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가 별거 아닌 프랑스 가정

by 모니카

학부모 단체 채팅방에 하루에 한 번 꼴로 메시지가 올라왔다.


"오늘 학교에서 내 준 숙제를 알려주실 수 있나요?"


9월 초부터 약 3주간은 매일같이 이런 메시지가 올라오길래, 숙제는 노트에 다 적혀있는데 왜 모를까 의아했다. 주로 3명의 엄마들이 주로 물었다. 엄마들은 친절하게 숙제를 서로 알려줬다.


9월 말 정도 되었을 때, 아이를 씻기다가 아이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엄마, S가 그렇는데 아빠가 집에 없대. 아빠는 모로코 가면 만난대."


"I은 엄마랑 아빠가 같이 안산대. 엄마한테 갔다가 아빠한테도 갔다가 그렇게 산대. 최근에 그렇게 하기 시작했대."


"D도 아빠가 없대."


그렇고 보니 주로 숙제 관련 질문을 많이 하던 I와 D의 부모들이 생각났다. I와 D엄마는 남편과 따로 살기 때문에 숙제를 확인하는 데 있어서 뭔가 애로 사항이 있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생각해보니 S엄마는 3명의 자녀를 혼자서 키우는지, 여태껏 남편을 본 적이 없다. 이 외에도 별거 및 이혼 가정이 많이 있는 듯 보인다.


어느 날, N의 엄마가 단체 채팅 방에 메시지 하나를 올렸다.


"학부모 선거 투표용지가 각 가정 당 1개인가요? 아니면 엄마 아빠 각자 1개씩 인가요? 제가 현재 별거중이라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히 메시지에 ‘On est 2 parents séparés’(우리는 따로 사는 2명의 부모입니다) 라는 문장이 있었다. 별거인지 이혼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헤어져있는 상태이다. 이런 문자를 아무렇지 않게 쓰고, 이에 대해 사람들은 또 아무렇지 않게 답변을 했다.


한국은 이혼율이 급증하고 있다는데, 학교에서 가정에서 사회에서 이혼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 궁금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이혼에 대해 여전히 좋지 않은 시각이 있는 듯 보였다. 아이들도 초등학교에서 부모님이 이혼했다고 말하는 것을 꺼리는 듯 보였다. 굳이 물어보지 않으면 먼저 말하지 않는 것 같았다.


반면 프랑스에서는 부모들도 이혼 및 별거 상태에 대해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말하고, 자녀들도 학교에서 자신의 부모님들이 따로 살고 있다는 것에 대해 숨기지 않고 친구들에게 천진난만하게 말하고 다녔다. 아이들은 쉬는 시간에 모여서 각자 자신의 가정 환경에 대해 말했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별거 또는 이혼 가정의 아이들 모습이 늘 밝았다는 점이 참으로 놀라웠다. 부모가 이혼했다고 해서, 편부모 가정이라고 해서 아이들이 우울하거나 슬퍼 보이는 기색 없이 해맑고 밝은 모습이었다. 특히, S는 늘 생글생글 웃는 얼굴이다. 그래서 아들의 입을 통해 S네 별거 사실을 들었을 때 꽤나 놀랬다. I도 개구쟁이처럼 늘 밝게 웃고 다녔고, N도 매우 쾌활한 아이다. D엄마는 늘 밝고 쾌활하게 인사를 해서 그런 상태인지 몰랐다.


더 놀라운 사실은 아들이 어느 날 이런 말을 했다. 현재 담임 선생님이 유도 선생님과 결혼한 사이라고 했다. 그런데 유도 선생님은 결혼을 한번 했었고, 아이들도 있는데 전 부인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지금 담임 선생님을 만나고 있다고 했다. 이 얘기는 담임 선생님이 말해줬다고 했다.


아는 엄마한테서 현재 담임 선생님과 유도 선생님이 같이 사는 사이라는 것은 이전에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유도 선생님의 가정사는 몰랐다. 담임 선생님도 두 번째 결혼인지 첫 번째 결혼인지 알 수 없다. 또한 두 선생님의 결혼도 동거인지 팍스 인지 모른다.


두 선생님의 만남이 어떻게 처음 시작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선생님 스스로 이런 얘기를 아이들에게 먼저 했다는 사실이 내겐 조금 신선했다. 초등학교 입학한 지 1개월 하고도 보름 정도가 되었는데 알면 알수록 자유분방하고 재미있는 프랑스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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