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의 화려함과 죽음

엘리자베스 2세 서거

by 모니카

전 세계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에 대한 뉴스가 계속 나오고 있다. 옆 나라 프랑스에서도 이에 대해 연일 보도하고 있다. 96세의 나이로 스코틀랜드에 있는 발모랑 성에서 사망하기까지 70년 넘는 기간 동안 영국의 여왕 자리를 지켰다. 여성으로서 대단하다. 엘리자베스 2세는 1952년 2월 6일부터 2022년 9월 8일 사망할 때까지 영국의 여왕이었다. 재위 기간은 70년 214일이며 영국 군주 중 가장 긴 기간이자 주권 국가의 군주 중 두 번째로 긴 재위 기간이다.


나는 이날 루브르 박물관에 갔다. 루브르 일년 회원권 유효기간이 곧 있으면 끝나기 때문에 갑자기 급해졌다. 갑갑하고 지저분한 파리 지하철을 타는 것이 싫기도 하고, 운동 부족으로 걷기가 필요해서 볼로뉴 숲을 지나 세느강변을 따라 걸었다. 걷다 힘이 들면 잠깐 쉬었다 가기도 했다. 다이애나비 광장에 다다랐을 때, 나는 꽃이 놓여 있는 추모 광장 가까이 갔다. 자유의 횃불 앞에 수많은 꽃과 다이애나 사진이 놓여있다. 이 밑이 터널인데 이곳 터널에서 교통사고가 났다. 이 터널을 수없이 지나다녔지만 한 번도 추모 광장 가까이에 직접 가본 적은 없다. 터널 위로 보인 황금색 횃불만 봤지 직접 가까이 가서 본 적이 없던 나는 이번 기회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녀는 1997년 8월 31일 사망했다. 곳곳에 '벌써 25년'이라는 글자가 있었다. 사람들이 직접 쓴 종이였다. 36세의 나이로 사망했다는데, 젊은 나이에 아깝게 세상을 떠났다. 저 멀리 에펠탑이 보였다. 삶과 죽음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생각도 들고, 삶이 무엇인지, 사는 게 뭔지, 죽음은 뭔지 여러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다이애나비 추고 광장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꽃을 놓고 간다. 이미 25년 됐다는 문구가 있다. 바로 밑이 교통사고가 난 터널이다. 출처: 모니카


루브르에 도착해서 바로 나폴레옹 3세 방으로 갔다. 그 당시 화려했던 왕실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황금색과 붉은색의 향연이다. 천장은 높고, 샹들리에는 크고 화려하며, 창문도 크다. 창문 밖을 한참을 바라보니, 그 시절 화려했던 프랑스 왕정 생활을 그려졌다. 이곳에 서서 저 멀리 개선문을 바라봤겠지. 매일 화려한 삶을 살고, 기름진 음식을 먹으며, 연회를 즐겼을 터이다. 만찬 장소는 화려했다. 식탁이 매우 길었고, 천정 샹들리에도 화려함의 극치였다. 침실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 그 당시를 또 그려본다. 아무리 왕실의 화려한 삶이라도 그들 또한 인간이며, 모든 인간의 삶은 유한하다. 그들은 100년을 못 채우고 삶을 살다 갔다. 그 기간 동안 화려한 삶을 살았으면 그들은 그걸로 만족스러울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보였다. 아무리 화려한 삶을 살다가더라도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것. 그림 속의 인물화만 덩그렇니 남아있다. 결국 인간은 공평하다. 죽음 앞에 공평하다. 살아있는 동안은 네가 더 잘났네, 내가 더 잘났네 시기 질투하며 살기도 하지만 결국 아우성 속 인간은 끝내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간다. 벽에 걸린 나폴레옹 3세의 초상화를 물끄러미 들여다본다. 왕실의 여성들의 초상화도 들여다본다. 화려한 옷을 입고, 장신구를 착용하고 있다. 그 당시 착용한 장신구 및 접시, 도자기들도 전시되어 있다.


나폴레옹 3세 방. 그당시 화려한 왕실의 연회장 및 만찬 장소. 창문에서 바라보니 저 멀리 라데팡스가 보인다. 과거는 역사로 남고, 현대는 계속된다. 출처: 모니카

그날 아이러니하게도 집에 돌아오니,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 소식을 접했다. 혹시 가짜 뉴스 아닌가 싶어 다시 확인했다. 몇일 전까지만 해도 곱게 차려 입고 웃는 얼굴의 여왕 모습을 뉴스에서 봤기 때문이다. 얼마전엔 70년 재위 기념 플라티넘 쥬빌레도 했었다. 8일 오후 4시 반에 저택에서 서거했다. 딱 내가 아이를 학교 픽업하는 시간에 돌아가셨다. 다이애나비 추모 광장에서 그녀를 추모하고 있을 때가 오후 12시, 나폴레옹 3세의 화려한 왕실을 보며 삶의 허무함, 삶이 헛되다고 깊이 생각하고 있을 때가 오후 2시 반 정도였다. 이 시간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삶과 죽음의 문턱에서 오고가고 있었던 것 같다. 다이애나비 추모 광장, 루브르 나폴레옹 3세의 방을 보면서 아무리 화려한 삶을 살아도 죽음 앞에 장사 없구나. 영광의 나날들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 왕실을 70년 넘게 이끌어온 여왕의 서거 소식을 듣고, 결국 여왕의 삶도 오늘의 죽음으로 끝이 났고, 삶이 되게 가볍게 느껴졌다. 산다는 것이 참으로 복잡하단 생각을 했는데, 생각보다 단순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여왕은 현대사의 산 증인이다. 세계 2차 대전을 겪었고, 자신의 가족들의 삶도 다사다난했다. 자식과 손자, 며느리... 그리 순탄한 삶은 아니었다. 자식의 범죄 연루 및 외도와 이혼, 전 며느리의 교통사고, 손자의 마약 복용 및 왕실 내부 폭로 등... 왕실의 화려한 영광 뒤에 감춰진 수많은 얽히고 얽힌 내부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매번 볼때마다 바뀌는 다양한 색감의 잘 다려진 고급 원피스를 곱게 차려입고, 값비싼 진주 목걸이와 귀걸이를 착용하며, 예쁜 모자를 착용한 인자하고 온화한 표정을 가진 백발의 할머니 얼굴을 살펴본다. 할머니의 깊은 주름 사이사이에는 수많은 인생사가 새겨져 있을 것이다. 오늘 하루 영국 및 프랑스의 과거와 현대 왕실의 화려한 삶과 죽음을 보면서 삶에 대해, 죽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 본다.


결국 죽게 될 인생, 내게 주어진 삶을 조금은 가볍게 받아들이면 어떨까. 삶을 너무 복잡하게 살지 말자. 남을 너무 신경쓰며 살지 말자. 인간 관계에 대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내 곁에 있는 내 아이와 가족을 아끼고, 나 자신을 조금 더 보살피며 살아가자. 내 마음 편한게 최고다. 내 마음과 몸을 소중히 여기자. 우리는 유한한 인생의 시간 동안 사소하고 쓸데없는 것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기도 한다. 세상은 내가 살아있을때만 의미가 있다. 크나큰 우주도 나라는 존재가 없어지면 아무 의미가 없다. 내가 없는 것은 곧 내 우주도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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