지는 굽고, 단무지도 자르고... 손과 마음이 바쁘다. 평소 같으면 여유 있게 뚝딱 만들 음식도 누군가가 먹는다는 생각이 드니 긴장이 됐다. 평소와 달리 손에 착착 감기지가 않는다. 생각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짜면 어떡하지, 맵다고 하면 어떡하지, 싱겁진 않나? 요리사들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았다. 손님을 대하는 음식은 내 가족이 먹는 음식과 다르다. 평소와 달리 긴장과 함께, 요리에 걸리는 시간이 배로 걸렸다.


김밥, 떡뽁이, 만두, 김치전, 월남쌈 등을 준비했다. 손님 가족이 디저트로 준비해온 사과파이. 출처: 모니카


외국인이라 고추장 베이스 대신 간장 베이스 궁중 떡볶이로 변경했다. 순간의 선택이었다. 아이도 있으니 콘치즈도 만들어본다. 김치전은 바삭하게 해야 맛있고, 김치를 송송 썰어 넣었다. 안 보던 요리 영상도 시청했다. 백종원 요리 비법을 찾아봤다. 비법을 전수받았다. 김치전에 이것이 들어가면 맛이 살아난다길래 나도 따라 해 본다. 비비고 만두도 굽는다. 구색을 위해, 월남쌈도 만들어본다. 이것은 예정에 없던 메뉴인데 순간 떠올랐다. 월남쌈은 손님 대접에 좋은 음식이다. 있으면 보기도 좋고 맛도 있다.


3시간 걸려 요리가 완성됐다. 만들고 나니, 조금 허무하기도 했다. 만들 땐 몰랐는데 만들고 보니 들인 시간에 비해 별거 없어 보였다. 한국이면 그냥 사 먹을 음식인데... 도시락통에 하나씩 담아본다. 종이컵, 종이접시도 챙겼다. 근처 아끌리마따시옹 공원에서 피크닉을 하기로 해서 통에 다 담았다. 다들 맛있게 잘 먹어줘서 뿌듯했다. 지인 가족이 디저트로 만들어 온 사과파이도 맛있었다. 타지에서 한국 음식을 대접하면 한국인도 현지인도 좋아하는 것 같다. 쉽게 접하는 현지 음식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오후 5시, 피크닉이 끝나고 집에서 샤워를 했다. 2차 한식 준비에 돌입해야 했다. 조금 쉬었다가 오후 6시에 다시 오전에 만든 그 메뉴를 그대로 만들었다. 1차 때보다는 조금 시간이 줄었다. 재료들이 미리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시 김밥을 말고, 월남쌈도 만들었다. 저녁 7시 반까지 가기로 했는데, 8시에 도착했다. 음식 준비하는데 생각보다 또 시간이 걸렸다. 늦어서 너무 미안했다. 초대한 집은 중식도 준비했는데, 가지 요리는 중국 본토 맛이 났다. 웬만한 중국집 요리보다 훨씬 나았다. 딱 내가 좋아하는 맛이었다. 평소 요리를 좋아하는 그녀는 우리에게 다양한 요리를 선보였다. 디저트로 홈메이드 브라우니와 케이크가 올라왔다. 그녀에게는 요리가 즐거운 일이고, 나에게는 요리가 생존이라는 것이 차이라는 차이점이다. 그녀가 만든 음식 모두 맛이 좋았다. 내가 준비해 간 한식을 맛보더니 너무 맛있다고 했다. 그 집 신랑도 맛있다고 했다. 그녀의 딸 F가 궁중 떡볶이를 잘 먹었다. 갑자기 손으로 집어 먹는 모습이 귀여워서 다들 한바탕 웃었다. 그녀는 한국 드라마에서 떡볶이, 김밥을 많이 봤다며 안 그래도 먹고 싶었다고 했다. 김치전도 매운데 두 부부가 잘 먹었다. 맛있게 잘 먹어주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


중식, 한식, 프랑스식이 섞여있는 저녁 식탁. 가지 요리 및 각종 소스는 중국의 맛이었다. 출처: 모니카


10시가 다가오자 슬슬 일어났다. 그녀는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는 눈치였으나, 우리는 피곤함이 몰려와서 일어나야만 했다. 인사를 하고 나오는데 이미 밖은 어두컴컴하고 무서웠다. 아이는 연신 하품을 했다. 나도 온몸이 이제야 피곤함을 느꼈다. 아침부터 요리하고 준비하고 만나서 얘기하느라 몰랐던 피곤이 한 번에 몰려왔다. 집에 와서 빨리 샤워하고 누웠는데 두통이 왔다. 밤새 잠을 설쳤다. 그다음 날도 여전히 근육통과 두통에 시달려 종일 누워있었다. 결국 타이레놀 한 알을 먹었다. 마침 생리 기간과 겹쳐서 컨디션이 더 안 좋은 것 같기도 했다. 또한 하루 종일 일정이 빡빡해서 그랬던 거 같기도 하다. 나는 평소 목과 어깨가 좋지 않은 편이라 조금만 무리를 하거나 자세를 잘못 취해도 뒷목이 저려오면서 두통이 발생한다. 그런 내가 긴장감을 가지고 음식을 만들다 보니 그런 것 같다. 평소에는 요리해도 아프지 않은데, 이번에는 신경을 써서 그런 것 같다.


한국이었으면 이런 메뉴는 널리고 널렸다. 김밥도 종류별로 매우 다양하고 떡볶이도 응용 버전 등 다양하다. 만두는 만두 전문점에 사면되고, 각종 전도 판다. 한국은 배달 음식이 잘 되어 있고, 분식 가게도 곳곳에 있다. 사 먹으면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이럴 때면 편리하고 쉽게 한국 음식을 사먹을 수 있는 한국이 그리워진다. 내가 준비한 음식들이 그리 대단한 음식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맛있는 것도 아닌데 음식 준비한다고 아침부터 요리하는데만 4시간이 걸렸다는 것과 그로 인해 다음날 종일 누워있었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가성비 떨어지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체력이 좋은 사람들은 이런 고민 자체가 없을 것이지만. 식재료 사는데 드는 돈으로(한국 물가 상승으로 물 건너온 식재료 값도 덩달아 올랐다) 차라리 밖에서 샌드위치 및 피자 등을 편하게 사 먹고, 케이크 사서 초대받은 집에 디저트로 가져가면 편했을 텐데라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한인 마트까지 시간 내어 차 몰고 가고, 음식을 만들고 하는 일이 어찌 보면 효율면에서는 떨어지는 일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 한식을 만들어서 함께 먹으면 고향의 맛을 느낄 수도 있고, 외국인들에게 한국 음식을 선보일 수 있고 뿌듯한 일이기도 하다. 다들 맛있게 잘 먹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으니 그것으로 나는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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