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자크 상페와 꼬마

맑고 순수한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 상페를 기억하며...

by 모니카

8월 11일, 만 89세 나이로 삶을 마감한 장 자크 상페 할아버지. 그의 사망 소식을 듣고 그의 인생, 꼬마 니꼴라, 그의 책, 그리고 그와 함께 찍은 사진 등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처음 그를 알게 된 것은 2019년 3월, 루이비통 재단에서 그와의 만남이었다. 사실 나는 그 당시 상페에 대해 잘 몰랐다. 루이비통 재단에서 행사를 한다길래 갔었다. 그 당시에는 파리 16구에 살 때라서 차를 타고 일부러 루이비통 재단까지 왔었다. 오디토리움에서 꼬마 니꼴라 탄생 60주년 행사를 하기 위해 그림 그리기 행사를 하고 있었다. 그림을 그리면 바로 프로젝터에 띄워주서 자신의 그림이 한 벽면에 나오기도 했다.


2019년, 루이비통 재단에서 열린 꼬마 니꼴라 60주년 기념 행사. 다같이 그림을 그렸다. 출처: 모니카


그렇다가 갑자기 무대 뒤편에서 밴드 음악과 함께 마카롱을 매우 높이 쌓아 올려서 만든 케이크가 등장했다. 그렇더니 야외로 밴드가 나갔고, 조금 있으니 장 자크 상페 할아버지가 등장하셨다. 옆에는 부인인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상페를 극진히 케어했다. 우리도 덩달아 야외로 나갔다. 아이는 상페 할아버지 가까이 다가갔고, 그가 우진이를 무릎 위에 앉혔다. 나는 사진을 찍었고, 그는 우진이를 지그시 바라봤다. 어떠한 말은 없었지만, 그냥 우진이 눈을 지그시 물끄러미 약 5~6초 정도 응시하셨는데, 마치 아이에게 눈으로 어떤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동시에 동양의 한 아이를 통해 느끼는 그의 어떠한 새로운 감정이 느껴지기도 했다. 낯선 할아버지를 바라보는 우진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낯선 할아버지 무릎에 갑자기 앉아서 동요하거나 울 수도 있는데 전혀 그런 기색 없이 아이도 가만히 할아버지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서로 처음 만났지만 알 수 없는 이끌림에 의해 서로 만났고 둘은 어떤 깊은 교감을 나누는 듯 보였다. 마치 루브르 박물관 드농관에 있는 기를란다요 작품 <노인과 손자>가 떠올랐다. 가만히 보니 작품 속 할아버지가 상페를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코 부분이 특징인데 비슷한 느낌을 풍긴다.


장 자크 상페 할아버지가 우진이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그렇게 한동안 둘은 서로를 쳐다봤다. 루브르 박물관에 걸려있는 작품 <노인과 손자> 출처: 모니카


수많은 아이들을 그린 상페였다. 수많은 아이들을 관찰하고 고뇌하고 그렸다. 그는 순수하고 맑은 동심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를 그림으로 표현하고, 그 유명한 꼬마 니콜라를 탄생시킨 분이다. 그런 분이 아이를 무릎에 앉혀 놓고 말없이 바라봤을 때는 수많은 감정이 있지 않았을까. 수많은 세월을 겪어내신 프랑스 할아버지와 이제 갓 만 3년을 산 한국 아이. 그 당시 상페는 몸집이 컸고 기골이 장대한 편이었다. 그에게서 풍기는 어떤 아우라와 깊은 에너지가 느껴졌다. 그의 에너지가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해지는 듯했다. 나는 온몸에 전율이 돋았다. 어떤 메시지였을까. 그가 아이에게 어떤 메세지를 남기고 떠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장 자크 상페(Jean-Jacques Sempé). 그는 1932년 8월 17일 프랑스 Pessac에서 태어났고, 2022년 8월 11일 남프랑스 Draguignan에서 삶을 마감했다.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매우 순수하고 맑고 밝은 유년 시절을 보냈을 것도 같지만 놀랍게도 정 반대다. 부모에게 버려져 양부모 밑에 자랐는데 양부모 집에서도 학대를 받았다. 그 후 친모에게 다시 갔는데 친모는 알코올 중독자였다. 친모는 난폭했고 가난했다. 상페의 어린 시절은 가난과 폭력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그의 책과 그림에서는 알 수 없었던 그의 힘들었던 유년 시절. 그런 그가 이토록 순수하고 아름답고 맑은 영혼의 그림을 그릴 수 있었을까. 놀랍고 또 놀라웠다. 그는 어릴 적 음악에 매료되었다. 특히 클래식과 재즈를 좋아했다. 그의 책에도 음악에 대한 사랑이 많이 담겨있다. 그의 힘든 어린 시절에 유일한 위로는 아마도 음악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에게 안식처는 음악과 책과 그림이었다. 그에게 있어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그에게 위로이자 치유의 과정이었을 것이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가 참으로 대단하게 느껴졌다. 어린 시절의 아픔을 그림을 극복하고 승화했다.


그날 루이비통 재단에서 본 상페는 한 마디로 숱한 인생의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극복한 위대한 사람의 모습이었다. 얼굴에는 평화가 있었다. 인상은 온화했다. 기품이 느껴졌다. 수많의 인생의 파도 속에서 마침내 되찾은 평화의 온기와 기운이 아이를 포함한 그곳에 모인 모든 이들에게 전해지는 듯했다. 삶의 마지막 순간도 그때와 같이 평온하지 않았을까. 나는 그가 쓴 음악이라는 그림책을 한 권 구매했다. 글자도 들어있고 다소 크기도 큰 무서운 책이다.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한 권 정도 소장할 가치가 있다. 나는 그의 책을 곁에 두고 천천히 읽으면서 그를 계속 기억할 것이다.


상페의 뮤직이라는 책. 매우 크고 그림과 글자가 함께 있다. 2019년 꼬마 니꼴라 탄생 60주년 기념 그림 그리기 현장. 출처: 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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